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선 패륜아…"'거지X끼' 욕 들은 노인, 제 아버지입니다"

by권혜미 기자
2022.03.30 00:04:35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29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엔 ‘유튜브 영상을 보고 손이 떨리더군요 저의 아버지임을 알고’라는 제목의 글이 등장했다.

한 작은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50대라고 밝힌 작성자 A씨는 이날 점심시간에 유튜브 메인 화면에 뜬 ‘1호선 패륜아’라는 제목의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됐다.

A씨는 “영상을 한 번 보고 심장이 벌렁거리면서 눈을 의심했다. 영상에 보이시는 어르신이 저의 아버님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설마 하면서 더 돌려봤습니다. 순간 손이 부르르 떨려왔다”고 설명하며 문제가 된 영상을 함께 게재했다.

이 영상은 지난 16일 촬영돼 ‘C ry’라는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게시물로, 1호선 열차 안에서 한 젊은 남성이 노인에게 막말을 퍼붓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사진=유튜브 채널 ‘C ry’ 영상 화면 캡처)

이 남성은 “나이도 X나 많은 거 같은데”, “인생 똑바로 사시라” , “인간 같지 않은 새X”, “직장도 없지?”, “거지 같은 새X”, “돈도 없어서 그 나이 먹도록 차도 한 대 없어서 지하철 타고 다니냐”, “나 같으면 죽었다. 왜 사느냐. 나이도 X나 많은데”라고 상식 이하의 막말을 쏟아냈다.

반면 듣고 있던 노인은 “미안합니다”라고 대꾸할 뿐이었다.



영상 속의 노인이 아버지임을 확신한 A씨는 “지하철 라인이나 가지고 계신 핸드폰과 외모, 목소리가 곧 80이 되시는 저의 아버지였다”며 “숨을 고르고 식당에서 나와 아버지께 전화를 드려 안부를 묻고 조심스레 여쭤봤다”고 털어놓았다.

A씨의 아버지는 처음엔 완강히 부인을 하다 결국 “그런 일이 있었다”며 사실을 인정했고, A씨는 “(아버지가) 연세에 비해 평소에 감기도 잘 안 걸리시는 건강하신 분인데 그날 이후 10일 동안 몸살로 앓아 누우셨다”고 토로했다.

그는 “전화를 끊고 바로 해당지역 흥신소에 전화해서 영상 속 인물을 찾아 사과를 받고 싶다고 문의를 해보았다”며 “그렇게 해서 아버지 마음을 편하게 해 드리고 싶었다. 하지만 단서가 부족하여 찾기가 어려우니 경찰서에 신고를 해 보는 게 어떠냐고 하시더라”라고 설명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이어 회원들에 의견을 물은 A씨는 그냥 털어버리기가 힘들다며 “아버지께서 한사코 (신고)하지 말라고 강력히 요청을 하신다. 모욕죄로 신고를 한다고 해도, 단순 모욕건인데 경찰이 cctv를 뒤져 영상 속의 인물을 찾는 노력을 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A씨는 회원들에게 현상금 제보나 혹은 흥신소에 의뢰하는 것은 어떤지 물어보며 영상 속 남성을 향해 경고의 말을 남겼다.

그는 “형이 맛있는 밥 사줄게. 우리 한 번만 보자”며 “그리고 우리 아버지 좋은 차 갖고 계신다. 다리에 장애가 있으셔서 잘 타고 다니시지 않고, 지하철 이용하신다. 이 XX아!”라고 말했다.

해당 게시물을 본 누리꾼들은 “어르신한테 왜 본인 소개를 하고 있냐”, “세상에 참 미친 사람 많다”, “자기도 차 없이 지하철 타고 다니면서”, “인성이 하급이다”, “진짜 지하철 빌런”, “강하게 처벌받길”, “아버지 한을 풀어드려야 한다”, “나 같으면 가만 안 둔다” 등 비난의 말을 쏟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