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경록 기자
2006.03.22 08:00:00
인구구조 변화와 자산배분 ⑤
[이데일리 김경록 칼럼니스트] 강남의 중대형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오르는 근저에는 인구구조의 변화가 깔려 있다. 여기서는 ‘인구구조 변화→주택수요→주택가격의 변화’라는 고리를 둘러싼 논의들을 살펴보고 이들의 대략적인 합의점을 찾아보기로 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에서 인구구조 변화가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로 한다.
하버드 대학교 교수인 맨큐 등(1989)은 70년대와 80년대 미국의 집값이 상승한 것은 베이비 붐 세대들의 신규주택에 대한 수요가 중요한 역할을 했으므로, 향후 이들의 수요가 줄어들면서 실질 주택가격이 20년 후에(1987~2007) 47%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그림 1), 결론적으로 틀렸다). 아마 연구 논문이 이처럼 일반인들의 반향을 불러일으킨 적이 별로 없을 정도로 미디어의 관심이 대단했다.
[그림 1] 주택수요와 실질 주택가격 (5년 이동평균)
자료 : Mankiw&Weil (1989)
그러나 미디어의 관심이 대단한데 반해 학계의 반응은 반대였다. 떨어지기는 하겠지만 47%는 너무 심하다는 것, 그리고 경제학자들이 가끔씩 빠지는 편견에 빠졌다고 우회적으로 공격하는 등 다양했다. 우드워드(1991)는 주택공급은 장기적으로는 탄력적이며, 시장은 효율적이므로 미래의 평균적인 가격을 지금 반영하고 있다는 것과 마지막으로 시계열의 불안정성 등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특히 주택공급은 장기적으로 탄력적이므로 주택의 수요가 설령 줄어든다는 주장을 받아들일지라도, 주택 공급이 축소될 것이므로 주택가격은 무관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보았다. 오히려 문제가 되는 것은 집 소유자들이 아니라 주택 건설업자들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포인트이다. 인구구조와 자산시장을 전망할 때 자산의 양(stock)과 자산의 가격을 구분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이기 때문이다. 고령화에 따라 주택수요나 주식의 수요가 줄었다고 해서 해당 자산가격이 반드시 떨어질 필요는 없는 것이다.
맨큐와 웨일은 1년 뒤에 이들 비판 들에 대해 조목조목 답변을 했다. 47%하락은 전망이 아니라 단순한 시계열을 연장하여 추정한 수치일 따름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들은 단지 주택시장에서 인구구조가 매우 중요한 동인이며, 90년대에는 주택수요가 낮을 것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반대자들에게, 그렇다면 인구구조가 아니면 주택가격의 동인이 무엇인지 대안을 말한 논문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덧붙여 다음의 세가지 질문에 여전히 답들을 못하고 있다고 면박을 준다. 중요한 특성인데 무엇인지 살펴보면, 첫째, 주택가격은 왜 예측가능한 주택수요의 변화를 가격에 미리 반영하지 못하는가? 둘째, 역사적으로 주택가격은 변동성이 큰데 이것은 결국 주택의 수요와 공급이 비탄력적이라는 것인데 과연 그 정도로 비탄력적인가? 마지막으로 주택가격에서 호황과 붕괴가 규칙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하는 것이다. 즉 주택공급은 그렇게 탄력적이지도 않고 사람들은 미래의 수요변화를 가격에 그렇게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결국 주택수요 나아가서 주택가격에까지 인구구조가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주장이다.
어쨌든 맨큐-웨일의 글은 주택수요와 가격에서 인구구조의 중요성을 환기시켰다는 점에서 공로를 충분히 인정 받을만하다. 그리고 주택가격에 영향을 어떻게 줄지는 불명확하다고 하지만 주택의 수요에 인구구조가 영향을 주는 것은 맞는 지적인 것 같다. 이후의 연구들도 여전히 맨큐-웨일의 아이디어를 원용하여 쓰고 있다.
맨큐-웨일의 연구 이후 캐나다, 오스트리아와 일본 등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캐나다는 89년 현재 미국과 동일한 인구구조를 가지고 있으나 실질 주택가격 변화는 두 나라가 다르게 변하였다(그림 2). 캐나다는 미국보다 빠른 70년대 초에 가격이 오른 뒤에 오히려 뒤에 큰 폭으로 하락한 반면에 미국은 70년대 후반에 가격이 오른 뒤 실질가격이 80년대는 점진적으로 하락하였다.
결국 동일한 인구구조하에서 다른 가격 변화를 보인 것은 인구구조가 주택가격 변동 요인이 아닐 수가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러나 50%정도의 큰 폭의 실질가격 상승이, 인구구조 변화시점과 정확하게 일치하지는 않지만 비슷한 기간에 발생했다는 것은 인구구조가 주택수요나 가격에 중요한 요인이 아닌가 생각해볼 수 있다.
[그림 2] 미국과 캐나다의 실질 주택가격 추이
자료 : Engelhard and Poterba (1991)
Ohtake(1996) 등은 일본에서 맨큐-웨일의 분석을 수정해서 적용해본 결과 다음의 세가지 결론을 얻었다. 첫째, 주택가격은 장기적으로는 공급이 탄력적이어서 인구구조는 주택의 수요와 주택의 양(stock)에는 영향을 주나, 장기적으로 주택가격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둘째, 그러나 단기조정과정에서 인구구조는 주택가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셋째, 주택시장의 단기적인 공급 비탄력성 등으로 주택가격은 과거변수를 이용하여 예측이 가능하다는 의미에서의 비효율적 시장이다.
그러나 위의 캐나다의 예에서와 마찬가지로 일본도 고령화와 일본주택가격의 버블 붕괴 시기가 거의 일치한다. 오다케의 분석은 일본의 주택시장 버블을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의를 요한다. (그림 3)은 최공필 등(2004)의 연구에서 일본의 주택매매가격지수와 펀더멘털로 추정한 이론적 가격지수의 차를 버블로 보고, 이것과 고령화지수를 비교한 것이다. 주택가격의 버블이 급격하게 붕괴된 것이 묘하게도 일본의 고령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시기와 겹친다.
[그림 3] 일본의 주택매매가격지수에 나타난 버블과 고령화지수
자료 : 최공필 등(2005)
맨큐-웨일이 제기한 인구구조와 주택가격 문제는 계속 많은 논란을 가져왔다. 87년에 시작하여 2007년에 실질주택가격이 47%정도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결과적으로 틀렸지만 인구구조는 여전히 중요한 요인임에는 틀림없다.
애석하게도 맨큐-웨일은 미국의 이민인구 유입이라는 변수를 예측하지 못했으며, 또한 주택은 사회에 진입하는 세대 뿐만 아니라 중장년 층에서 또 한번 고급 주택을 선호하는 것을 고려하지 못했다. 아마 이 둘을 고려했으면 이들의 주장은 더욱 설득력을 얻었을 것이다.
하여튼 우리는 맨큐의 문제제기와 이후 이은 논쟁에서 다음의 몇 가지 정도 시사점을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첫째, 인구구조 변화가 주택수요의 유일한 요인은 아니며, 소득이나 해당국의 제도, 생활 패턴의 변화 등에도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를 겪는 시점을 전후해서는 주택수요는 인구구조 변화와 유사하게 움직이는 것 같다.
둘째, 주택수요가 증가한다고 해서 주택의 가격이 반드시 오른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주택수요의 증가는 주택의 양을 증가시키는 것은 확실하다. 따라서 인구구조의 변화로 주택수요가 변화하면 주택 소유자에게는 모르지만 적어도 건설업자들에게는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셋째, 인구구조 변화→주택수요 변화→주택가격 변화라는 고리에서 주택의 공급이 매우 탄력적이면 마지막 고리가 성립되지 않는다. 따라서 인구구조 변화가 주택수요를 증가시켜 주택가격도 상승시킬 지는 그 나라 주택 공급시장의 특징에 따라 다를 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주택의 특성상 단기적으로는 영향을 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실제로 인구구조의 큰 변화가 오는 시기에 주택가격도 크게 변동을 하기 때문이다.
다음 연재에서는 우리나라의 경우를 살펴보기로 한다. 향후 주택가격 전망에서 매우 시사점이 많은 그림을 볼 수 있을 것이다.
< 자 료 >
김경환(1999), “인구의 연령구조 변화가 주택수요 및 주택상대가격에 미치는 효과”, Draft.
Engelhard, G.V. and Poterba, J.M. (1991), “House prices and demographic change : Canadian evidence”, Regional Science and Urban Economics 21.
Hamilton, B.W.(1991), “The baby boom, the baby bust, and the housing market : A second look”, Regional Science and Urban Economics 21.
Hendershott, P.H.(1991), “Are real house prices likely to decline by 47 percent?”, Regional Science and Urban Economics 21.
Mankiw, N.G. and Weil, D.N.(1989), “The Baby Boom, The Baby Bust, and the Housing Market”, Regional Science and Urban Economics 19.
Mankiw, N.G. and Weil, D.N.(1992), “The Baby Boom, The Baby Bust, and the Housing Market : A reply to our critics”, Regional Science and Urban Economics 21.
Ohtake, F. and Shintani, M.(1996), “The effect of demographics on the Japanese housing market”, Regional Science and Urban Economics 26.
Woodward(1991), “Economists’ Prejudices : Why the Mankiw-Weil story is not credible”, Regional Science and Urban Economics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