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적 거세’ 선고받은 최초의 성폭행범, 김선용 [그해 오늘]

by홍수현 기자
2024.02.05 00:00:00

성범죄로 15년 선고받고 탈주
성도착증 진단 받아 첫 화학적 거세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2016년 2월 5일 대전지방법원 제12형사부(재판장 강문경)는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탈주 강간범 김선용(34)에게 징역 17년과 성충동 약물치료, 이른바 화학적 거세를 명령했다. 이와 함께 신상정보 10년 공개·공지, 성폭력치료프로그램 80시간 수강, 치료 감호 등을 명했다.

지난 2015년 8월 치료감호 수감 중 대전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다가 도주한 특수강간범 김선용 (사진=연합뉴스)
헌법 재판소의 ‘화학적 거세’ 합헌 결정 이후 법원이 처음으로 화학적 거세 판결을 내린 사례다. 법원 명령에 따라 김선용은 기존 형량을 더해 예순 살 무렵 출소하게 되고 예정 출소일 2달 전부터 7년 동안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

김선용은 여성들을 흉기로 위협해 연쇄적으로 성폭행을 저질러 징역 15년 형을 받고 치료감호소에 수용 중이었다. 그러나 2015년 8월 9일 오후 2시 17분쯤 대전의 한 대학병원에서 치료감호소 직원들의 감시를 피해 달아났다.

이후 다음 날 오전 9시 40분쯤 대전 대덕구 한 상점에 들어가 여주인을 성폭행한 뒤 도주 28시간여만인 10일 오후 6시 55분쯤 경찰에 자수했다.

김선용은 잇따른 성범죄로 정신 감정을 의뢰한 결과 성도착증 진단을 받았다. 김선용도 재판과정에서 “청구된 화학적 거세를 받을 생각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성충동 치료 약물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량을 줄여, 성적 충동 및 환상을 줄이는 등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수차례에 걸쳐 성범죄를 저지르고 수감생활을 한 전력을 갖고 있다”며 “특히 수감된 신분으로 일반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도주해 또 다른 성범죄를 저지른 점을 감안할 때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시했다.

또 “도주 당시 (성범죄) 피해자의 정신적 피해가 현재까지 회복되고 있지 않은 점과 치료감호소 입소 당시 3개월여 만에 치료를 거부했던 점 등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2015년 12월 화학적 거세를 규정한 성폭력 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을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당시 헌재는 “심판대상 조항들은 성폭력 범죄의 재범을 방지하고 성폭력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으로 입법 목적이 정당하다”며 “남성호르몬의 생성과 작용을 억제해 성도착증환자의 성폭력 범죄 재범을 억제하는 등 수단의 적절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