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에코프로비엠, 재고 소진까지 55일…회전율 둔화 뚜렷
by이건엄 기자
2024.02.16 04:54:53
지난해 평균 재고자산 1조 육박…전년比 64%↑
회전율 8.1→6.7회로 둔화…회전일수는 54.3일
평가손실 1245억원…현금창출력에도 악영향
“리튬·니켈 가격 변동성 높아…효율적 관리 절실”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에코프로비엠(247540)이 넘쳐나는 재고자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방산업 수요 감소가 재고 지표 악화로 이어지면서 현금창출력 등 에코프로비엠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에코프로비엠이 신용등급 상향 등 현재의 좋은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선 선제적으로 재고 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의 지난해 평균 재고자산은 9826억원으로 전년 5979억원 대비 64.3% 급증했다. 재고자산은 일상적인 영업활동 과정에서 판매를 목적으로 보유하는 상품과 제품, 재공품, 원재료, 저장품으로 구성된다. 양극재 업체인 에코프로비엠의 경우 리튬과 니켈 등 원재료가 재고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 에코프로비엠 근로자가 생산된 양극재들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에코프로비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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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프로비엠의 재고자산이 1년 새 급증한 것은 전기차 수요 감소 영향이 크다. 주요 고객사인 이차전지 업체들이 전기차 생산 축소에 대응해 양극재 주문을 줄이면서 에코프로비엠의 재고가 제 때 소진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에코프로비엠의 지난해 재고자산회전율은 8.1회에서 6.7회로 둔화됐다. 재고자산회전일수는 45.1일에서 54.3일로 늘어났다. 즉 재고회전율이 감소하면서 45.1일이면 충분했던 에코프로비엠의 재고 소진 기간이 일주일 이상 길어진 것이다.
재고자산 회전율이 재고 상품의 현금화까지 걸리는 시간을 나타내는 지표라는 점을 고려하면 회전율이 낮을수록 기업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재고 소진이 둔화할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해당 자산의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에 따른 손실이 발생해 원가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4분기 1245억원의 재고자산 평가손실을 반영한 바 있다. 매출원가도 지난해 6조6083억원을 기록해 전년 4조8414억원 대비 36% 증가했다.
재고자산회전율 둔화는 에코프로비엠의 현금창출능력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에코프로비엠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마진율은 2022년 8%에서 지난해 4%로 반토막났다. EBITDA 역시 4456억원에서 2452억원으로 45% 감소했다. EBITDA는 이자와 세금, 감각상각비, 무형자산상각비 등을 차감하기 이전 이익으로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 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부 교수는 “양극재의 원료가 되는 리튬과 니켈의 가격 변동성이 워낙 높아 재고자산이 증가할수록 불확실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며 “매출 확대에 따른 재고자산 증가는 불가피하지만 지속가능성 측면을 고려했을 때 효율적인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지 않을 경우 기업의 현금흐름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수요가 아무리 많더라도 물건을 공급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잠재적 위험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NICE신용평가는 에코프로비엠의 장기신용등급을 ‘A(안정적)’으로 신규 평가하고, 단기신용등급을 기존 ‘A2-’에서 ‘A2’로 올렸다. 에코프로의 경우 장기신용등급을 ‘A-(긍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단기신용등급을 ‘A2-’에서 ‘A2’로 상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