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3000억 복제약 시장 열린다…선점경쟁 '후끈'

by강경훈 기자
2018.02.18 01:00:00

1600억 B형간염약 '비리어드' 비롯해
올해 55개 제품군 총 115종 의약품 특허 만료
오리지널 약도 특허 만료 1년 뒤 가격 절반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특허 만료를 앞둔 ‘블록버스터’ 오리지널 약들과 관련,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복제약(제네릭)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국내 업계는 이미 2012년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 2015년 B형간염치료제 ‘바라크루드’ 특허 만료로 복제약 전쟁을 치른 바 있다. 올해에도 B형간염치료제 ‘비리어드’를 비롯한 블록버스터 약들이 잇달아 특허를 만료하면서 관련 복제약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1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국내에서 특허를 만료하는 의약품은 천식치료제 ‘심비코트’(아스트라제네카)를 비롯해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치료제 ‘트리멕’(GSK)·‘스트리빌드’(길리어드), 발기부전치료제 ‘레비트라’(바이엘), 항우울제 ‘심발타’(릴리), 항암제 ‘아바스틴’(로슈), 황반변성치료제 ‘루센티스’(노바티스), 골다공증치료제 ‘비비안트’(화이자), 안구건조증치료제 ‘디쿠아스’(산텐제약), B형간염치료제 비리어드(길리어드) 등 55개 제품군 총 115종이다. 업계에서는 이들 약을 합친 국내시장 규모가 3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한다. 매출 규모가 가장 큰 약은 비리어드로 지난해 국내시장에서만 1660억원이 팔렸다. 이어 아바스틴은 800억원, 트리멕·스트리빌드 등 HIV치료제가 300억원, 루센티스 200억원, 심비코트 100억원 규모다.

업계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는 품목은 단연 비리어드다. 의약품 통계조사 전문기관인 유비스트가 집계한 원외 처방실적에 따르면 비리어드는 2012년 국내에 출시한 이후 2013년 557억원, 2014년 966억원, 2015년 1253억원, 2016년 1541억원으로 매년 덩치를 키웠다. 지난해에는 1660억원으로 국내에서 판매하는 전체 약 중 매출 1위에 이름을 올렸다.

비리어드는 임상시험에서 단 한명의 내성환자가 발생하지 않았을 만큼 막강한 바이러스억제력을 지녔다. 비리어드는 지난해 11월 물질특허를 만료했고 올해 11월에는 염 특허를 만료한다. 염은 그 자체로는 약효가 없지만 약효성분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부속물질을 말한다.

국내 제약사들은 지난해 8월부터 비리어드 복제약 분야에 뛰어들었다. 한미약품, 동아ST, 종근당 등 10여개 제약사들은 비리어드 염을 회피하는 전략으로 물질특허를 무력화했다. 보령제약, 삼진제약, 동국제약, 휴온스, 제일약품 등은 비리어드에서 염을 뺀 복제약으로 판매품목 허가를 받았다. 오는 11월에는 염 특허 만료 영향으로 이들 업체보다 많은 제약사들이 비리어드 복제약을 출시할 예정이다.



오는 7월 제제특허를 만료하는 디쿠아스는 한미약품, 종근당, 삼천당제약 등이 지난해 12월 특허무효소송에서 이겨 제품 출시가 가능한 상황이다. 오는 12월 특허가 끝나는 비비안트는 한국콜마, 이니스트바이오제약, 현대약품 등이 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이미 특허가 끝난 심비코트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이 약은 먹는 게 아니라 미세한 건조분말을 흡입기를 통해 흡입하는 형태라 약은 복제가 가능해도 흡입기 복제가 어렵다. 아직 심비코트 복제약은 나오지 않고 있다.

아바스틴과 루센티스도 기존 복제약과는 상황이 다르다. 이들 약은 화학물질을 합성한 제네릭이 아닌, 단백질로 만든 바이오시밀러(생화학제제 복제약)다.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는 현재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이 상용화를 위해 경쟁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임상3상을, 셀트리온은 임상1상을 진행 중이다. 루센티스 바이오시밀러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현재 임상3상 진행 중이다.

다만 오리지널 약 특허를 만료해도 제약사들이 복제약으로 반사이익을 얻기 어려울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라크루드다. 바라크루드는 2015년 특허 만료로 수십종의 복제약이 쏟아졌다. 그 결과 2015년 1400억원에 달했던 관련 매출이 이듬해 820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이는 복제약 경쟁보다는 약 가격 인하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허 만료 직후 오리지널 약 가격이 70% 수준으로 떨어진 후 1년 뒤에는 53.3%가 되는 점을 감안할 때 판매량 자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닌 상황이다. 한 대학병원 대학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예를 들어 B형간염은 완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데, 복제약이 나오더라도 내성이 생기지 않는 이상 굳이 약을 바꿀 필요가 없다”며 “오히려 오리지널 약값이 저렴해져 오리지널 약을 더 선호하는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