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엘 대해부]②글로벌 블록버스터 후보물질 다수 확보

by김지완 기자
2023.08.04 09:05:38

자궁경부전암, p53, 간조영제 등 경쟁력 후보물질 확보
자궁경부전암, 경구제로 경쟁력 높고 상업화 가능성 높아
p53. 펩타이드 방식으로 경쟁 개발사 앞질러
간조영제, 인체 멜라닌 모사해 독성없어...대량생산 성공

[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비엘(142760)은 폴리감마글루탐산 외에도 글로벌 블록버스터로 성장할 수 있는 여러 파이프라인을 보유했다.



26일 비엘에 따르면 자궁경부전암 치료제 BLS-M07은 지난해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2/3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 앞서 이 치료제는 116명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b상을 마쳤다. BLS-M07은 지난 2015년부터 한국, 일본 양국에서 임상을 시작해 개발 중이다.

자궁경부 관련 암에 걸리면 치료제가 전무하다. 외과수술로 자궁 세포를 잘라 암 전이를 막는 방법이 현재 유일한 치료법이다. 개발 중인 치료제들이 여럿 있지만, 전기천공 주사제 방식으로 BLS-M07에 비해 경쟁력이 높지 않다는 평가다.

이도영 비엘 연구개발본부장(상무, 이학박사)는 “이노비오와 제넥신이 개발 중인 치료제는 전기천공 방식을 이용한 주사제 방식으로 환자에게 극심한 고통을 안겨준다”면서 “반면 BLS-M07 경구제로 일반 알약과 다를 바 없어 시장 경쟁력이 높다”고 비교했다. 집에서 복용 가능한 알약과 달리, 전기천공 주사제는 맞을 때마다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는 것도 큰 차이다.

그는 “BLS-M07은 유산균에 HPV 항원을 주입해 캡슐로 싸서 장까지 도달시킨다”면서 “이후 유산균 결합 항원을 소장 점막에 면역세포와 결합시켜 면역반응을 유도한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항체가 림프관을 타고 자궁경부 쪽으로 전달돼 치료 효과를 낸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기존 치료제 후보물질은 자궁경부까지 치료제 전달이 쉽지 않아 전기충격을 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업화 전략은 구체적이다. 이 상무는 “BLS-M07 임상 3상에 성공한다면 3년 뒤엔 국내 품목허가가 가능해 보인다”며 “이후 여성 환자들의 의사 접근이 어려운 동남아 회교권 국가를 다음 타깃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1인당 치료제 가격을 100만~150만원으로 보면, 환자 숫자를 근거로 국내는 연간 1000억~1500억원, 동남아는 연 5000억원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동남아 지역은 국내 임상과 식약처 품목허가 상당 부분을 인정해, 추가 임상·서류보완 등의 절차만으로 신약 품목허가를 받을 수 있다.

미국·유럽 등의 글로벌 진출 계획도 세워놨다.

두 번째는 p53 항암제 후보물질을 확보한 것이다. 비엘은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와 현지 합작법인 ‘퀸트리젠’을 세워고 해당 물질을 기술이전 받았다. p53 유전자는 스트레스, DNA 손상, 저산소증, 종양(암) 발생에 대한 세포 반응을 조절한다.





p53이 암세포 진행을 막는 세포통제 사령관 역할을 하는 셈이다. 문제는 이 p53이 망가지면 우리 몸은 암세포 발생에 속수무책이 된다. 인간 암의 약 50%는 p53 유전자 돌연변이 또는 p53 활성화 기전 결함으로부터 발생한다. p53 기능장애가 암 진행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얘기다. p53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면 모든 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개념 설계가 등장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현재 다국적 제약사들은 p53 항암제가 연간 60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항암제 시장을 독차지할 수 있는 ‘엑스칼리버’로 인식하고 있다.

글로벌 p53 치료제 개발에서 비엘은 경쟁사들을 제치고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다. 무디 세브스 석좌교수는 “다국적 제약사들은 저분자 화합물을 이용해 p53 기능 회복을 시도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펩타이드를 이용했다”고 답했다. 이어 “그 결과 다국적 제약사들의 p53 치료제 후보물질은 하나같이 독성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면서 “반면 와이즈만이 개발한 후보물질은 p53 기능회복은 물론, 세포실험과 동물실험(쥐)에서 독성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인체 멜라닌을 모사해 혁신적인 간 조영제 ML-101을 인수합병으로 확보한 것도 눈에 띈다. 비엘의 자회사 비엘팜텍은 지난해 비엘멜라니스를 인수하며 해당 물질을 확보했다.

김태완 컬럼비아대 교수는 “기존 MRI 조영제 주성분은 가둘리늄”이라며 “가둘리늄은 맹독성 중금속으로, 몸 밖으로 배출되지 않고 인체 여타 장기에 흘러들어가면 염증반응, 전신섬유화, 뇌침전 등의 부작용을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 결과, 가둘리늄 조영제 이탈을 최소화하기 위해 양 끝이 뚫린 선형에서 둥근 고리형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제조법이 변경됐다”면서 “문제는 고리형 조영제는 간까지 전달되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간 조영제는 현재까지도 선형 가둘리늄을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역시 선형 가둘리늄에 대한 부작용을 블랙박스를 통해 경고하고 있다. FDA가 십수 년간 가둘리늄 대체재 찾기에 혈안이 돼 있는 이유다.

비엘멜라니스는 인체 멜라닌을 모사해 간 조영제 ML-101를 만들어냈다. 이 조영제는 독성은 없고 간암은 물론 간 섬유화까지 정확하게 살펴볼 수 있다. 자연 멜라닌은 조영에 필수적인 색소 특성을 지니면서도 인체 무해하다.

김 교수는 “인공 멜라닌 간 조영제는 기존 조영제보다 10배 이상 밝다”며 “또, 성분 자체가 인체 무해하고 몸 밖으로 배출돼 부작용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피부에 상처가 나면 조직이 섬유화되면서 피부가 시커멓게 변하지 않냐”면서 “섬유화된 조직에 멜라닌 색소가 달라붙는 특징이 있다. 이런 멜라닌의 특징으로 뛰어난 조영 품질이 나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상업화도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평가다. 멜라니스는 지난 2년간 수차례에 걸쳐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에서 실험실과 동일 품질의 인공 멜라닌 간 조영제를 100ℓ 단위로 대량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ML-101의 임상 1상은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 이후 진행항 예정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글로벌 간 조영제 시장은 연평균 8.14%씩 성장해 오는 2026년 4500억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