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이젠 받는 게 아니라 베푸는 날”

by김혜미 기자
2012.05.15 06:00:00

제자사랑 교직원 장학금 전달 등 행사 마련
“학생·학부모 등 교육공동체 신뢰 회복 노력”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오는 15일 ‘제 31회 스승의 날’을 맞아 일선 학교에서 이례적인 행사들이 예정돼 있어 눈길을 끈다. 그동안 스승의 날은 학생들이 교사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는 날로 인식돼 왔지만, 이제는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무언가를 베푸는 경우가 늘고 있다.

14일 서울시교육청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강북구 인수중학교에서는 15일 오후 사제동행 체육대회를 연 뒤 교직원들이 ‘제자사랑 교직원 장학금’을 전달할 예정이다. 인수중학교 교직원 장학회에서는 지난 2007년 이후 지금까지 40여명의 교직원들이 매달 정성을 모아 어려운 형편에 있으나 성실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연 1~2회 장학금을 지급해 왔다.

인수중학교 관계자는 “사제지간의 의미가 점점 퇴색되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과 교사의 벽을 허무는 뜻 깊은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형 혁신학교인 구로구 오류중학교에선 오전에 학교 정문에서 교사들이 직접 만든 사랑의 주먹밥을 나눠주기로 했다. 이를 위해 교사들은 14일 오후부터 재료를 준비했다. 홍제남 오류중 교육혁신부장은 “평소 학생들이 아침밥을 잘 먹지 못하고 온 데서 착안한 것”이라며 “교사들이 스스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성찰하고 표현하자는 뜻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북 안동의 녹전초등학교에서도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음식을 만들어주는 행사가 마련돼 있다. 이 학교에서는 당초 가정 체험학습을 실시하기로 했지만, 계획을 바꿔 교장을 비롯한 모든 교사들이 함께 요리를 만들어 점심을 먹기로 했다.

동대문구 정화여자상업고등학교에서는 오전 7시30분부터 40분간 교문에서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프리허그(Free Hug)’를 하기로 했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포옹과 동시에 “힘내”, “넌 잘할 수 있어”, “사랑한다”는 등의 말을 건네고, 원하는 학생에게는 폴라로이드 사진기로 기념 촬영을 남길 예정이다.

이같은 행사는 그동안 무너져 내린 학생 및 학부모들과의 신뢰를 회복하고, 교사 스스로를 되돌아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스승의 날’하면 ‘부담’을 가장 먼저 느낀다는 교사들이 가장 많았고, 학생들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은 ‘선생님 존경합니다’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동석 한국교총 대변인은 “사랑과 믿음, 신뢰는 교감이 대단이 중요하다”며 “제자들에게 신뢰와 사랑을 보여줌으로써 교육공동체의 신뢰를 회복하고 인간적인 감화가 일어나도록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