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3.07.20 05:00:00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40원(2.5%) 인상된 9860원으로 어제 결정되자 노사 양측 다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양대 노총은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3.5%)에도 미달하는 수준의 사실상 임금 삭감”이라며 반발하는 반면 경제단체들은 “이미 많이 오른 최저임금이 더 올라 영세 사업자와 중소상공인들의 경영난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사 양측이 참여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결정한 최저임금에 양측 다 수긍할 수 없다며 고개를 가로젓는 상황이 연례행사처럼 또다시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1988년에 도입된 현행 최저임금제는 노동자위원과 사용자위원, 공익위원이 각각 9명씩 모두 27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에서 매년 다음 해 최저임금을 심의해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는 최저임금을 둘러싼 노사 갈등을 방지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하지만 지난 35년간의 최저임금위 운영을 돌아보면 애초의 이런 입법 취지가 실현됐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최저임금위가 노사 갈등을 노출하고 심화하는 기구가 된 것 아니냐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모든 업종과 지역에 단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하게 돼있는 게 우선 최저임금제의 대표적 문제점이다. 대기업과 중소 상공인의 사업 능력과 경영 여건은 물론 대도시와 농어촌의 산업 기반·생활 환경은 큰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최저임금을 동일한 금액으로 정하다 보니 지급 능력이 부족한 업종이나 지역에서는 사업자들이 고용을 축소하는 부작용이 연례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저임금을 감수하고라도 일하기를 원하는 노동자들 가운데 취업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점에서 올해 업종별 차등화 도입 방안이 안건에 올랐지만 부결된 것은 특히 아쉬운 대목이다.
정부는 이참에 최저임금의 운용과 결정 방식을 전면적으로 재평가해 개편할 필요가 있다. 산업계 지형이 과거와 크게 다른 오늘날, 기존 방식은 저임금 노동자 보호라는 최저임금제의 일차적 목적 달성에도 효율적이지 않다. 대다수 선진국처럼 최저임금을 업종별·지역별로 차등화하고, 합리적인 산정 근거를 법제화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노사합의를 빌미로 행정력만 낭비한다는 비판을 받는 의사결정 구조도 정부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