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하수정 기자
2008.07.10 07:50:00
평판리스크 타격·지주사 출범 지연 부작용
주주와 법정 소송 갈수도…조정 가능성 낮아
[이데일리 하수정기자] 국민은행(060000)이 지주사 전환에 앞서 주식매수청구가격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그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판 리스크 훼손, 지주사 출범 지연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은데다 주주와의 법정다툼으로까지 번질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조정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도 실현 가능성을 더욱 낮게 하고 있다.
다만, 전체적인 주식시장 불안이 이어지고 주가 방어에 실패할 경우에 대비해 주식매수청구가격 조정을 마지막 수단으로 남겨둘 것으로 보인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다음 달 26일~9월 4일 기간 중 지주사로의 주식교환에 반대하는 주주들에게 주당 6만3293원에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다음 달 25일 주주총회 이전에 서면으로 의사를 표시해야 한다.
최근 국민은행 주가가 5만원대로 떨어져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을 크게 밑돌자, 국민은행이 청구가격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퍼졌다.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많이 행사할 수록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국민은행이 청구가격 자체를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가 마지노선인 40%까지 행사될 경우 국민은행은 청구권을 사들이는 데 무려 8조5000억원을 들여야한다.
국민은행은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주식매수청구권 가격 조정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는 있지만, 국민은행이 가격 조정을 선택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선, 주식매수청구가격을 조정할 경우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금융당국에 조정을 신청하고 다시 청구기간을 산정해야하기 때문에 오는 9월 말로 예정된 KB금융지주 출범이 지연될 수 밖에 없다.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잃게 될 뿐 아니라 회사의 사정만을 고려해 당초 주주들과의 약속을 깼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앞서 경쟁사인 신한금융(055550)지주와 우리금융지주(053000), 하나금융지주(086790)의 경우 순조롭게 지주사 전환 과정을 거쳤을 뿐 아니라 과거 지주사 전환 기업이나 인수합병(M&A) 기업 중 주식매수청구가격을 조정한 사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국민은행이 조정을 단행할 경우 평판리스크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금융당국이 조정을 한다하더라도 그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증권거래법 시행령에 따르면 회사나 30%이상 주주는 금융위원회에 주식매수청구가격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금융위는 금융감독원장에게 조정권한을 위임한다.
문제는 당국의 조정이 강제성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국민은행이 가격 하향 조정을 신청해 금융위가 승인했다해도 주주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법정소송으로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금까지 매수청구가격 조정 안건이 상정된 사례는 없었다"며 "가격 조정을 신청했더라도 회사와 주주간 합의가 없다면 법적 소송으로 해결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민은행 관계자는 "주식매수청구가격 조정이 법률상으로는 마련돼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최후의 카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