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신세계]③'액션만화 키드, 웹툰을 뒤돌려차다'

by정병묵 기자
2013.08.21 02:58:32

'갓오브 하이스쿨' 박용제 작가 인터뷰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집행위원 5명 vs 프리스트 대장, 누가 이기나요?”

“프리스트 대장은 아마 진태진과 1대 1로 싸운 놈을 말하시는것 같은데 그 놈이 맞다고 가정하고 말하자면 대장이 이긴다고 봅니다”

한 포털사이트 지식검색에 오른 진지한 질문과 답변이다. 지난 2011년 연재를 시작한 이래 네이버 만화 섹션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줄곧 조회수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화 ‘갓 오브 하이스쿨(GOH)’의 등장인물 중 누가 더 세냐는 이야기다.

19일 경기 부천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작업실에서 만난 ‘GOH’의 박용제(33·사진) 작가는 “데뷔를 마음 먹고 무엇을 그릴지 고민했는데 가장 잘 하는 것을 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며 “10대 때 내 마음을 뛰게 했던 학원 액션 장르를 복원하는 것이 의미 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20일 현재 121회까지 연재된 ‘GOH’은 코믹, 스토리 위주의 웹툰에서 명맥이 끊긴 보기 드문 정통 액션물이다. 전 세계의 고등학생들이 모여 ‘짱’을 가리는 내용으로 폭넓은 중고생 팬들을 확보하고 있다. 역시나 작가 스스로가 1990년대 중고생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캠퍼스 군단’, ‘진짜사나이’ 등 학원 액션물과 일본 판타지 액션의 대명사 ‘드래곤볼’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고.

이 작품은 게임 개발사 다야에듀테인먼트가 판권을 획득해 게임으로 제작하고 있기도 하다.



박용제 작가에게 웹툰이란 만화가의 꿈을 이루게 해 준 고마운 ‘터’이다. 만화과를 졸업 후 상경, 친구 5명과 자취를 하며 2년 반 동안 습작을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출판 만화를 통한 등단을 목표로 했지만, 저변이 넓어지는 웹툰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네이버 ‘도전만화가’를 통해 독자들의 지지를 받아 2008년 ‘쎈놈’으로 데뷔했다. 가슴에 칼을 품고 만화계에 뛰어든 수많은 지망생들이 데뷔하지 못하는 것을 볼 때 비교적 이른 시점에 프로 작가가 된 셈이다.

박 작가는 “운이 너무 좋았다”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작화 근본주의자’로서 집요한 장인정신이 독자들의 인정을 받았다. 그는 한 획이라도 잘 못그렸다 싶은 그림은 다시 쳐다보기도 싫을 정도로 작화의 완성도에 집착한다.

그는 “웹툰에서는 상대적으로 그림보다 스토리에 힘을 주는 분들도 많지만 나는 스토리보다 자신 있는 작화에 힘을 주고 싶다”며 “웹툰 작가로 활동하고 있지만 출판 만화를 보고 만화가로서의 자양분을 쌓았기에 그림 중심의 전통적인 만화 작법에 더 중점을 두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박 작가는 웹툰으로 만화가가 될 수 있는 경로는 더 많아졌지만 수많은 프로와 아마추어들 사이에서 경쟁하는 것이 어쩌면 더 치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댓글을 통해 실시간으로 올라 오는 독자의 반응도 신경 써야 한다.

박 작가는 또 “웹툰 시대가 되면서 만화가 음지에서 양지의 문화로 올라왔고 다양한 장르가 활성화 된 것은 장점”이라면서도 “그러나 과거 메가히트작을 내면 작가가 집을 살 정도의 돈을 벌었는데 요새는 그런 경우가 별로 없어 젊은 작가들이 바라볼 만한 목표가 적다”고 아쉬워했다.

갓 오브 하이스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