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럼 증상 심할수록 무서운 병 아닌 경우가 많아"

by이순용 기자
2021.12.10 00:03:18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어지럼증은 성인 20%가 1년에 한 번 정도 겪는 아주 흔한 증상이다. 일교차가 큰 요즘 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중 등의 환자가 늘어난다. 그에 못지않게 어지럼증으로 의원을 찾는 환자도 많다. 일교차의 큰 변화는 혈액순환의 장애를 유발하여 혈관성 질환이 증가하는데, 어지럼증도 혈액순환과 연관된 경우가 많다. 그리고 환절기에는 감기 같은 바이러스성 질환도 늘면서 바이러스가 원인인 어지럼증 환자도 증가한다.

병원을 찾는 어지럼증 환자는 정말 다양하게 본인의 증상을 말한다. 하늘이 빙빙 돈다, 내가 빙빙 돈다, 어질어질하다, 붕 떠 있다, 심지어 어지럼증을 머리가 아프다고 표현하신다. 어지럼증과 함께 동반되는 증상으로 비위가 약한 사람은 토하기도 하고, 식은땀을 흘리며, 심한 경우 응급실을 찾기도 한다.

어지럼은 그 원인에 따라 말초성, 중추성 어지럼증으로 나뉜다. 중추성 어지럼증은 대뇌, 소뇌, 뇌혈관 등 뇌질환에 의해 발생하는 어지럼증을 말한다. 말초성 어지럼증은 중추성 어지럼증이 아닌 원인에 의한 어지럼을 말하고, 귀질환, 어지럼 신경(전정신경)질환, 빈혈 등에 의한 어지럼증을 말한다. 말초성 어지럼 중 가장 흔한 것이 귀와 연관된 어지럼증이다. 환자들은 세상이 빙빙 도는 어지럼증으로 눈을 뜨기도 어렵고 걷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걷더라도 한쪽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다. 심한 구토가 동반된다. 식은땀, 설사 등의 증상이 잘 동반된다.

대전선병원 귀코목센터 장희상 전문의는 “중추성 어지럼은 빙빙 돌기보다는 어질어질한 느낌이 지속되고 걸음걸이도 비틀거리나 말초성과 달리 방향성이 없다. 두통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고, 감각이상이나 복시 등의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실제로 어지럼증이 너무 심해서 응급실을 찾는 환자는 말초성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이러니하지만 어지러워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라면 실제로는 말초성 어지럼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몸은 힘들더라도 머리로는 이렇게 심한 걸 보니 치료받으면 곧 나을 거라고 생각해도 된다.

말초성 어지럼증이 전체 어지럼 환자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중추성 어지럼증은 10% 정도 된다. 다만 이런 중추성 원인의 어지럼의 경우 다른 중추성 증상(심한 두통, 복시, 근육 마비, 감각 이상 등)과 동반되는 경우가 많고, 어지럼증만 있는 중추성 어지럼증은 흔하지 않다. 그렇지만 65세 이상,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심장병, 부정맥, 흡연, 비만, 음주, 심한 스트레스가 동반된 경우 중추성 어지럼이 발생할 가능성이 좀 더 높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말초성 어지럼증 중 가장 흔한 질환은 이석증이다. 고개를 숙이거나 자다가 몸을 뒤척일 때 빙빙 도는 증상이 특징이다. 비교적 가만히 쉬면 증상이 곧 괜찮아지고, 특정 자세에서 어지럼이 반복된다. 이에 비해서 전정신경염은 가만히 있어도 어지럼증이 지속되고 몸을 움직이면 더 심해지는 특징이 있다. 구토증상이 잘 동반되고 두통이 동반되는 경우도 흔하다.

말초성 어지럼의 경우 어지럼 전문의 진찰과 간단한 몇 가지 검사를 통해서 비교적 쉽게 진단되고, 이석증의 경우 떨어진 이석을 체위 변환을 통해서 빼내 주면 비교적 빨리 치료되는 특징이 있다. 이에 비해 전정신경염의 경우 어지럼 신경의 염증이나 마비증상이므로 최소한 수일 정도 안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어지럼증은 치료를 받으면 수일 이내에 많이 좋아지는데 이때 주의할 점은 어지럼 그 자체가 위험한 것이 아니라 넘어져서 다치거나 교통사고의 위험이 높으므로 가족들이 며칠간 잘 도와줘야 한다. 어지럼 환자 중에 이런 어지럼은 치료 후에 잘 회복되었지만, 어지럼이 심한 기간 동안 발생한 낙상에 의한 골절로 고생하시는 분을 꽤 흔하게 본다.

장희상 전문의는 “어지럼증상이 심할수록 말초성 질환이므로 치료만 잘 받으면 된다. 다만 이런 어지럼증이라도 수개월 이내에 재발하는 경우에는 말초성 어지럼이라고 치부하지 말고, 반드시 중추성 원인을 배제할 필요가 있다. 말초성 어지럼증이 재발을 잘하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중추성 질환이 원인으로 재발성으로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고 조언했다.

전정기능의 장애를 예방할 수 있는 뚜렷한 예방 수칙이나 권고되는 기준은 없다. 환절기 특히 가을, 겨울철 실내·외 급격한 온도 차이로 인해서 혈액순환장애를 유발할 수 있으니 주의를 요한다. 그 외에 교통사고, 추락사고 등으로 인한 두부외상, 중이염(특히 진주종성 중이염), 큰 소음에 노출, 항생제 과다 사용 등은 원인 인자가 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특히, 고령화 사회가 진행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노인성 난청과 더불어 노인성 전정기능 장애가 문제가 되고 있다. 특별히 피해야 할 음식은 없다. 일상생활에서 생기는 지나친 과로와 스트레스를 피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 좋으며, 고혈압과 동맥경화와 같은 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염분의 과다섭취를 주의하고, 콜레스테롤이 높은 음식을 피하며, 야채와 과일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다.

보고에 따르면 일생에 한 번은 어지럼증이 발생한다고 한다. 이런 어지럼증이 회복되는 과정에 머리가 흔들리는 동작이나 치료는 금할 것을 권장한다. 예를 들어, 골프 운동, 충치치료 중 시행하는 치아드릴링이나 저주파 등의 전기자극치료, 박동성 두피 마사지 등을 시행 받는 경우 어지럼증이 재발하는 경우가 꽤 있고 이렇게 한번 재발하면 자주 반복되는 경우가 많아서 어지럼 발생 후 3개월간은 그런 운동이나 치료를 미루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