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센 `레이` 등장..박스카 삼국지
by김현아 기자
2011.11.25 07:25:28
경차 혜택에다 연비 경쟁력·공간 활용성으로 승부수
공공기관에는 전기차 형태로 공급..미국선 쏘울, 일본선 큐브가 인기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우리나라에서도 '박스카'가 대중화될까. 기아차가 경차 혜택으로 무장한 '레이'를 내놓으면서 얼마나 많은 인기를 끌지 관심이다.
박스카는 일반 승용차보다 전고가 높아 실용적이다. 낚시 여행을 가거나 유모차를 싣고 마트에 장 보러 갈 때 쓰기 좋다. 국내서도 신개념 다목적퓨전차량(CUV)이란 이름으로 2008년 기아차(000270) 쏘울이 출시됐지만 큰 반향은 없었다. 하지만 올해 8월 '효리차'로 유명해진 닛산의 '큐브'가 상륙하면서 변하기 시작했고, 기아차 '레이'로 정점을 찍는 모습이다.
사실 '레이'는 모습만 '큐브'와 유사할 뿐, '큐브'와는 배기량과 동력성능, 연비면에서 다른 차다. 경차 혜택을 받는 '레이'의 최대 경쟁자는 형제격인 '올뉴모닝'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 '레이'의 등장으로 중고차 시장에선 구형임에도 승승장구 해 왔던 모닝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하지만 개성있는 자동차를 원하는 2030 세대나 장보기 등을 위해 세컨드카가 필요한 소비자들에게 박스카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다가오고 있다.
국내에 출시된 박스카는 쏘울, 큐브, 레이 정도. 쏘울과 큐브는 각각 엔진 배기량이 1600cc및 2000cc, 1800cc이고 레이는 1000cc다. 그래서 동력 성능만 보면, 쏘울이나 큐브가 레이보다 우수하다.
지난 6월 감마 1.6 GDI 엔진을 달고 새롭게 출시된 '쏘울GDI'의 경우 최고출력 140마력, 최대토크 17.0kg·m의 동력성능을 발휘하고, 큐브는 1.8리터급 4기통 DOHC 엔진을 장착해 최고출력 120마력, 최대토크 16.8kg·m의 성능을 보여준다. 하지만 레이에는 카파 1.0 MPI 엔진이 장착돼 최고출력은 78마력, 최대토크 역시 9.6kg·m에 불과하다.
그러나 연비나 경차 혜택 고려시 레이의 장점이 빛난다. 연비의 경우 쏘울GDI가 15.7km/ℓ, 큐브가 14.6km/ℓ 이나 레이는 17.0/ℓ여서 훨씬 경제적이다. 가격은 쏘울GDI(가솔린 모델)가 1505만원~1895만원, 큐브가 2190만원~2490만원, 레이가 1240만원~1495만원(가솔린 모델)이다.
레이가 가장 저렴하지만, 일각에선 뒷자석의 슬라이딩 기능이나 내비게이션 장착시 최대 1745만원에 달한다며, 경차로선 부담스럽다는 반응도 있다. 그러나 레이에는 급제동시 바퀴의 미끄러짐을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ABS는 물론 차세대 차체자세제어장치(VDC)인 VSM과 6에어백이 기본 장착됐고, 경사로에서 차가 뒤로 밀리는 것을 방지하는 HAC 기능, 2열 3점식 시트벨트도 기본장착해 경차로선 최고의 안전·편의사양으로 무장하지 않았냐는 반론도 만만찮다.
기아차 관계자는 "레이는 취·등록세 및 공용주차장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경차이고, 앞문과 뒷문 사이에 기둥이 없는 B필라리스(pillarless)와 2열 슬라이딩 도어를 적용해 탁월한 개방감과 편리한 승하차와 물품 싣기가 가능하다"면서 "경차의 혜택을 지닌 새로운 세그먼트의 CUV로 봐 달라"고 말했다.
기아차는 레이의 전기차 버전도 출시해 공공기관에 공급할 예정이다. 뛰어난 화물 적재성을 무기로 현대차(005380) 전기차 블루온을 대체해 나간다는 것이다.
미국에선 쏘울이, 일본에서는 큐브가 인기다. 미국 시장에서 2011년 1~10월까지 박스형 소형차 판매추이를 보면 쏘울은 8만5778대, 큐브는 1만3850대 팔리는 데 그쳤다. 큐브는 근소한 차이지만 도요타 싸이언 xB(1만4371대)보다도 판매가 덜 됐다.
하지만 일본에선 큐브가 대세다. 국내서 팔리고 있는 3세대 큐브는 2008년 런칭이후 올해 10월까지 일본에서만 약 20만대가 팔렸다.
한국시장은 큐브의 인기몰이가 상당한 상태. 쏘울은 해외에서의 인기세와 달리 큐브가 출시된 지난 8월 1534대 팔리는 데 그쳐, 전년 동기대비 10.2%나 판매량이 줄었다. 반면 큐브는 8월 한달동안 416대 팔려 단숨에 수입차 월판매 4위로 올라서더니, 10월까지 1180대 팔렸다. 판매대수만 보면 쏘울에 못미치지만, 수입차라는 약점과 물량 부족에 따른 공급차질 등을 감안했을 때 상당하다는 평가.
한국닛산 관계자는 "엔고가 심하지만 2000만원대 초반으로 가격을 정한 것은 닛산의 다양한 라인업을 국내에 소개한다는 측면이 강했다"면서 "일본 공장의 생산 차질 때문에 공급이 원활하진 않지만 큐브는 월 300대 판매라는 목표를 넘어섰으며, 레이의 출현으로 박스카라는 세그먼트가 한국시장에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