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혈우병 근원치료 신약 '록타비안' 제동...JW중외 한숨 돌리나?

by김진호 기자
2022.11.18 10:30:45

A형 혈우병 완치 유도하는 유전자 치료제 '록타비안'
지난해 유럽 허가 획득...FDA 심사도중 추가자료 요청 받아
업계 "내년 하반기에는 록타비안 등장 가능성 높다"
대표 경쟁약물 '헴리브라' 판매하는 '로슈·JW중외'도 예의주시 中

[이데일리 김진호 기자]‘A형 혈우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알려졌던 미국 바이오마린 파마슈티컬스(바이오마린)의 ‘록타비안’(성분명 발록토코진 록사파보벡)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추가 심사 자료를 요청하고 나섰다.

사실상 미국 내 신개념 A형 혈우병 신약의 등장이 다소 늦춰질 전망이다. 현재 시장을 점령한 스위스 로슈 ‘헴리브라’와 이 약물을 국내에서 판매 중인 JW중외제약(001060) 등이 록타비안의 등장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 바이오마린 파마슈티컬스의 ‘록타비안’은 지난해 유럽의약품청으로부터 승인받은 A형 혈우병 대상 최초의 유전자 치료제다. (제공=바이오마린)


16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FDA가 지난 8일(현지시간) 허기 심사 중인 록타비안에 대한 3년 장기 추적 데이터를 추가로 제출할 것을 바이오마린에게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혈우병은 출혈이 멈추지 않는 질환으로 크게 A형과 B형 혈우병으로 나뉜다. A형 혈우병은 전체 환자의 약 70%이며, 현재까지 알려진 12가지 혈액응고 인자 중 8번(Ⅷ) 혈액응고 인자가 부족할 때 발병한다. B형 혈우병은 9번(Ⅸ) 혈액응고 인자가 부족할 때 나타난다. 전체 환자의 80%가 A형 혈우병으로 알려졌다.

유전자 치료제인 록타비안은 전달체로 쓸 ‘아데노연관바이러스(AAV)5’에 8번 혈액응고 인자 관련 유전자와 해당 인자의 발현을 촉진시키는 프로모터 유전자를 함께 담은 정맥 주사형 약물이다. 단 1회 투여하는 방식으로 설계된 록바티안이 간의 내피세포로 전달되면, 부족했던 8번 혈액응고 인자가 생성돼 병을 실질적으로 치료하는 약물로 평가된다.

미국 임상정보사이트 ‘클리니컬 트라이얼’에 따르면 바이오마린은 미국에서 지난 2017년 12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3년간 총 134명에게 록타비안을 투약하는 임상 3상 시험 ‘GENEr8-1’을 진행 완료했다. 마지막 투약 환자의 대한 장기 추적데이터를 포함한 전체 분석 자료는 2024년 11월에 나올 예정이었다.

그럼에도 회사 측은 근본적인 A형 혈우병 치료제의 필요성을 근거로 미국과 EU 등 주요국에 록타비안의 허가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바이오마린은 지난 2020년 유럽의약품청(EMA)에 록바티안에 대한 허가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당시 EMA가 약물 투여 후 2년 추적 결과를 보완하라는 요청에 따라, 이 자료를 충원하기 위해 바이오마린은 허가 신청 건을 자진 취하했다. 이후 2년 추적 결과에서 환자의 혈장 수혈 횟수를 99%까지 감소시켰다는 자료를 추가한 바이오마린은 록타비안의 허가를 재신청했다. 결국 EMA가 지난해 8월 해당 약물을 조건부 판매 허가한 바 있다.

FDA가 당초 내년 3월에 록타비안에 대한 허가 결정을 내릴 예정이었다. 바이오마린 측은 “2023년 초에 전체 환자에 대한 3년 추적 연구 결과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번 보완 자료 제출 요청으로 심사 기간이 최소 3개월 가량 연장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회사 측이 해당 자료 제출 가능한 시점을 고려할 때 검토 기간을 포함해 그 결론도 다소 늦게 공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셈이다.

혈우병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혈우병을 제어하기 위한 약물은 많다. 록타비안은 시장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약물이다”며 “유럽에 이어 미국도 장기 데이터를 요구했지만, 시간문제일 뿐 사실상 내년 하반기에는 록타비안의 미국 내 허가가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글로벌 인포메이션이 2021년 7월 발표한 ‘세계 혈우병 시장 규모 조사: 질환 종류별, 치료법별, 제품 종류별, 지역별 예측’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시장은 2020년 124억 달러(한화 약 16조1000억원)에서 2027년 180억 달러(한화 약 23조37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과 유럽이 이 시장의 70~8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록타비안의 미국 시장 진출을 가장 유심히 지켜보는 기업으로는 로슈가 꼽힌다. 현재 로슈가 항응고제 ‘헴리브라’(성분명 에미시주맙)로 세계 시장을 주름잡고 있어서다. 1주~1달 간격으로 1회 피하주사하는 헴리브라는 복용 편의성과 효과를 두루 갖춘 약물로 평가되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지난해 헴리브라의 글로벌 매출은 30억2200만 스위스 프랑(당시 한화 약 3조8772억원)이며, 전년 대비 매출이 41% 증가했다. 경쟁제제인 일본 다케다의 ‘애드베이트’(성분명 루리옥토코그알파페골, 약 3000억원)을 크게 뛰어넘은 것이다.

스위스 로슈의 항응고제 ‘헴리브라’가 국내외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국내 개발 및 판매는 JW중외제약이 맡고 있다.(제공=JW중외제약)


반면 국내에서는 헴리브라가 아직 시장 점령을 마무리하지 못한 상황이다. JW중외제약(001060)이 로슈의 자회사인 주가이 파마슈티컬스와의 계약을 통해 2017년부터 헴리브라의 국내 개발 및 판권을 보유하고 있다. 헴리브라는 2019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 허가를 획득한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국내 A형 혈우병 시장은 약 438억원이며, 다케다제약의 애드베이트가 지난해 229억원을 올리며 1위에 올랐다. 헴리브라(72억원)와 미국 화이자의 진타솔로퓨즈, 64억원), GC녹십자의 그린진에프(성분명 베록토코그알파, 36억원)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하지만 매출 성장률을 볼 때 헴리브라의 시장 점령은 시간 문제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실제로 2021년 애드베이트의 매출은 전년 대비 11% 감소했지만, 헴리브라는 같은 기간 239% 가량 매출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앞선 관계자는 “매출이 감소하는 애드베이트와 달리 헴리브라는 수백% 매출이 오르고 있다”며 “소아 환자에 대한 헴리브라의 급여 기준이 확대되면서 더 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록타비안 같은 유전자 치료제에 경우 미국에서 승인되더라도 국내 도입 및 보험급여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최소 2~3년가량 헴리브라가 국내 시장 영향력을 크게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