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셀세라퓨틱스 대해부]①식품회사 다니다 바이오원료 회사 창업
by김승권 기자
2024.10.23 09:10:19
[이데일리 김승권 기자] 한국의 원료의약품 자급 비율은 24% 정도(2021년 기준)다. 바이오 원료로 카테고리를 좁히면 이마저도 10%대로 떨어진다. 국내에서 질 좋은 바이오 원료를 생산하는 기업이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기업들은 머크, 써모피셔, 싸이티바 등 글로벌 플레이어에게 원료를 주문하는 실정이다.
이런 작금의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나선 이가 있다. 이의일 엑셀세라퓨틱스(373110)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이의일 대표는 유통, 의료, 바이오 분야를 두루 경험한 뒤 바이오 기업 창업에 뛰어든 비즈니스맨이다. 고려대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한 그는 한국야쿠르트 경영지원팀으로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1998년부터 2008년까지 11년간을 한국야쿠르트에서 경영 경험을 쌓았다.
이 대표는 “한국야쿠르트(現 에치와이) 재직 시절 사업전략을 담당하며 당시 배지의 중요성을 이미 인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식품 분야에서 여러 경영 마인드를 배운 이 대표는 이후 메디컬그룹나무 경영전략 이사로 적을 옮겼다. 메디컬그룹나무는 한국야쿠르트 계열사로 병원 컨설팅 사업을 하던 회사다. 2011년 정형외과 수술로봇 ‘로보닥’ 생산업체 큐렉소를 인수하며 수술 로봇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기도 했다.
이 대표는 그 다음 도소매업 무역사업을 하는 비하이브인터내셔널 대표를 지냈고 이런 경험을 종합해 엑셀세라퓨틱스를 창업,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 이의일 엑셀세라퓨틱스 대표 (사진=엑셀세라퓨틱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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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셀세라퓨틱스가 설립된 시기는 2015년이다. 오랜 기간 바이오 원료 자립에 고민하던 그는 연구 끝에 자체 플랫폼 ‘XPorT’를 활용, 세포 증식력·생존율이 뛰어난 ‘배지(Media)’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배지는 첨단 바이오의약품 산업에서 사용하는 핵심 소재 중 하나다. 바이오 의약품은 미생물, 식물 또는 동물 세포와 같은 살아있는 시스템을 기반으로 제조되는데 살아있는 세포를 사용하다보니 이를 배양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배지’가 세포가 성장하는데 필요한 영양분 역할을 수행, 의약품의 품질과 안정성에 영향을 미친다.
이 대표는 ”스타트업 입장에서 가파른 성장세가 예상되는 배지 시장에 뛰어드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으로 ‘블루오션’이라고 보고 해당 사업을 시작했다“고 창업 배경을 설명했다.
엑셀세라퓨틱스의 기술 제품은 업계 선도 기업들로부터 상업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사업 초기 고객사 배지 채택 기간은 평균 3년이었으나 레퍼런스를 쌓은 덕분에 최근에는 6~18개월로 크게 단축시켰으며 이를 토대로 국내외 양질의 수요처를 빠르게 확장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품질확보에 성공한 이 대표는 국내 공장을 설립하고 생산량을 늘리는 중이다. 경기 용인에 대량으로 세포 배양 배지를 생산할 수 있는 약 400평 규모의 생산시설을 가동하고 있는 것. 회사에 따르면 GMP 생산시설은 품질관리를 위해 생산본부 구성 인원의 절반가량이 품질관리(QC) 인원으로 배치됐다. 용인 공장 외에도 미국, 경기 시흥, 충북 오송 등으로 2공장 후보지를 물색 중인 상황이다.
그는 “오랜 연구를 통해 당사는 동물이나 인체 유래물 없이도 ‘엑스포트’플랫폼 기술로 세포 맞춤형 배지를 개발할 수 있고 높은 세포 증식력이라든지, NK세포 생존율을 볼 때 우수한 항암 활성을 유지하는 등 고객사 데이터를 통해 플랫폼 기술의 우수성을 입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엑셀세라퓨틱스 용인 공장 전경 (사진=엑셀세라퓨틱스 IR 자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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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캐쉬카우 확대를 위한 아이템 다각화도 추진하고 있다. 인공혈액, 배양육 배지 등이 그것이다. 배양육은 세포 증식을 통해 얻는 식용 고기로 이에 필요한 배지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있어 회사 측 기대가 크다. 현재 엑셀세라퓨틱스 미래식품소재개발팀에서 배양육 전문배지와 관련 원료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세포배양배지 기술 기반 화장품 원료도 개발 중이다. 2022년에는 국내 천연소재 개발 기업 현대바이오랜드와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대표는 이밖에도 바이오의약품 맞춤형 배지, 백신 분야로도 사업을 확충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는 “화장품 원료 등 신사업에 대한 기술력은 확보했으니 앞으로는 글로벌 인재를 영입해 사업개발, 영업, 마케팅에 투자할 것”이라며 “지속적 R&D 투자로 기술 격차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