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메가딜 신호탄 쏜 美 GTCR…24조에 월드페이 인수

by김연지 기자
2023.07.11 05:51:49

美 GTCR, 24조원에 월드페이 지분 55% 인수
금리인상에 눈치싸움하는 와중 이뤄진 메가딜
차입매수 활용한 메가딜로 IB 업계 관심도 ↑

[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미국 사모펀드(PEF)운용사 GTCR이 전자결제 서비스 업체 ‘월드페이’의 주요 지분을 수십조 원에 인수하면서 자본시장 관심이 뜨겁다. 고금리·고물가 여파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운용사들은 넉넉한 실탄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눈치싸움을 이어갔고, 월가 전통 투자은행들 역시 대규모 인수·합병(M&A)을 꾀하는 운용사들에게 예전과 같이 자금줄을 대지 않았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탄생한 GTCR의 이번 메가딜을 두고 ‘분위기가 꺾였던 글로벌 M&A 시장에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분석이 속속 나오고 있다. 통상 메가딜이 이뤄지는 기반에는 경제가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전제가 깔리는 만큼, 분위기가 꺾였던 M&A 시장이 이러한 신호탄을 계기로 활성화 조짐을 보일지 관심이 고조된다.

미국 GTCR은 피델리티 내셔널(FIS)로부터 최근 월드페이 지분 55%를 약 185억달러(약 24조 944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올해 미국 PE가 주도한 레버리지바이아웃(차입매수·LBO) 중 가장 큰 규모에 속한다. 또 43년의 운용 역사를 가진 GTCR이 설립 이래 진행한 최대 규모의 바이아웃 딜이기도 하다.

지난 1980년 설립된 GTCR은 차입매수 방식으로 M&A를 진행하는 미국 시카고 기반의 사모펀드운용사로, 그간 금융 서비스와 의료기술, 정보통신기술 등 고성장 산업에 속속 투자해왔다. 주요 포트폴리오로는 mRNA 백신 개발사 ‘마라바이라이프사이언스’와 기내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제공사 ‘고고’, 애드테크 기업 ‘심플리파이’ 등이 있다.

GTCR은 월드페이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월드페이는 미국 상위권의 전자결제 서비스 업체로, 연간 거래액은 2조 달러에 달한다. 전자결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덩달아 몸집을 키웠고, 최근에는 가상자산 결제 부문으로도 사업을 확장했다. 이번 인수에서 눈여겨 볼 점은 레버리지론의 채무불이행(디폴트)이 급증하며 시장 분위기가 얼어붙은 와중에도 GTCR이 월가 투자은행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며 이번 딜을 성사시켰다는 점이다. 미국 중앙은행의 고강도 긴축으로 시장에서 사실상 발을 뺐던 큰손들이 다시 돌아왔다고 봐도 무방한 대목이다.

GTCR의 이번 차입매수에는 JP모건과 골드만삭스, 시티그룹, 웰스파고, 도이치방크, UBS 등이 자금을 댄 것으로 전해진다. 차입매수란 인수 기업의 자산 혹은 현금흐름을 담보로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기업을 인수하는 M&A 기법이다. 소액 자본으로도 큰 이득을 취할 수 있지만, 피인수회사의 자산을 담보로 과다한 부채를 조달하는 만큼, 해당 기업의 재무구조 악화 및 도산 위험이 증가한다는 단점이 있다.

다만 축포를 터뜨리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자은행들이 시장 불확실성을 고려해 부채 규모가 작거나 신용위험이 크지 않은 기업에 한해 선별적으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GTCR의 월드페이 인수에서도 투자은행들의 보수적인 기조가 엿보인다. 한 외신은 “거래 규모는 컸지만, 자본 구조는 보수적”이라며 “월드페이 딜의 레버리지 비율은 4배를 소폭 웃도는 수준으로, LBO 평균 레버리지 비율(5.9배)을 밑돈다”고 전했다. 이어 “기업의 성장잠재력도 무시할 수 없지만, 지금과 같은 시기에 투자은행들이 자본 대비 차입 비율이 낮은 곳에 자금을 대며 리스크를 최소화한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