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의 ‘아틀라스’ 보이콧…AI發 '러다이트 운동' 논란 점화

by정병묵 기자
2026.01.23 00:01:21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도입을 전면 반대하고 나서며 국내 산업 현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피지컬 인공지능(AI) 전환’이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AI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논란이 본격 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22일 ‘해외 물량 이관, 신기술 도입(로봇 자동화), 노사합의 없는 일방통행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아틀라스 도입에 따른 산업 현장 일자리 축소와 이를 먼저 도입할 예정인 미국 공장으로의 일감 집중을 지적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차세대 로봇 ‘아틀라스’와 현대차 노조원 모습을 표현한 가상 이미지(출처=현대차, 챗GPT)
노조는 “현대차의 주력사업은 ‘자동차 생산 및 판매’이지만 최근 시가총액 3위까지 올라선 핵심 이유는 피지컬 AI 기업으로 재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CES 2026’에서 공개된 ‘아틀라스’가 시장에 충격을 줬고 단순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로봇·AI 기업으로 가치가 매겨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현재 국내 공장 중 두 곳은 생산 물량 부족으로 고용 안정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며 그 원인은 미국 조지아에 있는 현대차그룹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로 생산 물량을 이전했기 때문”이라며 “해외 물량 이관에 따라 노동조합을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노사관계 파탄을 원한다면 그 끝을 보여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산업 현장 적용을 목표로 개발된 아틀라스는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기존 공장 설비와 자연스럽게 통합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현대차그룹은 지난 4~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 차세대 아틀라스를 선보이며 세계에 놀라움을 줬다. 이전 세대 모델에 달려 있던 유압식 호스를 제거하고 전동화 전환에 성공한 모습을 보여줬다. 호스가 없으니 목과 팔과 허리가 180도 돌며 다양한 작업 수행이 가능하다.

현대차그룹 자회사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개발한 아틀라스는 뛰어난 성능으로 이번 CES에서 글로벌 IT 전문 매체 CNET이 선정하는 ‘최고 로봇상’을 수상했다. CNET은 아틀라스의 자연스럽고 인간에 가까운 보행 능력, 세련된 디자인 등 핵심 요소를 높이 평가하며 인간과 협업하는 차세대 로봇을 통해 그룹이 제시하는 인간 중심 AI 로보틱스 비전을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CNET은 “아틀라스는 CES 2026에서 확인한 다수의 휴머노이드 로봇 가운데 단연 최고였다”며 “전시장에서 시연된 프로토타입은 자연스러운 보행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고, 양산형에 가까운 제품 버전은 올해부터 현대차그룹 제조 공장 투입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고 평가했다.



현대차그룹은 아틀라스를 오는 2028년 HMGMA에 우선 투입할 예정이다. 부품 시퀀싱 등 안전성과 품질 향상 효과가 검증된 공정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적용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2030년까지는 적용 범위를 각종 부품 조립 공정으로 확대하고, 반복 작업 및 중량물 취급 등 더 복잡한 공정으로 역할을 확장해 근로자의 작업 환경을 더욱 안전하게 하고 스마트 팩토리 혁신을 가속화할 예정이다. 이후 성능 검증을 바탕으로 그룹의 글로벌 생산 거점 전반으로 확대 적용을 추진한다.

CES 2026에서 선보인 보스턴다이내믹스 차세대 ‘아틀라스’ (영상=정병묵 기자)
현대차그룹의 로봇 라인업은 휴머노이드뿐만이 아니다. 사족 로봇견 ‘스팟’과 다목적 바퀴로봇 ‘모베드’, 현대위아의 ‘주차로봇’ 등 다양하다. 현대차그룹은 로보틱스를 산업 현장에 전면 적용하면 위험한 작업 시 직원들의 생명을 지키고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TSMC가 반도체 위탁생산을 하는 것처럼, 현대차가 로봇을 직접 설계하고 양산하는 ‘로봇 파운드리’ 모델을 지향하는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대표 ‘강성 노조’인 현대차 노조가 전면 반기를 든다면 로봇을 국내 현장에 도입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현대차 노조의 움직임에 따라 여타 산업군에도 ‘러다이트 운동’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국가적으로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대거 확보해 국내 피지컬 AI 산업을 진흥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 노조의 선언은 당혹스럽다”며 “글로벌 산업계가 AI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경쟁하고 있는데 지금은 AI 로보틱스 기술 고도화와 상용화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로봇을 위험한 작업에 투입해 부상과 사망 사고를 방지하고 노동 생산성을 향상시켜 사회에 더 많은 부가가치를 가져다 줄 수 있는 방법으로 활용하면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