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억 韓시장 겨눈 K-구제역백신 나온다…옵티팜, 내년 IND 제출

by나은경 기자
2023.05.31 09:20:55

7차례 자체시험 후 내년 초 IND 제출
기존 백신 효능 낮고 부작용 발생률 커
성능 입증해 1조원 글로벌 시장 진출 염두

[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옵티팜(153710)이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제1호 국산 구제역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년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비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하는 것이 목표다. 동물용 백신의 경우 시판 허가를 위해서는 한 차례의 동물실험만 거치면 된다. 그간 수입 구제역백신만 사용되고 있던 연 1000억원 규모 국내 시장에 수입 백신보다 저렴하고 방어효과는 높은 국산 백신이 진입해 백신주권을 확보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바이오제네시스 바고의 구제역백신 ‘바이오아토젠 FMD’ (사진=FVC)


25일 옵티팜에 따르면 내년 초 구제역백신 후보물질 ‘FMDV-VLP 백신’의 IND 제출을 목표로 여섯번째 자체 비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대조백신은 바이오제네시스 바고의 ‘바이오아토젠 FMD백신’(이하 바이오아토젠)이다. 옵티팜은 이후 한 차례 더 자체실험을 마친 후 하반기 중 안전성·독성 등의 추가 비임상시험을 거쳐 연내 데이터를 취합할 계획이다. 실험 한 차수당 대략 4~5개월이 소요됨을 감안하면 연말 중 자체실험이 모두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

옵티팜 관계자는 “아직 더 지켜봐야 하지만 초기 단계에서는 상용화된 구제역백신과 항체형성이 유사하거나 더 나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내년 농림축산검역본부 허가를 위한 비임상을 실시해 품목허가를 받고 2025년 판매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회사측은 자체시험도 구제역백신의 타깃 가축인 돼지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공식 비임상(동물실험) 결과도 이변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구제역은 치사율이 최대 55%에 달하는 우제류 대상 바이러스성 급성 전염병으로 감염시 48시간 내 가축의 주둥이와 발굽에 수포염증이 생긴다. 올해 청주와 증평 지역에서 4년만에 구제역이 발병하면서 최근까지 국내 전체 사육두수의 0.03%인 한우 1300여 마리가 살처분됐다. 추가 확산 가능성은 더 지켜봐야하지만, 2010년 전국적인 구제역파동 이듬해 정부가 축산농가에 구제역백신접종을 의무화하면서 그때만큼의 대규모 피해가 생기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던 지난 2010~2011년에는 가축 390만 마리가 살처분됐고 농가피해만 3조4000억원에 달했다.

축산농가에 백신접종이 의무화됐지만 아직 국산 구제역백신이 없어 한국은 연간 1000억원 규모의 구제역백신을 수입하고 있다. 수입되는 구제역백신 중 점유율 1위 백신은 아르헨티나 바이오제네시스 바고에서 생산한 바이오아토젠이다. 다만 바이오아토젠을 비롯한 기존 백신들은 방어효과가 낮고 접종 후 접종부위(주로 목)에서 육아종이나 화농이 나타나는 이상육 발생률이 50% 이상이어서 축산농가에서 접종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구제역백신연구센터 역시 내년 말부터 국산 구제역백신 시험생산 시작을 목표로 백신 개발에 한창이다. 개발 주체는 바이오아토젠의 국내 총판이자 구제역백신 국산화 사업대상자로 선정된 FVC다. 현재 구제역백신센터와 구제역백신 ‘바이로백 케이’를 공동개발하고 있다. 바이오제네시스 바고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은 FVC의 목표는 2024년 12월 구제역백신 상용화다. FVC는 장기적으로 수입물량의 50%를 자체 개발 국산화 백신으로 대체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구제역백신연구센터 관계자는 “국내 발생 구제역에 가장 적합한 한국형 백신주가 개발되면 지금보다 방역 효과를 높일 수 있다”며 “아울러 국산 백신이 수입산 구제역백신을 대체해 백신주권 확보 및 관련 산업 진흥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FVC의 구제역백신과 상용화 일정이 겹치는 만큼, 옵티팜이 개발 중인 FMDV-VLP 백신이 바이오아토젠 기술에 기반을 둔 바이로백 케이 대비 높은 방어효과와 낮은 이상육 발생율을 입증하는 게 향후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데 관건이 될 전망이다. 현재 FVC측은 바이로백 케이 시제품의 이상육 발생률이 50% 이하이고, 기존 제품 대비 항체 형성률은 동등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한다.

옵티팜 역시 기존 백신대비 자체 개발 백신이 생산단가가 낮고 이상육 발생률도 낮다는 점을 강조한다. 회사 관계자는 “바이오아토젠은 생백신을 약독화한 사백신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항원생산을 위해서는 동물이용 생물안전 3등급(BSL-3) 수준의 시설투자가 필요하지만, 나노파티클 기반 백신인 FMDV-VLP 백신은 일반 생산시설 사용이 가능하다. 나노파티클 특성상 낮은 생산단가와 높은 생산율이 특징”이라며 “기존 백신은 사백신의 특징상 오일 성분의 면역증강제를 사용해 이상육 문제가 발생하는데 옵티팜은 다양한 면역증강제를 비교 시험해 이상육 우려를 감소시킬 수 있는 조합으로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측은 장기적으로 해외 출시도 염두에 두고 있다. 옵티팜 관계자는 “당장 수출을 논할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기존 구제역백신은 방어능이 낮아 개선된 제품에 대한 시장 요구가 높다. 기존 백신 대비 성능이 우수하다는 점만 입증된다면 해외 시장에서도 상당한 매출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글로벌 구제역백신 시장 규모는 연간 약 1조원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옵티팜은 지난해부터 사업부별 주력사업을 골라내 한 곳에 집중, 개발에 속도를 내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 결과 바이러스유사입자(VLP)백신부문은 구제역백신(동물백신)과 HPV백신(인체백신), 박테리오파지부문은 젖소 유방염 치료제, 이종장기부문은 돼지 이종췌도이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올 하반기부터는 영장류 대상 이종췌도 이식 비임상시험에 진입할 예정이라 향후 연구개발(R&D) 비용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는 전체 매출에서 57%를 차지하는 동물백신의 매출을 늘려 자체 자금으로 이종췌도이식 R&D에 집중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전략이다.

지난 3년간 옵티팜은 영업손실을 지속적으로 축소해왔지만 아직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1분기 매출은 39억원을 기록했고, 누적 적자는 13억원을 넘겼다. 옵티팜의 흑자전환 목표 시점은 내년이다. 회사는 올해 약 175억~200억원의 매출과 당기순손실 20억원 이하의 실적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