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클론, CAR-T 치료제 맞고 줄줄이 암완치...킴리아와 15조 시장 양분 기대

by김지완 기자
2022.10.14 09:40:07

AT101 임상 1상에서 상당수 환자에게서 완전관해
항체결합 부위 달리해 기존 CAR-T 불응·재발 환자에 효능
인간유래 단백질로 약효능 지속력 높여
"기존 CAR-T 치료제 사실상 같아...AT101 기술수출 기대"

[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앱클론(174900)의 CAR-T 치료제 ‘AT101’이 임상 1상에서 여러 명의 환자에게서 암 완치 판정을 이끌어내며 시장 기대를 키우고 있다. AT101은 종전의 CAR-T 치료제와 차별화된 특성으로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종전 CAR-T치료제(좌)의 항체 결합부위와 앱클론의 AT101(우)의 항체 결합 부위가 다르다. (제공=앱클론)


12일 앱클론에 따르면, CAR-T치료제 AT101 임상 1상에서 최소량을 투여받은 상당수 혈액암 환자에게서 완전관해(CR)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내용은 앱클론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AT101은 지난해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1/2상 임상시험계획(IND)를 승인받았고, 지난 5월 서울 아산병원에서 첫 환자에 투여했다. AT101 임상 1상 완료 시점은 내년 상반기다.

현재 상용화된 CAR-T 치료제는 모두 CD19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 CD19은 B세포 분화 단계에서 발현되는 항원이다. B세포에 이상이 생기면 백혈병이 되고, 림프절의 B세포에 문제가 발생하면 림프종이 된다. 즉, CD19를 표적하면 B세포에서 유래한 대부분의 혈액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다. 기적의 치료제로 불리는 킴리아·에스카타도 CD19과 결합한 뒤, T세포를 방출하는 방식으로 암세포를 살해한다.

문제는 CD19을 표적으로 하는 CAR-T 치료제의 부작용이 상당하단 점이다. CAR-T치료제가 이상 B세포만을 타깃으로 해야 하는데, 정상 B세포까지 공격하기 때문이다. 손상된 B세포는 항체 생성 저하로 환자를 감염에 취약하게 만든다.

AT101은 작용부위를 달리해 종전의 CAR-T 치료제 단점을 보완했다. 앱클론 관계자는 “AT101은 킴리아·에스카타처럼 CD19을 표적으로 한다”면서도 “기존 킴리아·에스카타는 세포막 먼 쪽에 붙고 AT101은 세포막 가까운 곳에서 결합한다. AT101이 최소 용량 투여에도 약효능을 발휘할 수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AT101이 종전의 CAR-T 치료제들과 다른 항체 결합부위(에피토프)를 사용으로 파이프라인 시장가치는 크게 올라갔다는 평가다.

그는 “현재 상용화된 킴리아, 예스카타, 테카투스, 브레얀지 등 CD19 표적 CAR-T 치료제의 항체 결합부위는 모두 동일하다”면서 “이 말은 곧 킴리아 불응환자에게 예스카타를 쓸 수 없단 얘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AT101은 종전 CAR-T 치료제와 결합 부위가 달라, 기존 치료제에 불응하거나 재발 환자군에도 쓸 수 있다”고 부연했다.

AT101의 이러한 차별화된 특성으로 킴리아를 개발했던 미국 펜실베니아대 의과대학은 해당 치료제를 실험실로 가져가 세포실험을 진행했다. 이 실험에서 AT101은 킴리아 투약 불응군에 대해 효능을 입증했다.

종전의 CAR-T 치료제의 또 다른 문제점은 생쥐 유래 단백질 이용한다. 그 결과 투약 후 면역반응을 유발돼 약효 지속성이 떨어진다. 인체가 생쥐에서 유래한 고분자 CAR 단백질을 외부의 적으로 간주하고 치료제를 공격하기 때문이다. 반면, 앱클론은 인간화항체를 개발해 면역반응 유발을 최소화했다. 인체가 AT101을 외부 침입자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에 치료제가 몸 속에 오래남아 약 효능이 올라가는 구조다.

지금까지 승인된 글로벌 CD19 표적 CAR-T 치료제는 모두 마우스 유래 FMC63 항체를 사용하고 있다. 앱클론은 세계 최초로 개발한 h1218 인간화 항체를 사용한다. 기존 CAR-T 치료제는 생쥐로부터 CAR 단백질을 제조했고, 앱클론은 닭을 인간화(humanized)해서 CAR 단백질을 제조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AT101은 동물실험에서 단 1회 투여로 림프종·백혈병 암세포를 모두 사멸시켰다. 이 같은 동물실험 결과를 이번 임상 1상에서도 그대로 재현했다. 앱클론 관계자는 “AT101 임상 1상에선 3그룹으로 나눠 약물 투여가 이뤄지는 만큼, 투약량이 늘어나면 더 높은 효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T101 효능이 임상 1상에서 효능이 확인되면서 파이프라인의 시장가치는 천문학적으로 치솟았다는 평가다.

앱클론 관계자는 “매년 CAR-T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현재까지 상용화된 4종의 치료제는 이름만 다를 뿐, 사실상 같은 치료제다. 앱클론 치료제가 상용화된다면 다른 종류의 CAR-T 치료제가 처음 등장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T101이 천문학적인 시장가치를 지녔다고 평가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미국 메사추세츠 소재 생명공학기업 ‘바이오파마 PEG 사이언티픽’에 따르면, 글로벌 전역에서 판매된 CAR-T 치료제들의 합산 실적은 지난해 기준 17억900만달러(2조4370억원)에 달했다. 2020년 전체 판매 실적이 10억8100만달러(1조5415억원)였던 점을 비춰보면 1년 새 판매액이 70%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CAR-T 치료제는 강력한 효과로 북미·유럽을 중심으로 글로벌 전역에 보급과 확산이 가속화되는 추세다. 이밸류에이트 파마는 글로벌 CAR-T 치료제 시장 규모가 오는 2026년 103억2200만달러(1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3월 킴리아가 식약처로부터 품목허가를 얻었다. 킴리아의 국내 가격은 3억6000만원이다.



앱클론은 상용화와 기술수출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AT101의 임상 1상 중간결과가 나오는 연말부턴 글로벌 학회를 중심으로 기술수출에 위해 나설 것”이라며 “항체 차별화와 더불어 항체 지적재산권(IP)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AT101의 시장관심이 높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앱클론 관계자는 “최근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으로 220억원을 조달한 이유는 임상 1상 후 곧장 임상 2상에 돌입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킴리아와 예스카타처럼 AT101도 임상 2상 후 조기 품목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글로벌 임상은 기술수출을 통한 파트너십을 통해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정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말 보고서를 통해 “앱클론의 파이프라인 가치가 크게 증가했다고 판단한다”면서 “글로벌 ‘베스트 인 클라스’ CAR-T를 보유한 앱클론 시총이 2600억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