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니지먼트(Funagement)] 퍼니지먼트 대가들의 공통 DNA
by류성 기자
2014.01.02 01:01:01
[이데일리 류성 산업 선임기자 최규상 한국유머전략연구소장] ‘퍼니지먼트’(Funagement)를 성공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기업이나 기업인은 많지 않다. 더욱이 비즈니스에서 웃음과 유머를 부차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기업문화가 강한 국내는 퍼니지먼트가 설 자리는 더욱 좁다. 그럼에도 퍼니지먼트라는 ‘재미나는’ 경영기법은 서서히 확산되는 추세다. 퍼니지먼트를 정착시킨 기업들은 여타 기업에서는 볼 수 없는 공통적인 기업문화를 갖고 있다.
◇재미(fun)가 가장 중요한 경쟁력
“곰들은 건빵을 아주 좋아합니다. 아마도 전생에 군인이었던 모양입니다.” 대전 오월드의 ‘사파리 엔터테이너’ 한상민 주임. 이곳 사파리에서 가장 인기 있다는 호랑이, 사자만큼이나 사파리 관람객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명물’이다. 한 주임은 사파리 엔터테이너란 직함이 말해주듯 사파리 관람객들을 유머와 위트로 즐겁고 웃기게 만드는 것이 주요 임무다.
‘장사의 신’이라는 베스트셀러의 저자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일본 기업인 우노 다카시의 인생 모토는 일소일배(一笑一盃)다. 한 잔씩 마실 때마다 한번 웃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미다. 다카시는 일본에서 가장 재미있다는 선술집 20여 곳을 운영하고 있다. 퍼니지먼트의 대가답게 그는 “장사란 고객을 즐겁게 하는 것”이라는 경영철학을 고수한다. ‘대충 썰어 더 맛있는 회.’ 그가 고객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있는 최고 인기메뉴다.
방제회사인 세스코는 10여 년 전부터 홈페이지에서 고객들과 웃음과 유머로 소통하면서 급부상했다. 고객들이 아무리 엉뚱한 질문을 던져도 재치 있게 답변해준다. “바퀴벌레나 모기를 영양식으로 즐겨도 괜찮을까요?”라고 물으면 게시판에는 기상천외한 대답이 달린다. “바퀴와 모기는 고단백질로 영양가는 있으나 병원균이 많이 묻어 있으니 잘 처리하고 드셔야 합니다.”
◇긍정적 마인드
“앞으로 찬 것 드시지 마세요. 아이스크림은 데워 드시고, 음료수는 볶아 드세요.” 대전 십자약국의 정일영 약사는 약국을 찾는 고객들에게 약 대신 웃음을 먼저 선물한다. 웃음은 면역수치를 강화시켜 병을 낫게하는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퍼니지먼트 리더는 위기상황에서도 긍정적인 기회를 발견한다. 영국 버진그룹 창업자 리처드 앤더슨은 어찌할 수 없는 난감한 상황 속에서도 긍정적 사고로 우연히 회사를 세우게 됐다. 한번은 그가 푸에르토리코로 출발하려는데 항공기가 취소돼 관광객들이 우왕좌왕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는 이 기회를 놓칠세라 곧바로 2000 달러에 전세기를 임대, 어쩔 줄 몰라하는 관광객들을 모집했다. “버진항공사, 푸에르토리코행, 39달러.”
펀 기업은 긍정을 먹고 성장한다. 미국 메사츄세츠에 있는 소형 항공회사인 케이프항공은 조그마한 섬들을 연결하는 지방항공사다. 섬 지역에서 발생하는 잦은 안개가 골칫거리였다. “비행기 언제 출발하나요?” “안개가 걷혀야 하기 때문에 언제 걷힐지 알 수 없습니다.” “아니 그걸 모르면 어떡합니까” 안개가 끼면 고객서비스 부서는 온 직원이 파김치가 되도록 고객들을 응대해야 했다. 이 항공사는 고민끝에 유머 하나로 문제를 해결했다. 다음은 안내 데스크에 붙여놓은 문구. “하나님과 직통전화가 잠시 끊겼습니다. 그래서 언제 안개가 걷힐지 알 수 없습니다. 통화되는대로 알려드리겠습니다.” 이 문구는 두고두고 고객들의 입에 회자돼 케이프 항공은 재미있는 항공사라는 애칭까지 얻게 되었다.
◇고객보다 직원의 행복이 먼저
“회사의 규모와 관계없이 웃어밥을 직원들이 가장 행복해하는 일터로 만들겠다.” 주먹밥 업계에서 펀 마케팅으로 주목받고 있는 최성호 웃어밥 대표는 직원 행복이 회사경쟁력의 원천이라고 확신한다. “나에겐 무엇보다 직원이 최우선이고, 두 번째가 고객이며, 세 번째가 주주다.” 리처드 앤더슨 버진그룹 창업자도 누구보다 직원의 행복을 최우선시하는 경영인이다. 직원들이 행복하지 않는 한 고객들을 웃음으로 행복하게 만들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국내 여행사인 ‘여행박사’의 신창연 창업자 또한 직원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신 창업자는 “직원이 행복하지 않으면 기업은 성공할 수 없다”는 경영철학을 틈나는 대로 직원들에게 설파하고 있다.
◇주인 의식
일본의 대표적인 펀 기업인 주켄공업은 자동차 톱니바퀴를 만들고 있다. 직원이 70여 명에 불과한 작은 규모에도 대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기업경쟁력을 갖추게 된 배경엔 직원의 자부심을 키워주는 경영 노하우가 숨어 있다. 직원을 뽑을 때는 ‘선착순’으로 뽑고, ‘자유로운 출퇴근제’를 통해 직원들의 자기관리 능력을 키워준다. 여기에 주켄공업의 회사 사전에는 ‘해고’라는 단어가 없다. 직원들이 주인의식으로 똘똘 뭉칠 수 밖에 없다.
국내의 대표적 펀 기업인 여행박사 또한 평생 고용을 직원들에게 보장한다. 평생 일해야 하는 직장이기에 직원들의 주인의식은 당연시된다. 최중규 조개일번지 사장은 “1년 이상 근무하면 모든 사업 노하우를 전수시켜 주겠다”며 직원들의 주인의식을 권장한다.
◇차별화를 실천하는 용기
퍼니지먼트를 성공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기업들의 또 다른 공통 DNA는 ‘남과 다르게 하겠다는 용기’다. 남과 다르다는 것은 어느 기업도 따라올 수 없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경쟁력을 갖게 된다. 사우스웨스트가 처음 항공시장에 뛰어들었을 때 기존의 항공사에서 쳐다보지도 않았던 단거리 항공노선에만 치중했다.
지난 1996년 미국 뉴욕 5번가 광장에 느닷없이 탱크가 등장했다.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자사 브랜드인 버진콜라를 홍보하기 위해 탱크를 직접 타고 나타난 것이다. 그는 이날 광장 건물에 서 있는 대형 코카콜라 광고판에 버진콜라로 만들어진 포탄을 쏟아부었다.
펀 경영은 경영, 광고, 마케팅, 상품등에서 독특하고 차별화한 이미지를 만든다. 세계적 디자인그룹인 아이디오는(IDEO)는 놀이와 즐거움을 바탕으로 한 펀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애플의 마우스를 디자인 할 때 동네 장난감 가게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는 미국 산디에고에 있는 범고래 쇼로 유명한 씨월드와 공동마케팅을 벌이면서 항공기 전체를 범고래 모습으로 페인트 칠을 해 고객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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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는 회사 규정에 “모든 직원들은 일에서 재미를 가질 자유가 있다”고 명시하며 퍼니지먼트를 의도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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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미국 뉴욕 5번가 광장에 느닷없이 탱크를 몰고 등장했다. 자사 브랜드인 버진콜라를 홍보하기 위해 탱크를 직접 타고 나타났지만 고객에게는 독특한 재미와 흥미를 선사한 이벤트였다. 버진그룹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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