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호 토막시신 사건…'도박중독' 중국인 남편 짓이었다[그해 오늘]
by한광범 기자
2023.04.05 00:01:00
2015년 시화호 토막시신 사건…"화장비용 아끼려" 엽기주장
도박중복 눈치채자 잔혹범행…자전거 타고 다니며 시신유기
檢 "사형선고해달라" 요청…法 "교화 여지 있다" 징역 30년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2015년 4월 5일 자정 무렵. 경기도 시흥에 위치한 시화호에서 가족과 함께 낚시는 하는 한 시민이 떠다니는 비닐봉지를 발견했다. 비닐봉지를 잡아 열어본 시민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사람의 몸통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시신은 머리와 팔, 다리가 절단된 상태로서, 성별은 여성이었다.
| 아내를 살해한 후 시신을 토막내 유기했던 범인 ‘김하일’.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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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를 받고 곧장 경찰이 출동했다. 경찰은 재빨리 남은 시신을 찾기 위한 수색에 들어가는 한편, 국립수사과학연구원에 시신에 대한 부검을 의뢰했다. 6일 오전 ‘5일 낮 인근 공원에서 가발 같은 것을 봤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경찰은 당일 밤 10시 무렵 인근 공원에서 시신의 머리를 발견했고, 7일 오전엔 인근 바닷가에서 검은 봉지에 담겨 있던 양손 등 시신을 추가로 발견했다.
경찰은 시신의 손에서 지문을 채취해 신원을 조회했다. 경기도 안산에 사는 42살의 중국 동포(조선족) 여성 A씨였다. 하지만 A씨에 대해선 실종신고가 돼 있지 않았다.
경찰은 함께 사는 남편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소재 파악에 나섰다. 경찰은 8일 오전 경기도 시흥의 한 길거리에서 이 남성을 긴급체포했다. 당시 47세 중국 국적의 김하일이었다. 김하일은 체포 당시 한 건물 옥상에 아직 발견되지 않았던 남은 시신을 유기하고 있었다.
2009년 3월 한국에 입국한 김하일은 도박에 빠져 재산 대부분을 탕진했다. 그러던 중 2013년 자신의 처인 A씨가 한국에 입국해 함께 살게 되며 재산 탕진 사실을 발각됐다. 그는 도박을 끊겠다고 약속하며 중국은행에 월급을 저축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도박을 지속하며 A씨 월급까지 탕진했다.
범행 역시 도박으로 인한 재산 탕진 때문이었다. 김하일이 다시 도박에 손을 대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 A씨는 4월 1일 오전, 야근을 마치고 돌아온 김하일에게 “은행에 가서 저축한 돈을 확인하자”고 재촉했다. 도박사실이 드러날 것이 우려된 김하일은 “오후에 가자”고 얼버무렸으나 A씨는 바로 가야 한다고 말하며 준비를 했다.
김하일은 은행에 가서 잔고를 확인할 경우 도박사실이 다시 들통날 수 있다는 생각에, 느닷없이 화장을 하던 A씨를 둔기로 내리쳤다. 둔기를 맞은 A씨가 “왜 이러는데?”라고 묻자, 둔기로 공격한 후 목을 졸라 살해했다.
김하일은 끔찍한 살인 범행 이후에도 아무렇지 않게 회사에 출근했다. 그리고 다음날 사체를 토막낸 후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며 시신을 유기한 것이었다.
| 2015년 4월, 토막시신이 발견된 경기도 시흥 시화호에서 경찰들이 남은 시신을 찾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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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붙잡힌 김하일은 범행을 인정하면서도 “아내와 다툼 끝에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또 사체손괴·유기 경위에 대해서도 “집주인에게 피해를 주기 싫었고, 화장비용이 부담됐다”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폈다.
그는 살인, 사체손괴, 사체유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후에도 “살해하려는 의사는 없었다”며 “사체 손괴 당시엔 이틀 동안이나 잠을 못 자 심신장애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 같은 주장을 모두 일축했다. 1심은 “아내를 살해한 것에 그치지 않고 범행 은폐를 위해 시신을 토막 내 버리는 엽기적 만행까지 저질렀다”며 “피해자는 이루 형언할 수 없는 극심한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짐작되고 유족들도 치유하기 어려운 충격과 고통을 받게 됐을 것으로 보인다”며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사형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던 검찰은 1심 “형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다. 2심은 “피고인을 우리사회가 포용하기에는 사회적 위험성이 너무나 크므로 극형에 처해야 한다는 검사의 주장에 수긍할 만한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잘못을 뉘우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유족들에 대해 사죄 태도를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교화·개선의 여지가 일말이라도 남아 있다고 보여진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형은 2016년 3월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