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부터 렌터카까지…알짜 자회사 매각 나선 SK그룹[마켓인]
by허지은 기자
2024.05.31 05:11:21
고금리 장기화에 사업모델 재편 추진
매각대금으로 배터리·반도체 재투자
6월 확대경영회의서 전략 구체화 전망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올해 인수합병(M&A) 시장에 SK그룹 자회사들이 줄줄이 등장하고 있다. SK렌터카,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11번가 등이 새 주인을 찾고 있고, 각 계열사들도 투자했던 지분을 매각하며 현금화에 집중하고 있다. 그룹 차원의 사업 구조 재편이 속도를 내면서, 재무 여건이 좋은 알짜 자회사들이 추가적인 매물로 나올 거란 전망도 나온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096770)은 자회사 SKIET의 지분 매각과 관련해 지분 일부 매각을 검토 중이다. SKIET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3조872억원으로 경영권이 포함될 경우 매각가는 4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SK이노베이션 측은 “배터리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과 관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SK네트웍스도 SK렌터카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홍콩계 사모펀드(PEF)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를 선정했다. 매각 가격은 8000억원 안팎이다. 앞서 SK매직은 지난 1월 가전사업 일부 영업권을 경동나비엔에 매각하기로 하고, 이달 본계약을 통해 최종 370억원에 매각 완료했다. SK네트웍스는 2018년 AJ렌터카(현 SK렌터카)를, 2016년 동양매직(현 SK매직)을 인수해 계열사로 편입한 바 있다.
투자했던 지분의 매각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SK스퀘어는 지난달 크래프톤 지분 전량을 시간외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했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투자한 배터리 재활용 스타트업 어센드엘리먼츠의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이고, SK머티리얼즈도 최근 발전소 운영업체 넷파워 주식 250만주를 투자 1년 여만에 매도했다.
SK그룹의 사업 재편은 유동성 위기가 불거진 지난해부터 예견된 결과였다. 최근 수년간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섰지만, 이에 따른 재무 부담이 커지면서다. SK그룹은 현금화한 자금을 활용해 반도체·배터리 등 주력 부문에 재투자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SKIET 매각 대금으로 윤활유 제조기업 SK엔무브와 배터리 기업 SK온을 합병하는 방안도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SK그룹이 매년 6월 개최하는 확대경영회의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SK그룹은 맥킨지와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등 글로벌 컨설팅 회사를 고용해 계열사 조정과 사업구조 재편에 대한 전략 컨설팅을 받고 있다. 이번 확대경영회의에서 보다 명확한 사업 재편 방향이 드러나지 않겠냐는 전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연초부터 SK 계열 매물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기대보다는 숫자가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재무 여건이 좋은 계열사를 중심으로 매각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