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세 입양아를 화풀이 대상 삼은 세 살인마[그해 오늘]
by한광범 기자
2022.10.03 00:03:00
2016년 포천 아동 살인…사망 직전 15㎏ 불과
경제적 어려움 스트레스 쌓이자 고문급 학대
완전범죄 꿈꾸며 경찰·친모에 거짓말 늘어놔
법원 "사회 안전망 어딨나"…피해아동에 사과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2016년 10월 3일. 경기도 포천의 한 야산에서 경찰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경찰들 인근엔 한 40대 남성 주모(1969년생)씨가 수갑이 채워진 채 불에 탄 흔적이 있는 현장을 지목하고 있었다.
경찰들이 찾는 건 불과 이틀 전 실종신고가 됐던 6세 A양의 시신이나 유골이었다. 장시간의 수색에도 쉽사리 발견되지 않던 찰나에 아주 작은 뼛조각이 발견됐다. 감식 결과 발견된 뼛조각은 A양의 머리뼈와 다리뼈였다.
A양에게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기에 이처럼 유골조차 제대로 수습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 걸까.
| 살해된 포천 6세 입양아의 양부 주모씨가 2016년 10월 7일 현장 검증을 위해 자신이 거주하던 한 아파트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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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이혼으로 A양은 태어난 직후부터 2013년까지 친모와 함께 살았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친모는 2013년 3월 포천에 거주하던 지인 김모(여, 1986년생)와 주씨 부부에게 아이를 맡겼다. 그리고 이듬해 9월 “아이를 입양하고 싶다”는 김씨의 뜻에 따라 A양은 김씨 부부의 가족이 됐다.
수입이 변변치 못했던 김씨 부부는 과소비까지 더해지며 2015년 말부터 경제적 상황이 악화했다. 그러던 중 2016년 3월엔 지낼 곳이 없던 주씨 지인의 딸 임모(여, 1997년생)씨가 생활비를 내는 조건으로 함께 살기 시작했다.
경제적으로 악화되는 상황에 더해 집안은 더욱 북적북적거리자 김씨는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고, 이를 A양에게 풀기 시작했다. 다니던 어린이집까지 보내지 않으며 집안에서 A양에게 나날이 심한 학대를 가했다. 고문에 가까운 학대는 2016년 6월부터 3개월 넘게 계속됐다. 학대 초반 방관자였던 주씨와 임씨도 점점 더 학대에 가담하기 시작했다. 이 기간 아이의 안부를 묻는 친모에겐 “잘 지내고 있다”고 거짓말을 반복했다.
추석 연휴 기간에 50시간 넘게 묶여놓는 등 학대의 강도는 나날이 강해졌고, 결국 A양은 9월 29일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김씨 등은 죽어가는 A양을 병원에 데려가는 대신 방치해 숨지게 했다. 사망 전 마지막으로 측정된 A양의 키는 92㎝, 체중은 15㎏에 불과했다.
A양 사망으로 처벌을 받을까 두려워진 김씨 등은 9월 30일 늦은 밤 시신을 포천의 한 야산으로 싣고 갔다. 그리고 A양의 시신을 나뭇가지 등을 이용해 태웠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유골이 발견되지 못하도록 잘게 부순 후 암매장했다. 장기간의 소각으로 유골에선 유전자 감정 결과조차 나오지 않았다.
| 지인의 아이를 입양한 후 잔혹하게 학대를 주도해 숨지게 한 양모 김모씨.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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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 등은 이후 완전범죄를 꿈꿨다. 사체를 태운 후 자신들이 범행 당시 입었던 옷을 모두 태우는 것은 물론 차량 블랙박스와 휴대전화 데이터도 모두 초기화했다. 그리고 하루 뒤인 2016년 10월 1일 이른 아침 이들은 차를 끌고 인천 소래포구로 이동했다. 당시 소래포구에선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참여인원만 10만명에 달하는 축제였다.
이들은 소래포구 어시장 인근을 돌아다니다 오후 3시 40분 112에 전화를 했다. “축제에 왔다가 정오쯤 딸을 잃어버렸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나서 A양 친모에게도 전화를 걸어 “아이를 잃어버려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고 전했다. 김씨의 말을 믿은 친모는 인터넷 사이트에 ‘실종된 아이를 찾는다’는 글과 함께 아이의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김씨 등의 거짓말은 바로 경찰에 들통 났다. 늦은 실종신고를 의심한 경찰이 이들의 포천 집 인근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소래포구 출발 당시부터 A양의 모습이 보이지 않은 것을 확인한 것이다.
경찰은 10월 2일 김씨 부부와 임씨를 긴급체포해 강도 높은 수사에 나섰고 “학대로 A양이 죽었고 처벌이 두려워 사체를 훼손했다”고 진술을 받아냈다. 이들은 애초 살인 혐의를 부인했으나 법정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1심은 “가족이라고 믿었던 이들로부터 고문에 가까운 학대를 당하며 피해자는 어려운 극심한 신체적·정신적 고통과 두려움 속에서 짧은 생을 마감했다. 상응하는 엄한 처벌을 해야 한다”며 양모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남편 주씨는 징역 25년, 공범 임씨는 징역 15년 판결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우리 사회는 이 같은 참혹한 결과가 발생할 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무관심했다. 그리고 아동학대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 등을 충분히 마련·시행하지 못했다”며 “엄한 처벌만이 피해자에 대한 죄송함의 고백이자 최소한의 예의”라고 밝혔다.
김씨 등은 ‘형량이 과도하다’며 불복했지만 상급심에서 형은 그대로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