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 우려에 또 킹달러…미소 짓는 환율 수혜주
by김응태 기자
2023.03.10 00:00:04
원·달러 환율 5거래일 만에 1320원대 돌파
파월 긴축 강화 발언에 달러 강세 심화
의류·자동차 등 환율 수혜주 주가 반색
中 리오프닝에 환율 상방 압력 제한 전망도
[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원·달러 환율이 반등하면서 환율 수혜주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최종금리 상향 가능성을 시사함에 따라, 달러 강세로 인한 환율 수혜주의 실적 개선 여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종목들은 환율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이 확대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가시화하면서 환율 상방 압력이 지난해처럼 커지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9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1322.2원으로 마감했다. 이는 전날 대비 0.8원 소폭 상승한 수준이지만, 전월(2월9일) 1260.4원과 비교하면 61.8원 올랐다. 앞서 지난 8일에는 5거래일 만에 환율이 1320원대를 돌파한 바 있다.
연초 안정적이었던 환율이 다시 2월 중순을 기점으로 상승세가 가팔라진 건 긴축 경계감 탓이다. 미국 연준의 긴축 정책이 상당 기간 진척되며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지난해 9월 9.1%로 정점에 도달한 뒤 꺾였지만, 올 초 공개된 주요 경제 지표에서 물가 안정이 더디게 나타난 게 악재로 작용했다.
특히 파월 연준 의장이 연이틀 긴축 강화 발언이 증폭제가 됐다. 지난 7~8일(현지시간) 진행된 상·하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최종금리 상향을 시사했다. 이에 시장에선 오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당초 환율 효과가 사라져 울상이던 환율 수혜주들은 오히려 반색하고 있다. 달러 강세 시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매출이 확대되고, 달러로 벌어들인 수익을 원화로 바꾸는 과정에서 늘어난 환차익 효과가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가 대표적이다. 영원무역(111770)은 이날 4만7450원에 거래를 마쳐 전날 대비 4.75% 상승해 두각을 보였다. 한세실업(105630)도 1만7700원으로 마감해 전날보다 1.84% 뛰었다.
증권가에선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 경우 OEM 업체의 높아진 재고 부담으로 인한 실적 감소를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2~3분기 평균 환율이 크게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 환율 효과를 얘기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최근 환율이 상승하는 흐름은 마이너스가 아니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말했다.
수출주에 속하는 자동차 업체의 주가도 오름세를 시현했다. 현대차(005380)는 이날 0.8% 상승해 17만6300원을 기록했다. 기아(000270)는 7만9100원으로 전날 대비 1.01% 하락했지만 한 달 전(7만1700원)과 비교하면 8000원가량 높은 수준이다.
제약·바이오 업종 내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환율 상승 시 유리한 지위를 점할 수 있을 만한 기업으로 꼽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데 달러를 기반으로 수익을 얻는다. 다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코로나19 모멘텀이 사라지면서 주가가 전날보다 0.77% 하락했다.
이와 달리 환율 하락 시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종목들은 상황이 반전됐다. 주로 수입 비중이 큰 업체들의 경우 환율 상승 시 원가 부담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철강주의 경우 이날 전반이 내림세를 보였다. POSCO홀딩스(005490)는 전날 대비 1.98% 내린 32만2500원을 기록했다. 동국제강(001230)은 1만3190원으로 전날보다 0.6% 떨어졌다.
항공기 대여비와 항공유를 달러로 구매하는 항공주 역시 환율이 상승 시 비용 부담이 커지는 만큼 이날 주가가 약세를 보였다. 대한항공(003490)은 전날 대비 1.05% 하락했다. 아시아나항공(020560)은 0.44% 소폭 올랐다.
다만 증권가에선 연준의 긴축 정책 강화로 달러 강세 현상이 일부 지속되더라도, 중국 리오프닝 효과 등을 감안하면 환율의 상고하저 흐름이 점차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최제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고용보고서 발표 이전 1220원대 환율이 약 한 달 만에 100원 가까이 급등하면서 우려를 더하고 있다”면서도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중국의 리오프닝, 비교적 양호한 유로존 경제와 매파적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중앙은행(BOJ) 정책 기조 등이 달러화의 나홀로 강세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