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99%’ 녹십자웰빙, 中 진출로 매출 퀀텀점프 예고
by김새미 기자
2024.01.26 09:10:07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태반 주사로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녹십자웰빙이 중국 진출을 통해 매출 퀀텀점프를 노린다.
| 녹십자웰빙의 태반주사제 ‘라이넥’ (사진=녹십자웰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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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녹십자웰빙에 따르면 태반주사제 ‘라이넥’이 올해 상반기 내 중국 의료특구 지역의 신약 승인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해당 승인을 받으면 중국 시장 진출이 시작된다. 내년에는 중국 전지역으로 진출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중국 의약품관리국(NMPA) 승인도 획득할 예정이다.
이미 녹십자웰빙은 국내 태반주사제 시장에서 점유율 77%로 1위 자리를 공고히 지키고 있다. 녹십자웰빙의 전체 매출에서 태반주사제를 포함한 전문의약품의 매출은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55%(481억원)에 달한다. 녹십자웰빙의 매출은 최근 3년간 2020년 756억원→2021년 910억원→2022년 1097억원으로 꾸준히 성장세다.
빠른 외형 확대에는 국내 태반주사제 시장이 성장하면서 독보적 지위를 차지한 라이넥주의 매출 증가 영향이 컸다. 국내 태반주사제 시장 규모가 2021년 340억원→2022년 380억원→2023년 430억원으로 성장하는 동안 라이넥주의 매출도 2021년 255억원→2022년 289억원→2023년 330억원으로 증가했다.
다소 아쉬운 점은 녹십자웰빙의 매출이 99% 내수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에 투자자들은 중국 판권을 바탕으로 중국 시장 진출이 언제 이뤄질지에 촉각을 곤두세워왔다.
중국 태반주사제 시장은 아직 합법적으로 승인된 제품이 없는 블루오션(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유명한 시장)이다. 경쟁사나 경쟁 제품이 없기 때문에 중국 NMPA의 허가를 받고 정식으로 시장에 진입하면 빠르게 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전망된다. 녹십자웰빙 관계자는 “중국 태반주사제 시장은 불법 유통이 성행하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규모를 추산하기 어렵다”면서도 “중국 의료특구 시장만 해도 규모가 꽤 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녹십자웰빙은 올해 상반기 내 중국 의료특구 지역에서 라이넥이 신약 허가를 받으면 중국 내 50개 병원에서 판매가 개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키움증권 리서치센터는 올해 라이넥의 중국 매출을 100억원 내외로 예상했다. 2022년 녹십자웰빙의 연매출 1097억원의 9.1% 수준이다. 중국 전지역 진출은 내년 이후일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수출이 본격화되면 녹십자웰빙의 수익성이 더욱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녹십자웰빙이 현지 파트너사에 선적 이후로 들이는 추가 비용이 없기 때문이다. 유통·마케팅 비용 없이 원재료 비용과 수출 비용만 부담하면 되기 때문에 국내 판매보다 오히려 마진이 더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수출로 인해 녹십자웰빙의 영업이익률이 10%대로 오를 수도 있다. 녹십자웰빙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9.7%이다.
녹십자웰빙의 중국 진출은 오래 전부터 염두에 두고 준비해왔던 일이다. 녹십자웰빙은 2004년 9월 녹십자홀딩스와 일본의 일본바이오프로덕츠 주식회사의 한국현지법인인 제이비피코리아의 합작투자회사(JV)로 설립됐다. JBP코리아는 1954년에 설립된 일본계 태반의약품 생산 기업이다. 조인트벤처 설립 당시부터 태반주사제의 일본 판권은 JBP코리아, 한국·중국 판권은 지씨제이비피(현 녹십자웰빙)가 보유하고 있었다. 따라서 녹십자웰빙은 중국 판권을 활용하기 위해 중국 시장 진출 시기를 가늠해왔을 것으로 풀이된다.
녹십자웰빙의 중국 진출을 위한 행보는 음성신공장 착공에 돌입한 2019년부터 감지되기 시작했다.
2019년 말 녹십자웰빙의 전문의약품 공장가동률은 2019년 말 78%까지 오른 상태였다. 이에 선제적으로 생산능력(CAPA)를 2.5배 증가시킨 음성 신공장을 2021년 6월 완공했다. 당시 CAPA를 급격히 늘린 것에 대해 시장에선 국내 시장뿐 아니라 중국 시장 진출도 고려한 증설 아니었냐는 관측도 나왔다.
회사 측은 음성신공장 증설이 국내 시장 수요 대응과 중국 시장 진출 모두를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었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국내 시장의 수요가 예상보다 가파르게 증가해 음성공장의 가동률은 2021년 69.3%→2022년 106%→2023년 108%으로 지난해부터 풀가동하고 있는 상태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3교대까지 감안하면 연간 생산량은 5000억~6000억원까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녹십자웰빙의 중국 진출을 위한 움직임이 보다 본격화된 시기는 지난해부터다. 녹십자웰빙은 지난해 1분기 중국 수출을 염두에 두고 현지 파트너사를 낙점했다. 녹십자웰빙이 제품을 생산해 파트너사로 선적하면 파트너사가 현지 유통·마케팅 등을 담당하는 구조다. 초도물량은 300억원가량으로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키움증권 리서치센터는 녹십자웰빙의 향후 5개년 매출 목표가 2575억원이며, 이 중 주사제를 포함한 전문의약품 매출이 2375억원이라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러한 매출 목표치에는 라이넥 중국 수출에 따른 매출 증가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시장 진출에 따른 매출 추정에는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해당 목표를 달성하려면 5년 후 내수만으로 2022년 매출의 2.4배 성장해야 한다. 이같은 목표치가 비현실적인 수치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녹십자웰빙의 매출은 2018년 539억원에서 2022년 1097억원으로 5년 만에 2배 성장했기 때문이다.
허 연구원은 “올해 매출액은 1400억원, 영업이익 147억원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이 11배 수준”이라며 “이는 HA필러 중국 공급과 라이넥 진출을 제외한 실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수익성 개선으로 밸류에이션 저평가가 해소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