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로드맵 빠르게 현실화...의료용 대마로 세계 톱10 목표[네오켄바이오 대해부]②
by유진희 기자
2024.07.19 08:10:58
[이데일리 유진희 기자] 우리나라에서는 의료용 대마 ‘헴프’(THC 0.3 이하)가 규제 등으로 아직 낯설지만 화장품, 의약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소재다. 실제 의료용 목적으로 대마 사용을 합법화한 나라만 따져도 미국, 캐나다, 독일 등 56개국에 이르며, 여전히 확대 추세다.
네오켄바이오는 이 같은 시장에서 차별화된 기술로 아시아 1위, 세계 10위권 내 기업으로 도약하는 게 목표다. 자신감의 배경에는 헴프의 치료성분 ‘칸나비디올’(CBD)을 고순도로 추출·가공하는 플랫폼 기술에 있다.
이를 기반한 밀폐형 천연물 마이크로웨이브 가공 장비는 기능성 식품, 화장품, 의약품에 원료가 되는 다양한 천연물을 최적의 추출조건으로 가공한다. 헴프에 미량 남은 마약 성분인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을 100% 제거해 순수한 CBD만 생산할 수 있는 게 특장점이다. 안전성도 높으며, 기존 초임계 추출(SFE) 설비보다 저렴해 생산단가도 4분의 1로 낮출 수 있다는 점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대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 정부도 인정한 기술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아기유니콘 기업’ 선정, 농림식품신기술(NET) 인증, 농림축산식품부의 ‘민간투자 기반 스케일업 지원사업’ 선정 등이 방증한다. NET 인증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한 기술이나 기존 기술을 혁신적으로 개선한 우수 기술을 공인하는 제도다.
규제로 사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단계별 성장 로드맵을 통해 깨뜨리고 있다. 1차 성장 계획은 환각성분이 없는 줄기·씨앗·뿌리를 화장품 소재 등으로 활용해 수익화하는 것이다. 2차 성장 계획의 핵심은 품종 개량을 통해 꽃·잎 부분에도 환각성분이 거의 없는 헴프에 바탕한 복제의약품(제네릭) 출시다. 궁극적인 지향점은 헴프에서 발견되는 140여 개 치료제 성분으로 신약개발의 새로운 가능성 제시다. .
창립 3년이 지난 네오켄바이오는 성장 계획을 빠르게 실현해 나가고 있다. 화장품 소재, 화장품 등으로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국내에서 매출이 나오기 시작했으며, 올해는 해외 진출을 위한 기반도 닦고 있다. 실제 지난달부터 대마 유래 엑소좀, 폴리데옥시리보뉴클레오티드(PDRN) 등을 비건 화장품 소재로 활용할 수 있도록 태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에 들어갔다.
이를 위해 네오켄바이오는 키스오브뷰티 등 태국의 화장품 기업 2곳과 현지 합작법인 설립한 바 있다. 키스오브뷰티는 제조부터 유통, 수출입까지 다루는 종합화장품기업으로 코스모네이션, 뷰티빌 등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에 생산되는 제품을 우선적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네오켄바이오는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하고, 현지 회사들은 차별화된 화장품 소재를 공급받아 시너지를 낸다는 전략이다.
2차 계획도 실행에 들어갔다. 네오켄바이오는 올해 임상 1/2상을 진행한다. CBD를 원료의약품급으로 생산하기 위한 GMP 공장 구축에도 착수한다. 현재 상용화된 주요 뇌전증 치료제로는 2018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영국 GW파마슈티컬스의 CBD 기반 ‘에피디올렉스’가 있다. 1인당 치료비용이 연간 약 4000만 원에 달하는 고가의 제품으로 관련 매출은 출시 1년 만인 2019년 3억 달러(약 4100억 원)를 돌파했다. 에피디올렉스의 1병 가격은 160만~170만 원이다.
네오켄바이오는 에피디올렉스 제네릭을 늦어도 2년 안에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상용화가 현실화되면 국내 환자 부담을 크게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네오켄바이오는 국내 CBD 가격을 낮춰 에피디올렉스 대비 3분의 1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선보일 방침이다. 업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국내 뇌전증 치료 환자는 19만 명, 시장 규모는 1300억 원이다. 네오켄바이오는 국내 제약사와 협업을 통해 에피디올렉스 제네릭을 통해 국내 시장에서 200억 원 정도의 매출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김정국 네오켄바이오 사장은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원천기술을 활용해 뇌전증, 파킨슨병, 치매 등 희귀난치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에 기여하는 것”이라며 “현재 호주에서 관련 임상을 준비하고 있으며, 기술수출 등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