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자금시장 해빙 멀었다..`CP금리 고공비행`

by정원석 기자
2008.11.06 08:00:02

CD금리 23bp하락해도 CP금리는 상승세 지속
"부동산·건설發 신용위험 존재하는 한 경색"

[이데일리 정원석기자] 한국은행의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대상 지정과 국민연금 등의 은행채 매집 등에 힘입어 은행채 시장은 경색 국면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기업의 자금조달 수단인 회사채 시장의 한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단기자금시장 상황을 보여주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한은의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 등에 힘입어 지난달 27일 이후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지만, 기업들의 단기자금조달 사정을 보여주는 기업어음(CP) 금리는 되레 상승세를 지속했다.

최근 GS칼텍스 등 신용등급이 우량한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이뤄지고 있어 경색이 풀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부동산 PF부실 등 건설부문을 중심으로 한 신용위기 발생 가능성이 커지면서 낙관만 할 수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 기사는 5일 오후 6시6분 이데일리 유료 서비스인 `마켓 프리미엄`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5일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91일만기 CP금리는 7.26%에 고시됐다. CD와의 금리차이를 나타내는 스프레드는 132bp(1bp=0.01%포인트)로 절대금리와 스프레드 모두 채권 민간 시가평가제도가 시행된 지난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는 같은 단기 자금조달 수단인 CD금리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 (左)CD·CP금리 추이 (右)CD-CP간 스프레드(자료 : 증권업협회)

CD금리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하하면서 은행채를 RP 대입대상에 포함한다고 발표한 지난 27일 이후 6.16%에서 5.93%로 23bp 내려왔다. 한은이 파격적으로 RP매입 최장기간인 91일물 매입을 통해 1조원을 시장에 공급한 지난 31일에는 하루에만 8bp 하락하기도 했다.
 
CP금리가 좀처럼 내려오지 않고 있는 것은 한은의 유동성 공급 효과가 기업들의 자금조달 시장으로까지는 전이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자금시장 경색으로 회사채 발행금리가 급상승하면서, 최근 2,3개월 동안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을 꺼렸다. 신용도가 높은 우량기업들도 회사채 발행을 하지 못해 2~3개월 만기의 CP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정도다. 발행수요가 급증하면서 CP금리도 껑충 뛴 것이다.
 
한 시중은행 채권매니저는 "크레딧 채권에 대한 투자심리가 급속하게 얼어붙으며 기업들이 회사채를 발행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서 신용등급이 AAA급에 상당하는 우량한 기업들도 CP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자들이 높은 금리를 요구하더라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기업 자금조달 시장에 긍정적인 징후들이 전혀없는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이 은행채뿐만 아니라 신용도가 우량한 기업들의 회사채까지 매수하겠다고 밝힌 이후 공사채 등의 발행이 재개되고 있다.
 
지난 4일에는 GS칼텍스(AA+등급)가 2~4년 만기의 회사채 2400억원을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발행금리는 해당 등급 민간시가평가 금리에 10bp(1bp=0.01%포인트)를 더한 수준, 절대금리 상으로는 7.8~8.0%대 정도다. 
 
한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이에대해 "한은의 은행채 매입 등으로 은행채 시장에 불어온 훈풍이 회사채 시장에도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며 "신용등급이 높은 대기업부터 발행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낙관만은 할 수 없다는 게 대체적인 정서다. 
 
한 채권평가사 연구원은 "발행금리가 민평금리보다 10bp나 높다는 것은 발행기업의 신용도가 디스카운트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국민연금이나 일부 정부기금 펀드만이 매수주체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 경색이 풀릴 조짐으로 보는 건 이른것 같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도 건설 부동산 부문을 중심으로한 신용위험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실제로 지난 주말 도급순위 40위권의 신성건설(001970)이 1차 부도위기를 겪었으며, 지난달 30일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 350억원을 상환하지 못했다. 
 
앞선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부동산 관련 신용위기의 전개 양상이 회사채 시장 경색이 풀리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결정하는 데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채권매니저는 "건설사들의 부도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이에 대응하는 정부의 정책도 부실요인을 해소하는 것보다는 이를 덮고 경기침체를 막자는 쪽이어서 신용위험은 줄어들 것 같지 않다"며 "단순히 은행에 유동성을 공급해서 자금시장 경색을 풀자는 방식으로는 회사채 시장 경색이 해결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