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정훈 기자
2011.08.13 00:15:53
"美정부·의회에 좌절하고 부진한 경제에 지쳐"
"소비도 곤두박질"-"좀더 두고봐야" 엇갈려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미국 가계의 소비심리가 싸늘하게 식었다. 심리지표가 근 31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12일(현지시간) 톰슨로이터와 미시간대가 함께 발표한 8월 소비자신뢰지수 예비치는 54.9로, 지난 1980년 5월 이후 최악이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저점인 55.3보다도 더 낮았다.
시장이 느끼는 위기의 수위로 보면 금융위기 때가 훨씬 더 높았지만, 소비심리는 당시보다 한참 더 좋지 않다는 얘기다. 미국의 소비심리는 왜 이렇게 얼어버린 것일까?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와 의회에 대한 좌절과 실망감, 아무리 기다려도 살아나지 않는 경제에 대한 피로감, 가깝게 느껴지는 금융시장의 공포감 등이 한꺼번에 몰려온 탓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번 서베이에 참여한 톰슨로이터 계열의 IFR이코노믹스 비몸비 숌 이코노미스트는 "신뢰지수가 금융위기 때보다 부진했다는 것은 훨씬 더 많은 미국인들이 심리적으로 수세에 몰리고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그는 "부진한 경제가 이미 2년 이상 이어지면서 `곧 경기 회복이 나타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도 이제 지쳤다"며 "이런 가운데 유럽 위기는 여전하고 향후 리세션에 대한 불안도 커진 탓"이라고 설명했다.
그나마 이번 조사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하기 직전에 마무리됐다. 자칫 지수가 더 악화됐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피어폰트시큐리티의 스티븐 스탠리 수석이코노미스트도 "놀랄 만큼 큰 폭의 하락이었다"는 반응과 함께 "워싱턴 정치인들의 무능함이 사람들을 좌절하게 만들었다"고 풀이했다. "사람들은 아무리 기다려도 경기회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이제 지친 것 같다"고도 했다.
이제 관건은 이같은 소비심리 악화가 실제 소비 침체로 이어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서는 대체로 부정적이지만, 일부 유보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TD시큐리티의 밀란 뮬레인 스트래티지스트는 "지금 미국의 소비가 어디로 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당분간 소비는 곤두박질 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분명한 것은 이 지표가 최근 몇주일간의 고조된 불확실성을 가장 잘 반영해주고 있다는 점이며 앞서 소매판매가 좋았지만 이번 신뢰지수에 비해서는 더 과거의 얘기"라며 "빨리 불확실성이 가라앉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의 자신감은 살아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사람들은 그들이 느끼는 심리대로 소비하진 않는다"며 "심리지표가 이렇게 악화됐지만 실제 소비는 좀더 두고 봐야한다"며 신중한 전망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