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낀세대' 40대 일자리서 밀려나고, 치킨집도 폐업위기

by원다연 기자
2021.05.17 00:00:00

지난달 늘어난 구직단념자 두명중 한명은 40대
도소매업 더딘 회복·산업재편에 취업전선 떠나
비임금근로자도 악화, 고용원 없는 자영업만 ↑
"40대 지원책 효과 낮아, 민간일자리 창출해야"

서울 송파구 문정비즈밸리 일자리허브센터의 구인 게시판. (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취업자 수가 두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며 고용시장이 코로나19 충격에서 회복하고 있는 모습이지만 ‘경제허리’인 40대의 위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지난달 늘어난 구직단념자 두명 중 한명은 40대였고, 자영업자들도 상황이 계속 악화해 40대에서는 나홀로 사장님도 크게 늘었다. 직장에서 밀려난 40대가 재취업은커녕 치킨집 창업조차 쉽지 않은 위기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는 얘기다.

16일 이데일리가 통계청의 4월 고용동향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40대 구직단념자는 9만 10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1만 3000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전체 구직단념자는 63만 5000명으로 전년같은기간에 비해 2만 5000명이 증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늘어난 구직단념자 두명 중 한명 이상은 40대란 의미다.

구직단념자는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을 희망하고 취업이 가능했지만, 일자리 부족 등의 노동시장적 이유로 일자리를 구하지 않은 사람 중 지난 1년 내 구직경험이 있었던 사람을 말한다.

지난달 40대 구직단념자의 증가는 특히 20대 구직단념자가 전년동월대비 2만 5000명 줄고, 30대에서 취업전선을 떠나는 이도 전년동월대비 보합 수준에 그쳤던 것과 대비된다.

고용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40대 일자리 비중이 높은 도소매업과 제조업 등의 회복이 더디게 이뤄지고 있고 코로나19를 계기로 산업 재구조화가 빨라지면서 재취업이 어려워진 40대가 아예 고용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지난달 취업자 현황을 산업별로 나눠보면 도매 및 소매업은 전년동월대비 18만 2000명이 줄었고, 제조업은 9000명이 증가하는데 그쳤다.



김경희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도소매업의 경우 고용 개선세가 뚜렷한 상황이 아닌데다 온라인 활성화, 키오스크 도입 등 비대면 선호 등의 산업 재구조화가 심화되고 있어 이같은 일자리에 종사 비중이 높은 40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자료=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
40대 자영업자 역시 상황이 악화일로다. 지난달 40대 자영업자 중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37만 5000명으로 3만 8000명이 줄었다. 반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87만 8000명으로 같은 기간 1만 7000명이 늘어났다. 같은 기간 30대 자영업자 중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3000명 늘고,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2만 4000명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종업원 임금을 감당할 여력이 안돼 이들을 내보내고 ‘나홀로 사장’으로 전환하고 있는 40대 자영업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40대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의 수는 지난 2019년 6월(88만 6000명)이후 가장 많다.

돈벌이가 끊기자 부업에 나서는 40대 자영업자도 늘어났다. 지난달 40대 자영업자 가운데 주된 일 외 부업에 나선 이는 2만 60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5000명이 늘어났다.

정부도 이같은 상황을 감안해 40대 고용대책을 내놓기는 했지만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처음 내놓은 40대 고용대책은 직업훈련비 지원과 직무체험 인건비 보조 등 기존 일자리에 40대를 포섭하는 방안과 함께 창업을 지원하는 방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년층은 정부의 재정 일자리가 흡수하고 청년층은 당장 취업수당 등의 지원을 받으면서 스스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고 해도, 일단 고용시장에서 한번 밀려난 장년층은 일자리 기회를 잡기 어렵다”며 “결국 40대 고용 개선을 위해서는 정부 지원책이 아닌 경제 여건 개선을 통해 민간의 일자리 자체를 늘리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