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경선연기론, ‘反이재명’ 전선으로 확대 양상

by이정현 기자
2021.06.09 00:00:00

8일 정세균 당지도부에 연기 요청.. 이낙연도 기울어
후보들 잇따라 “경선 연기 여부 논의해야”, 이재명 측만 반대
개헌 놓고도 양립.. “헌법 손봐야” vs “국민 구휼이 먼저”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연기론’이 8일 ‘반이재명’ 전선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여권 ‘빅3’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당지도부에 사실상 경선 시기 조율을 요청하고 이낙연 전 대표가 동조하면서다. 9월로 예정된 경선을 11월로 미루자는 것인데 군소주자를 넘어 주요 후보군에서도 거론되며 사실상 공론화됐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권력구조 개헌 구상 등을 밝히는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 전 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경선 시기나 방법 등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시점이 됐다”며 경선연기론에 힘을 실었다. 그는 “당헌·당규에 경선에 관한 규정이 있는데 그것은 절대불변은 아니고 필요하면 고칠 수 있도록 되어 있다”며 “정권재창출을 위해 대선 주자뿐만 아니라 당원들도 (경선연기론을)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빅3’ 중 경선 연기를 공식적으로 발언한 것은 정 전 총리가 처음이다. “당 지도부의 판단에 따르겠다”며 피동적인 입장을 고수해 왔으나 이광재·박용진·김두관 의원과 최문순 강원지사 등 군소주자들이 경선연기를 주장하자 힘을 실었다. 이낙연 전 대표 역시 전날 취재진과 만나 “당내 의견이 분분하다면 지도부가 빨리 정리하는 것이 맞다”며 경선 연기 쪽으로 기운 듯한 의견을 냈다.

경선 연기를 주장하는 이들은 ‘경선 흥행’과 ‘후보 보호’를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예정대로 경선 일정을 소화할 경우 코로나19 방역으로 비대면으로 치를 가능성이 크다. 반면 경선 시기를 조율한다면 ‘노마스크’로 전당대회를 치러 국민적 관심을 끌 수 있다. 이는 백신 접종이 순조로울 경우 11월께에는 집단면역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을 기반으로 한다. 또한 국민의힘보다 먼저 대선 후보를 낼 경우 상대 진영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맞을 가능성도 염두했다.



여권 선두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 측은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경선을 미룰 경우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나타날 수 있는데다 특정 주자를 중심으로 ‘반이재명’ 전선이 형성될 시간을 내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또한 경선 연기를 위해 당헌·당규를 손보는 과정에서 경선룰 변경으로 논의가 확대될 수 있어 괜한 분란을 자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지사를 공개 지지한 박홍근 의원은 “경선을 두 달 미룬다고 방역 염려가 사라지고 흥행에 성공할 거라는 것은 불확실한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며 “유불리를 따져 자주 약속을 바꾸고 규정을 고치는 것은 스스로 정한 원칙을 허무는 행위라 정당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정 전 총리를 돕고 있는 한 초선 의원은 “대다수의 후보들이 경선 연기에 방점을 찍은 만큼 이 지사 측도 마냥 반대하기는 힘들다”며 “결국 당 지도부가 나서서 정리를 해야 하는데 송영길 대표 입장에서는 선거 개입으로 해석될 수 있어 수동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개헌을 통한 판 흔들기도 이어지고 있다. 이 전 대표가 “토지에서 비롯되는 불공정·불평등을 개선해야 한다”며 토지공개념 3법 부활을 제안한데 이어 정 전 총리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포함한 분권 지향 권력구조 개편 개헌을 주장했다. 2, 3위 주자가 동시에 개헌론을 꺼낸 것인데 “경국대전을 고치는 것보다 국민 구휼이 더 중요하다”며 선을 그었던 이 지사와 차별화를 시도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