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4.03.11 05:00:00
4·10 총선을 한달 앞두고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각종 비리와 범죄 혐의로 논란을 빚은 인사들의 국회 진출 시도가 줄을 잇고 있다.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사건 등으로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조국혁신당을 창당하고 대표를 맡은 데 이어 황운하 의원이 8일 민주당을 탈당하고 여기에 합류했다. 황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울산 시장 선거 개입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받은 상태다. 그는 지난달 불출마를 선언하더니 11일 만에 당적을 바꿨다. ‘정권 심판’을 주장했지만 조국 당의 지지율이 오르자 이를 발판으로 의원직을 또 꿈꾸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당 요청이 있으면 비례대표에 출마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최종 판결이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보통 국민은 엄두도 못 낼 일을 조 대표와 황 의원은 징역형을 받은 피고 신분에서 하고 있는 것이다. 최종심에서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을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두 사람이 표로 심판을 받겠다는 것이니 황당하기 이를 데 없다. 국회를 방패 삼아 검찰, 사법부의 판단에 비법률적 방법으로 끝까지 맞서보겠다는 속셈이다. 피해자 흉내이자 법치 우롱이다.
고위 공직을 지냈다면 물러난 후에도 말과 처신에서 주위의 본보기가 되도록 조심하는 것이 옳다. 기소돼 법원을 들락거리는 상황이라면 결백이 가려질 때까지 몸을 낮추는 게 국민 눈높이에 맞다. 그러나 황 의원은 4년 전에도 기소된 상태에서 출마해 자격 시비로 논란을 빚었다. 그리고는 “검찰권 남용으로 인생이 결딴났다”고 엉뚱한 말을 하고 있다.
총선이 임박할수록 급조 정당이 늘어나고 수사·재판을 받고 있거나 비리 혐의로 물의를 일으킨 이들이 문을 두드리는 일은 잦아질 것이다. 지난해 7월 경실련 조사에서 21대 국회의원 283명 중 33.3%가 전과 기록을 가진 것으로 드러난 데서 보듯 22대 국회도 이런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국회가 부도덕한 정치인들의 방탄 울타리로 더 이상 전락해서는 안 된다. 민심이 눈을 부릅뜨고 자격 미달 후보들을 반드시 가려내야 한다. 각 당과 국회도 법치를 우롱하는 부적격자들을 걸러낼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에 힘을 합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