[마켓인]“IPO 수수료로는 부족해”…예비상장사 투자 나서는 주관사들
by허지은 기자
2024.03.15 05:52:01
올해 상장한 10곳 중 5곳에 직접 투자
하나·KB證, 에이피알·우진엔텍에 ‘잭팟’ 기대
떡잎 알아본 주관사…공모가보다 싸게 투자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최근 증권사들이 상장 주관 업무를 맡을 기업을 낙점해 상장 전 지분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주관 수수료 뿐만 아니라 직접 투자를 통해 상장 후 ‘잭팟’을 노리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특히 대어급 기업의 경우 주관사 선정 이전부터 투자를 통해 우호적인 관계를 쌓으면서 일종의 파트너로 자리잡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상장한 10개 기업 중 우진엔텍(457550), 포스뱅크(105760), 이에이트(418620), 코셈(360350), 에이피알(278470) 등 5곳에 상장 전 주관사들의 직접 투자가 이뤄졌다. 주관사들은 예비 상장사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상환전환우선주(RCPS)나 전환사채(CB) 취득, 구주 인수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지분을 확보했다.
상장 전 투자에 가장 공격적인 곳은 하나증권이다. 하나증권은 올해 상장한 에이피알과 포스뱅크 2곳에 직접 투자를 단행했다. 하나증권은 2022년 5월 에이피알 지분 0.61%(상장 전 기준)을 확보했다. 평균 취득가는 4만5000원으로 에이피알 공모가(25만원)의 5분의1에도 못 미치는 저렴한 가격이다. 이날 기준 에이피알 종가는 29만원으로 여전히 공모가 위에서 움직이고 있다. 6개월의 보호예수 해제 후 매도한다면 5배 이상의 잭팟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포스뱅크 역시 짭짤한 시세차익이 기대된다. 하나증권은 2022년 11월 포스뱅크에 약 19억원을 투입해 주당 7920원에 지분 3.08%를 확보했다. 이는 포스뱅크 공모가인 1만8000원보다 127% 가량 저렴한 가격이다. 포스뱅크 주가는 이날 1만4250원으로 마감해 공모가보다 소폭 떨어졌지만, 하나증권 매입가보다는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KB증권도 지난해 3월 우진엔텍 상장 주관사로 선정되며 10억원 규모의 직접 투자를 단행했다. 당시 우진엔텍의 제3자배정 유증에 참여한 KB증권은 주당 3860원에 우진엔텍 지분 3.62%를 확보했다. 우진엔텍은 올해 첫 상장사로 나서 ‘따따블(상장일 주가가 공모가의 4배가 되는 것)’을 기록한 뒤 이날 2만5200원에 마감했다.
그밖에 한화투자증권이 투자한 이에이트, 키움증권이 투자한 코셈도 모두 투자 당시보다 높은 수준의 가격을 유지 중이다. 한화투자증권은 2022년 16억원을 투입해 이에이트 지분 1.02%를 취득했다. 평균 취득가는 1만8800원으로 이날 종가(2만2700원) 20.74% 이상 저렴하다. 키움증권 역시 주당 8500원에 코셈 지분 2.33%를 확보한 만큼 3배 이상의 수익을 낼 전망이다.
증권사들은 예비 상장사 투자를 통해 주관 수수료에 시세 차익까지 기대하게 됐다. 일종의 ‘꿩 먹고 알 먹고’다. 주관 업무를 맡을 경우 재무 건전성이나 실적 비전 등 해당 기업의 내밀한 분석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최근 공모주 시장 열기가 식을 줄을 모르면서 상장 전 투자를 통해 차익을 노리는 주관사들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일부 대어급 기업의 경우 주관사 선정 이전부터 해당 기업과의 관계 형성을 위해 지분투자를 단행하는 경우도 있다.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가 대표적이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달 기업공개(IPO) 대표 주관사로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 2곳을 선정했는데, 미래에셋증권은 2022년 7월 비바리퍼블리카의 시리즈G 투자에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계열사인 한국투자캐피탈을 통해 비바리퍼블리카 자회사 토스뱅크의 유상증자에 658억원을 투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