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 폭행 후 끝까지 '조작수사' 주장만 반복한 50대男[그해 오늘]

by한광범 기자
2023.06.12 00:01:25

고 최희석씨 수차례 폭행한 아파트 입주민
기소 후에도 피해자 탓·언론 탓·경찰 탓 반복
法 "반성한다며 유족에겐 제대로 사죄 안해"

강북구 아파트 경비원 고 최희석씨를 폭행한 주민 A씨가 2020년 5월 22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법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2020년 6월 12일. 검찰이 아파트 경비원 고(故) 최희석씨에게 폭행을 가한 아파트 주민 A씨(51)를 구속기소했다.

서울 우이동의 한 아파트 주민이던 A씨는 같은 해 4월 21일 아파트 주차 문제로 최씨와 다툰 후 지속적으로 최씨를 폭행하고 협박했다. A씨의 반복된 폭행과 협박에 고통스러워하던 최씨는 같은 해 5월 10일 피해사실을 호소하며 “A씨는 고문을 즐기는 얼굴이다. 꼭 강력히 처벌해주세요”라는 내용의 음성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검찰은 A씨가 4월 21일 최씨에게 “경비 주제에 우리가 돈 주는 걸로 먹고살면서 왜 하지 말라는 짓을 하냐”며 얼굴 부위를 가격한 것을 시작으로 수차례에 걸쳐 폭행을 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최씨가 폭행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자 최씨를 찾아가 경비실 안으로 감금한 후 “너 오늘 죽어봐, 이 새끼야”라며 수차례 폭행해 상해를 가하는 보복 범죄를 저질렀다고 전했다.

A씨의 폭행과 협박 등은 최씨가 숨지기 6일 전인 5월 4일까지 계속됐다. 그는 특히 5월 4일 문자메시지를 통해 최씨를 ‘머슴’으로 지칭하며 “끝이 없는 거짓이 어디까지인지 용서할 수가 없네요”라며 최씨와 무관한 진단서 사진을 보내 법적조치를 취할 것처럼 협박하기도 했다.

결국 A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상해·감금·폭행, 협박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A씨는 법정에서 최씨에 대한 폭행 등 공소사실 대부분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최씨를 감금하거나 최씨에게 상해를 가하거나 보복폭행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공소사실 일체를 유죄로 판단해 A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1심은 “최씨는 A씨의 집요한 괴롭힘에 못 이겨 사직을 하고 싶어도 생계유지를 위해 사직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A씨의 폭언·폭력 등이 계속 반복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일상생활을 제대로 영위할 수 없는 상태에까지 이르게 됐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씨는 현재까지 범행 중 보복목적 감금, 상해, 폭행 범행을 부인하며 자신의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고, 유족으로부터 용서를 받지도 못했다”며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그는 항소심 재판에서도 “화장실에서 최씨와 다툰 적은 있으나 최씨의 고소에 댛나 보복 목적으로 다툰 것이 아니고 멱살을 잡는 정도에 불과해 최씨에게 상해를 입게 한 적은 없다”며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2심도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항소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여전히 설득력 없는 주장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현 상황에 이른 데에 대한 책임을 ‘생전에 거짓 진술을 했던 피해자 탓’, ‘거짓 주장을 그대로 믿고 사실을 과대포장 하고 있는 언론 탓’, ‘여론에 떠밀려 짜 맞추기식 조작수사를 진행한 경찰 탓’ 등 오로지 남 탓으로만 돌리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A씨가 반성문을 수차례에 걸쳐 제출했으나 자기 합리화만을 꾀하는 자세를 견지하는 한 진심 어린 반성을 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또 정작 반성과 사과 상대방이 돼야 할 유족들에게는 제대로 된 반성이나 사죄를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A씨는 2심 판결에도 불복해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