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별味] 게딱지 속 주황색 장, 곰삭은 감칠맛 '감동'
by강경록 기자
2017.07.07 00:01:00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충남 태안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사철 해산물이 풍부하다. 대표적인 음식이 바로 간장게장이다. 태안의 안흥이 꽃게의 주요 산지이다. 게딱지 안의 주황색 ‘장’이 가장 맛있다 해 예부터 안흥항은 간장게장용 암꽃게의 주산지로 정평이 나 있다.
재미난 것은 본래 태안에서는 꽃게 장에 간장이 들어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산지인 탓에 싱싱하기도 했거니와 지금처럼 간장이 흔하지 않아서였다. 과거 태안에서는 오래 두고 먹을 음식에는 천일염을 툭툭 뿌려 말리거나 염장을 했다. 그래서 태안에서는 흔히 꽃게나 박하지, 능쟁이, 농게를 소금물에 담가 먹는 일은 흔한 일상이었다.
짭조름하게 간을 맞춘 소금물을 설설 살아 움직이는 꽃게에 붓고, 사나흘 지난 후 게에 간이 배면 소금장을 따라내 와르르 끓였다. 이를 완전히 식힌 후 다시 꽃게에 붓는 작업을 두어 번 반복하면 그제서야 게장은 맛이 든다. 지금 간장게장에 비하면 짜고 비린 듯하지만 밥도둑이 따로 없었단다. 그 게장에서 건더기를 건져 먹은 후 남은 국물은 보관해두었다가 갯벌에서 잡은 농게 등을 더 끓여서 다시 게장을 만들었다. 꽃게와 농게 등으로 여러 차례 게장을 담근 국물 속에는 단백질과 무기질이 자연스레 녹아들었다. 이 국물은 맛과 영양이 풍부한 겟국으로 탄생했고, 겟국은 다시 김장을 할 때 양념으로 이용했다.
겟국과 호박을 넣고 아무렇게나 버무린 김장김치를 태안 지역에서는 게국지라 불렀다. 어느 정도 익어 맛이 들면 국처럼 끓여 먹었는데, 겟국의 짠맛과 호박의 달큰함이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었다. 이것이 바로 태안의 토속음식인 게국지다. 어려웠던 시절 국물 한 방울까지 알뜰히 사용했던 조리법이 게국지 탄생의 일등공신인 셈이다. 이제는 맛도 맛이지만 어려운 시절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음식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김세만 한국관광공사 대전충남지사장은 “태안은 낭만적 해안여행을 즐길 수 있는 명소가 많아 다양한 체험과 이채로운 먹을거리를 즐길 수 있다”며 “올여름 섬과 해변에서 가족과 함께 태안의 맛있는 먹을거리와 함께 쾌적한 여름휴가를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