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여성 인터뷰]"창업 땐 '여사장'이 훨씬 유리"
by성선화 기자
2014.03.23 06:00:00
XML 솔루션 및 한글화 전문 업체 '이포넷' 이수정 대표
주식은 떨어져도 고민, 올라도 후회..사업 이외 재테크엔 소질 없어
[이데일리 성선화 기자] 결혼 전 매일 지각하는 남편이 안쓰러워 매일 새벽 그의 집으로 갔다. 아침 잠이 많은 그를 깨워 함께 출근하기 위해서다. 이수정 이포넷 대표와 남편은 방산업체 입사 동기였다. 추운 겨울날 눈이 내려 정문이 열리지 않을 땐 치마를 입고도 담장을 넘었다. 그는 “지금 생각하면 지독한 짝사랑이었다”고 회상했다.
19일 서울 서초구 이포넷 본사에서 만난 이 대표는 “마침 전날 짐 정리를 하다 결혼 전 쓴 연애 편지를 발견했다”며 “지금 읽으니 그야말로 헛웃음만 나온다”며 웃어 보였다.
그의 러브 스토리를 듣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무려 6년 동안을 집요하게 쫒아다녔다. 독실한 기독교인 이 대표는 처음 손 잡는 사람과 결혼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대학 시절에도 연애 한번 하지 않았다. 그리고 처음 입사한 회사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난 것이다. 그는 “그렇게 지독한 스토커가 없었다”며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면 정말 무서웠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남편을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다. 자신보다 똑똑했다는 것. 자신의 눈에 외모가 마음에 들었다는 것. 대신에 남자의 집안은 보지 않았다고 했다. 결국 그의 선택은 옳았다. 얼떨결에 시작한 창업이 번창하자, 국내 대기업에 다니던 남편이 회사를 그만두고 그의 일에 뛰어들었다.
“처음엔 남편이 사장이 하고 제가 실장을 했어요. 전형적인 이공계인 남편의 성격상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하는 사장 자리가 적성에 맞지 않았어요. 하지만 저는 달랐죠. 기본적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얘기 하는 것을 정말 좋아해요.”
열정적으로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일도 열심히 할 수 있는 것일까. 처음 그가 마련한 사무실은 1층이 족발집은 2층 단독 주택이다. 이포넷의 매출은 50% 이상이 번역 작업에서 나온다. 해외에서 국내로 들여오는 거의 모든 소프트웨어의 한글화 작업을 한다. 당시 내로라는 글로벌 기업 임원들이 초라한 그의 사무실로 찾아왔다. 하지만 이 대표는 전혀 부끄럽지 않았다고 했다.
“지금 아이들이 제 모습을 보고 창업을 하고 싶다고 해요. 하지만 처음 10년 동안은 정말 미친듯이 일에 매진했어요.”
이 대표는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헝그리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모든 것을 밑바닥부터 시작해야한다고 했다. 그래야 직원들에게도 지시를 내릴 수 있다는 논리다.
특히 여성이 남성과 경쟁하려면 자신만의 필살기가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전문성을 길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직장 생활을 여성이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전문영역을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성으로 유리한 점도 있다. 그는 일단 일정 직급이상 올라가면 오히려 여성이라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했다. 이것이 바로 남사장 보다는 여사장이 훨씬 유리한 이유다.
여성들에게 부족한 것은 희생 정신이라고 꼬집었다.
“전체 직원들이 야근을 하는데 혼자 여자라고 일찍 퇴근할 수 있죠. 남자들도 앞에서는 뭐라고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뒤에서는 이래서 여자는 뽑으면 안 된다고 하죠.”
그는 여자라서 혜택을 보는 점이 있으면 그만큼을 다른 부분에서 만회를 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입사 동기였던 여자 친구에게서 많이 배웠다고 했다. 여자라는 혜택만 누리고 희생은 눈꼽만큼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야근을 하려고 회사 옆에 집을 구해놓고 남자들과 똑같이 일을 했다.
비상장인 그의 회사는 최근에 M&A를 위해 여의도 빌딩 일부를 팔았다. 보유한 강남 아파트만 2채다. 파주 지역에 일부 상가도 있다. 하지만 이는 재테크를 위한 목적이 아니었다. 실제로 그가 한 재테크는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대부분 실패였다. 대신 회사에서 창출되는 현금 자산이 많다. 돈은 사업으로 버는 것이다.
“주식은 떨어져도 고민이지만 올라도 번뇌를 줍니다. 조금만 더 가지고 있을 걸이란 후회가 밀려오니까요. 회사에서 딴 생각하는 직원들을 보면 대부분 주식을 하고 있어요.”
이 대표는 “여성들의 경제적 독립이 중요하다”며 “그래야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남자 덕보려는 생각은 애당초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부잣집 시댁은 그만큼 요구하는 것도 많습니다. 차라리 시댁에 도움을 주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사는 게 마음 편합니다.”
그는 스스로 쟁취형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심취한 것은 선교 활동이다.
끝으로 무엇이든 열정적으로 심취할 수 있는 에너지는 즐거움이라며 스스로 즐거운 일을 찾아야한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