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벤츠'' 심장 단 뉴 체어맨W..''움직이는 집무실''
by김보리 기자
2011.09.19 07:00:01
안전을 위한 첨단기술 대거 장착
벤츠 엔진 사용..306마력·45.0㎏∙m
[이데일리 김보리 기자] 메르세데스-벤츠를 타고 싶으면 쌍용차를 타라? 유럽 태생의 프리미엄 브랜드 벤츠와 토종 브랜드 쌍용차가 무슨 관계라니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벤츠의 엔진과 변속기를 그대로 사용한 체어맨 W의 속을 들여다보고 나면 얘기는 달라진다.
체어맨은 쌍용차(003620)의 유일한 승용차 라인업이자, 플래그쉽 모델이다. SUV 위주의 라인업을 중심으로 한 업체 중 승용차 라인업은 대중 모델이 아닌 플래그쉽 모델을 만드는 메이커는 세계적으로도 쌍용차가 거의 유일하다. 체어맨은 그만큼 쌍용차의 자존심인 셈이다.
체어맨W는 운전자를 따로 두는 '쇼퍼 드리븐'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럭셔린 트림인 V8 5000㏄를 시승했다.
지난 2008년 이후 3년 만에 새롭게 나온 뉴 체어맨W는 중후함에 세련미를 덧입었다. 기존 모델에 비해 역동성을 강조한 느낌이다. 폭포수를 연상시키는 라디에이터 세로 무늬의 그릴이 맨 먼저 눈에 들어온다. 굵은 선과 얇은 선을 교차로 사용해, 세련미를 더했다.
리어 램프 또한 LED로 구성됐으며, 급제동 때 스톱 램프를 1초에 4회 점등하는 ESS 기능이 포함됐다. 대형 범퍼 아래에는 크롬으로 감싼 두 개의 머플러 역시 세련되면서도 깔끔한 느낌이다. 후면램프는 L자형으로 바꿔 좀 더 스포티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바퀴로 눈을 돌리면 19인치 휠을 사용해, 다부진 인상을 준다.
실내는 전반적으로 번쩍거리는 유광 대신 무광 재질을 사용해 은은한 고급스러움을 살렸다. 뒷좌석용 최고급차인 만큼, 뒷좌석에 앉으면 편안한 쇼파가 연상된다.
암레스트에 별도의 오디오와 공조장치 버튼이 있다. 뒷좌석 탑승자를 위한 별도의 모니터와 암레스트에 설치된 공조장치, 그리고 안마기능까지 '체어맨'이란 이름 답게 이동 중에 집무를 보기에도 손색이 없어 보였다. 뒷좌석에서 햅틱 컨트롤러를 통해 음량 등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은 국내 차종 중 체어맨 W가 유일하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최고급 하먼카던 7.1 채널 오디오·비디오 시스템은 운전의 재미를 더했다. 카오디오로 유명한 하만 인터내셔널 그룹의 대표적인 브랜드이자 벤츠 S클래스와 마이바흐 등도 사용됐다. 특히, 뒷좌석에서 햅틱 컨트롤러를 통해 음량 등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은 국내 차종 중 체어맨 W가 유일하다고 한다.
안전사양 중에서는 처음으로 3세대 와이드 스캐닝 타입의 액티브 크루즈 콘트롤이 적용됐다. 기존 2세대 크루즈 콘트롤 시스템이 전방 차량만 감지해 옆 차선 차량의 급차선 변경을 감지하지 못했던 것과는 다르게 체어맨 W에 적용된 사양은 전방뿐만 아니라 측면 차선까지 장애물 및 차종을 감지해 주변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가 쉽다.
체어맨 W 5.0은 벤츠와 같은 심장인 엔진과 트랜스미션을 사용한다. 3.2와 3.6모델이 벤츠의 기술을 들어와 창원공장에서 직접 만든 엔진을 탑재한다면 5.0모델은 벤츠에서 그대로 들여온 순정 엔진 그대로를 사용한다. V8 5.0모델은 이전 벤츠 S·E 클래스에 탑재된 엔진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V8 5.0리터 심장과 7단 자동변속기(후진 2단)의 조화로 5600rpm에서 306마력의 최고출력과 4000rpm에서 45.0㎏∙m의 최대토크를 기록한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2톤에 가까운 육중한 체구가 부드럽게 움직이고, 가속감도 탁월하다. 시속 120km 까지는 쉽게 올라간다. 도로 여건 상 시속 150km까지 속도를 내봤다. 텅 뚫긴 도로만 이어진다면 그 이상도 무리없이 가속된다.
응답성은 육중한 차체임에도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h까지 내는 시간)이 7초면 충분할 정도로 빠른 편이다. 연료소비효율은 L당 7.3∼8.5km. 실제로 도심길과 고속화도로를 적절히 달려보니 6km안 팎을 기록했다.
정숙성은 체어맨W의 장점 중 하나다. 속도를 시속 150㎞로 줄이고 달렸는데도 거슬리는 소음이 거의 없을 정도다. 변속 충격도 없다. 변속기를 벤츠가 만들었다는 점에서 브랜드 신뢰도가 전혀 없다고 할 수 없지만 적어도 부드러운 움직임에 대한 역할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