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최훈길 기자
2016.11.17 00:00:01
아시아 최초로 중미 시장 선점 효과
車·건설·한류 수혜..농산물 피해 과제
대선 앞두고 국회 비준동의 변수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한-중미 자유무역협정(FTA)은 보호무역이 거세지는 가운데 선제적으로 중미 시장을 공략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자동차, 철강 등 주력 수출품목이 시장을 선점하고 건설 수주를 확대하는 효과가 예상된다. 농산물 수입이 늘면서 국내 업계에 미칠 피해에 대한 대비책도 필요할 전망이다.
1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번에 6개국과 맺은 FTA는 중국, 일본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보다 빨리 중미권과 시장 개방을 추진하는 것이다. 2011년 8월 중국-코스타리카 FTA 외에 중국과 일본이 중미 쪽과 체결한 FTA는 아직 없다. 산업부 관계자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미 국가들에 대한 시장 선점을 통해 향후 일본, 중국 등 경쟁국들에 비해 유리한 고지를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상대적으로 시장은 크지 않다. 재작년에 체결된 한중 FTA의 경우 인구 13억명의 중국 내수 시장의 빗장이 열렸다. 니카라과·엘살바도르·온두라스·코스타리카·파나마·과테말라 등 6개국 인구는 4400만명이다. 지난해 우리와 이들 6개국과의 수·출입 무역규모는 40억5300만달러(수출 32억6900만달러) 수준이다. 정부는 FTA 체결 시 우리 수출이 17~32% 늘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는 성장세를 보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도널프 트럼프 당선 이후 보호무역이 강화되는 시점에 이번 FTA가 체결된 데 의미를 두고 있다. 북미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제3의 수출 활로를 모색했다는 이유에서다. 김학도 산업부 통상교섭실장은 “보호무역주의가 확대되면서 한미 FTA, 북미 시장이 불확실해졌다”며 “이 상황에서 북미와 남미를 연결하는 전략적 교두보를 확보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분야별로 보면 수출주력 품목이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중미 측은 자동차, 철강 등 우리 주력 수출 품목을 대폭 개방하기로 했다. 코스타리카는 승용차·승합차·화물차·자동차 부품의 관세를 즉시 철폐한다. 파나마도 철강제품·건설중장비 관세를 바로 없앤다.
중미 6개국의 자동차 시장은 17만8000대 규모(올해 기준)로 우리 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약 28%다. 중미 각국은 승용차를 자체 생산하지 않고 전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현재는 최대 30%(엘살바도르)까지 관세를 부과 중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FTA가 발효되면 일본과 경쟁 중인 우리 자동차 업계의 가격 경쟁력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소기업 수출품도 수혜 품목으로 꼽힌다. 화장품, 의약품, 알로에음료, 섬유, 자동차 부품(기어박스, 클러치, 서스펜션 등) 등 우리 중소기업 품목들도 개방 품목에 포함됐다. 코스타리카는 화장품을, 니카라과·파나마는 알로에 음료를, 온두라스는 의류 품목의 관세를 즉시 철폐하기로 했다.
건설 수주도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120억 달러에 달하는 정부조달 시장이 개방된다. 그동안 지하철, 교량 등 중미 지역 주요 프로젝트는 주로 브라질, 스페인 기업들이 주도했다. 정부조달 시장이 개방되면 우리 기업도 동등한 자격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또 코스타리카와 파나마의 민자사업(BOT) 개방도 확보해 우리 건설사들이 대규모 건설 사업에 진출할 전망이다.
한류 분야도 FTA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으로 전송되는 음악, 영화 등 디지털 콘텐츠에 대해서는 ‘내국민 대우’에 합의했다. 정부는 저작권, 상표권, 특허권, 디자인 등 협정문 전반에 걸쳐 WTO 지식재산권 협정 이상의 구체적인 보호장치를 마련했다.
반면 농산물 분야는 피해 대비가 필요한 부분이다. 커피, 설탕, 바나나·파인애플 등 열대과일 등은 콜롬비아·페루와의 FTA 수준으로 개방됐다. 쌀을 비롯한 민감한 품목은 제외됐지만 우리가 수입하는 개방품목은 1만2243개에 달한다. 국내 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향후 과제가 될 전망이다.
향후 변수는 국회 비준 동의 절차다. 내년 상반기 정식 서명이 완료되면 하반기에 비준동의 절차가 진행된다. 대선을 앞둔 시기다. 이 같은 피해 업종의 경우 국회에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전망이다. 정치권이 대선을 앞두고 비준동의를 늦출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김학도 실장은 “이해관계자들이 얼마나 국회에 의견을 낼지 여부에 따라 발효 시점이 결정될 것”이라며 “농산물 피해가 크지 않고 수출 효과가 크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릴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