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전쟁이 난다면...일본 자위대 출동하게 될까
by정다슬 기자
2022.02.02 06:00:00
미일, 지역동맹화…집단적 자위권 행사로 美위기 시 참전 가능
한반도 진입은 韓정부 허락 필수…"평시 논의 필요해"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화상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AFP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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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유사시 일본 거류민의 신변이 위협받을 경우, 일본군이 한반도, 한국에 진출하려고 어떻게 할 것인가”
“일본이 우리와 협의해서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입국을 허용할 것”
2015년 10월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가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밝힌 내용이다. “기본적으로는 안 된다”고 했지만 “부득이한 경우 우리 입장상 동의하면 가능하다”는 발언은 큰 논란이 됐다.
최근 일본이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적 기지 공격 능력의 보유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방침을 밝히며 일본 방위정책의 대전환을 예고했다. 이같은 흐름은 아베 신조 전 일본 내각부터 추진하던 것이지만, 최근 국제정세의 변화와 맞물려 더욱 가속하고 있다. 미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미국이 일본의 방위력 강화 추진 차원에서 환영 의사를 밝힌 것은 북한의 군사적 긴장을 끌어올린 것을 계기로 사실상 ‘전수방위’ 원칙을 포기하려는 일본과 동맹을 통한 중국 견제를 목표를 하는 미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과거 일본과 ‘악연’을 맺었던 우리나라로서는 미묘할 수밖에 없다. 동시에 한국과 일본은 모두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고 있다. 한일은 동맹은 아니지만, 미국을 매개체로 북한에 대한 대응해서는 3각 협력을 약속한 바 있다. 북한의 도발 강도가 높아질수록 한미일 군사 협력의 강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지만 한반도 유사시에는 어떨까. 윤석정 외교안보연구소 일본연구센터 연구교수는 지난 19일 이같은 가정을 바탕으로 미일 동맹의 틀에서 일본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냉전기 당시 일본의 역할은 주일 미군에 대한 기지제공에 머물렀지만, 탈(脫)냉전기에는 자위대가 후방지역지원,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게 되면서 지역동맹화가 됐다.
이같은 미일 동맹은 중국의 부상과 북한의 핵무기 개발 등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점 법제화됐다. 특히 2012년 12월 제2차 아베 내각 출범 이후 이같은 흐름은 더욱 가속화됐는데, 2014년 7월에는 각의 결정을 발표해 후방지역 지원의 지리적 범위를 확대하고 무력행사를 위한 신(新) 3요건을 제시하면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015년 4월 미일 방위협력지침이 개정됐고 한반도 유사와 관련된 부분은 2015년 9월 중요영향사태법과 사태대처법으로 정비됐다.
상황별로 각 법이 적용되는 단계를 살펴보면 미군이 특정 지역 분쟁에 개입했는데 아직 일본 본토에 대한 무력 공격이 발생하지 않은 단계라면 일본 정부는 중요영향사태인지 존립위기사태인지 판단을 해야 한다.
만약 중요영향사태라는 판단을 내린다면, ‘현재 전투행위가 전개되지 않은 현장’이 아닌 곳에서 보급, 수송, 수리·정비, 의료 등 대미 지원을 자위대가 수행한다.
문제는 일본 본토에 대한 무력 공격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미군이 적대국의 공격을 받게 되고 그 상황이 일본의 안보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상황이 도래할 경우다. 일본정부가 존립위기사태가 됐다고 판단되면,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을 발동하게 된다. 이때부터 미국의 동맹으로서 일본이 한반도 상황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때도 자위군이 한반도에 진입할지에 대해서 우리 정부의 허락이 필요하다는 것이 기본적인 상식이다. 다만 북한의 위협이 커질수록 이 부분에 대한 한일간 의견 차가 커질 수밖에 없다.
윤 교수는 “자위대가 중요영향사태법의 지리적 범위를 확대하고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면서 한반도 유사시 한국의 영역에 진입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북한 지역에 자위대에 진입할 가능성도 한일 간 논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러한 문제들은 한반도 유사라는 전시상황을 가정해서 논의되는 것이지만 이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지 여부는 한·미·일이 북한을 두고 소통하며 신뢰를 축적했는지에 달려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