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전자지불 4단계로..폰결제에서 모바일지갑으로

by김현아 기자
2014.05.02 00:01:20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휴대폰 보급 대수가 5500만 대를 넘어 전체 인구보다 많은 대한민국.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식사한 뒤 스마트폰을 꺼내 스마트웰렛(SK플래닛)·모카(KT),페이나우(LG유플러스)앱으로 포인트나 쿠폰을 확인하고 결제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하지만 물건을 사고 현금이나 네모난 신용카드외에 휴대폰으로 내는 문화는 사실 2000년 피처폰(2G폰)때부터 있었다. 소위 통신과금(전화결제)서비스가 그것이다.

우리나라는 2000년 ‘세계 최초’로 전화결제서비스를 시작했다. 500원짜리 벨소리 같은 소액 디지털 콘텐츠를 사는데 신용카드를 쓰기 번거로우니 전화기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사고 싶은 인터넷 콘텐츠를 선택한 뒤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하면 인증번호가 날아오고 이를 입력하면 신용카드나 무통장 입금 없이도 살 수 있었다. 대금은 나중에 휴대전화나 집전화 이용요금과 합산해 청구됐다.

이동통신사업자와 지불결제대행사(PG)의 협업으로 가능했는데,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사는 통신요금과 함께 대금을 징수하는 업무를, 다날(064260)·KG모빌리언스(046440)·SK플래닛·갤럭시아커뮤니케이션즈 등은 거래정보 송수신이나 대가의 정산을 매개하는 업무를 한다.

<휴대폰 소액결제 시장 현황>(단위 억원) 출처: 전화결제산업협회, 2014년 2월 현재
어찌보면 특별한 기술이 필요없는 아이디어 서비스지만, 시장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서비스 시작 10년 만에 시장규모가 연평균 약 26.4%씩 성장해 2013년 말 3조 6800억 원이 된 것이다. 조용태 한국전화결제산업협회 사무국장은 “다날, 모빌리언스, 인포허브간 특허분쟁을 겪고 3사가 특허를 공유하기로 하면서 시장이 안정화됐다”면서 “디지털 시장이 포화된 2008년부터 옥션이나 지마켓 같은 곳에서 실물시장이 열리게 된 것도 시장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각 사별 시장점유율> 출처: 전화결제산업협회, 2014년 3월 기준
전화결제는 2002년 이동통신회사들이 ‘모네타’나 ‘K머스’, ‘뱅크온’ 같은 칩기반 모바일 결제시스템을 상용화하면서, 위기를 맞을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그러나 ARS(자동응답시스템)또는 SMS(문자메시지전송)방식의 인증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휴대폰 보급이 늘면서 더 많이, 더 자주 전화결제를 찾았다.



오히려 이통3사의 칩기반 모바일 결제가 금융권과의 갈등과 수요예측 실패로 인해 수백 억원의적자를 떠안은채 사라졌다. 당시 모네타 등은 휴대폰 속 칩에 신용카드를 넣고 가맹점에 단말기(동글)를 구축해 결제토록 했는데, 소비자들은 여전히 지갑 속 신용카드를 꺼내 지불하는 데 익숙했던 것이다.당시 이통사들은 여러 개의 신용카드를 하나의 칩에 담아 소비자가 카드별로 칩을 뺐다 꼈다 하지 않아도 되는 기술까지 개발했지만, 동글 투자 비용에 비해 서비스 확산이 늦어 결국 실패했다.

2010 년이후 국내 전지지불 서비스는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2009년 11월 KT가 국내에 아이폰을 들여오면서 휴대폰은 컴퓨터에 가까워졌다.가입자식별모듈(USIM) 칩과 근거리통신망(NFC)은 3세대(G)통신망때부터 있었지만, 개방된 환경의 앱 시장이 열리면서 스마트폰으로 계좌이체나 온·오프라인 결제는 물론 주식거래도 활성화됐다. 카드사들은 앞다퉈 ‘모바일 카드(앱)’를 내놓기 시작했고, 이통사들은 ‘모바일 전자지갑’을 선보였다.

모바일 전자지갑이란 다양한 멤버십 카드의 발급 및 관리, 쿠폰, 기프티콘, 상품권 및 지불 결제까지 스마트폰 하나로 이용할 수 있는 앱이다. 앱 하나로 멤버십뿐 아니라 결제도 가능한데, 이통사가 직접 하는게 아니라 신용카드사나 소액전화결제와 서비스 연동을 통해 해결한다. 현재 앱 다운로드 기준으로 스마트웰렛(SK플래닛) 1200만 건, 모카(KT) 1060만 건 등에 달할 정도로 인기다.

스마트월렛 앱 아이콘
전문가들은 국내 전자지불 시장은 향후 1~2년 내에 대변혁을 겪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우리나라에도 미국에서 인기를 얻는 페이팔 같은 로그인 기반 ‘원클릭’ 결제서비스가 출현할 전망이다.

페이팔은 세계최대의 전자상거래 업체인 이베이의 자회사인데, 내 이메일 계정 등을 이용해 아이디와 패스워드만 만들면 바로 결제할 수 있고, 오프라인 결제시간도 짧다.로그인 기반 자체 계좌를 통해 이용자가 별다른 조치 없이도 신용카드를 쓸 수 있고, 근거리 위치 인식기술을 적용한 무선센서 비콘(Beacon)을 매장에 설치해 결제시간도 줄인 것.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액티브X를 기반으로 한 공인인증서 외에 다양한 인증수단이 주목받으면서 페이팔과 아마존의 ‘원클릭’ 같은 서비스가 주목받는다”면서 “구글과 페이스북도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