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Zoom-In 대우건설·대한통운]④주인찾기(하)

by김일문 기자
2010.12.31 09:20:30

대형매물 앞엔 언제나 포스코..가능성은 의문

마켓in | 이 기사는 12월 30일 10시 23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김일문 기자] 대우건설은 향후 운명을 점치기 가장 어려운 매물 중 하나다. 시공능력평가 선두 업체로 회사 규모도 크지만 국내 부동산 경기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은 대우건설의 새 주인맞이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난항을 겪고 있는 현대건설 매각 작업이 계속 지체된다면 대우건설 매각은 더 후순위로 밀려날 공산이 크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향후 전개될 인수 시나리오에 대해 시장이 바라보는 밑그림은 조심스럽기만 하다.



시장에서 대우건설 인수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로 꼽는 곳은 단연 포스코(005490)다. 매각 가격이 최소 4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만큼 자금 동원력이 우월한 포스코가 가장 먼저 인수 대상으로 물망에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는 분석이다.

▲ 포스코 재무구조 변화(출처: 감사보고서, 단위: 억원)
하지만 대우건설과의 시너지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 또 올해 대우인터내셔널 인수로 재무 구조가 허약해졌다는 점은 포스코에게 부담요인이 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올 6월 현재 포스코의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성 자산은 6조4600억원에 달했지만 9월말 대우인터내셔널 인수 자금 납입이 완료된 이후 3분기에는 3조원 정도로 절반 가까이 급감했다.

투자 비용 충당을 위해 적극적인 자금 조달에 나서면서 부채비율도 높아졌다. 올 1분기까지 28.8%에 그쳤던 부채비율은 잇따른 회사채 발행 등으로 지난 3분기 35% 가까이 높아졌다.

한 자산운용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대우건설 같은 매물을 소화할 수 있는 국내 업체는 포스코 밖에는 없다"면서도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와 늘어난 투자비 등을 감안할 때 선뜻 인수에 나서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또 "포스코건설의 경우 현재 자산이 5조 수준으로 더 이상 외형확대 유인과 필요성이 그룹 사업 관점에서 유효한 성장방식인지 의문"이라며 대우건설 인수를 통한 포스코건설과의 시너지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시장에서는 자금력과 그룹내 시너지 효과를 고려한다면 현대건설의 인수가 수포로 돌아간다는 가정을 전제로 현대차그룹이 인수 후보로 떠오를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쏠 수 있는 총알이 넉넉하다는 점은 자금 동원력 측면에서 포스코와 마찬가지로 현대차(005380)그룹이 거론되는 이유다. 3분기말 현재 현대차의 현금성 자산은 약 8조원 정도. 그룹 계열사 전체 현금성 자산은 약 13조원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외에도 그룹내 실질적인 건설사 니즈가 필요하다는 점 역시 현대차그룹의 인수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현대엠코는 태생부터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현대모비스등 그룹 계열사들의 공장 신설과 증설, 유지보수를 담당해 오면서 계열 물량을 도맡아온 업체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관급공사 수주와 주택사업에도 진출하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현대엠코가 침체된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벗어나 자체 외형성장에 나서기 위해서는 현대차그룹이 대우건설의 해외 수주 능력에 충분히 군침을 흘릴만하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한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국내 부동산 경기가 개선되기 전까지 이익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우건설이라는 매물은 크게 매력적이지 않지만 전체 매출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해외 수주 능력은 인정할 만 하다"고 설명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또 "시공능력 상위권에 포진된 그룹 계열 건설사들로 인수될 가능성은 낮은만큼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에 실패한다면 그룹내 건설사 비중이 미미한 현대차그룹이 눈독을 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