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들썩]“사이코패스 아냐”…친누나 25차례 찔러 죽인 동생, 왜?

by장구슬 기자
2021.05.08 00:01:00

30대 누나 살해·유기한 20대 남동생, 범행 4개월 만 검거
조작 메시지로 부모·경찰 속여…시신 발견돼 수사 중에도 모르쇠
사이코패스 성향 없어…범행 동기 관심 집중

[이데일리 장구슬 기자] 친누나를 흉기로 25차례나 찔러 살해한 후 시신을 유기한 남동생 A(27)씨의 범행이 세간에 알려지며 충격을 줬습니다. 부모에겐 누나인 척 조작 메시지를 보내 실종 신고를 취소하게 하고, 발인식에선 영정 사진을 드는 등 뻔뻔한 태도를 보여 국민적 공분을 샀습니다. 이후 경찰 조사 결과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성향이 없다는 결과가 나오며 누나를 잔혹하게 살해한 A씨의 범행 동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30대 누나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동생 A씨가 지난 2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A씨는 지난해 12월19일 인천 남동구 한 아파트에서 함께 살던 30대 누나 B씨를 흉기로 25차례 찔러 살해했습니다. 그는 아파트 옥상에 B씨의 시신을 방치했다가 10일 뒤 렌터카로 운반해 강화군 삼산면 석모도에 있는 한 농수로에 유기했습니다. 석모도에 유기한 이유에 대해선 “외삼촌 가족이 인근에 거주해 몇 차례 들른 적이 있어 인적이 드물 거라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A씨는 B씨 명의의 은행 계좌에서 자신의 계좌로 돈을 이체한 뒤 식비 등 생활비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A씨는 범행 후 B씨의 카카오톡 계정을 이용해 B씨가 살아 있는 것처럼 위장했습니다. 부모가 B씨의 실종 신고를 접수하자 B씨의 휴대전화 유심(USIM)을 다른 기기에 끼운 뒤 자신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경찰에 2월16일부터 18일까지 누나와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나눴다며 B씨가 실종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A씨가 경찰에 넘긴 메시지에는 ‘A씨: 적당히 해라, B씨: 나 때문에 스트레스 이만저만 아니겠네. A씨: 알면 기어 들어와 사람 열 받게 하지 말고. 아버지도 어머니도 장난 아니셔. B씨: 하하 그냥 좀 내버려두면 안 되냐. 무슨 실종신고냐. 한두 살 먹은 어린애도 아니고’라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또 ‘A씨: 누나 들어오면 끝나, 누나 남자친구 만나는 거 뭐라고 하는 사람 1도 없어. 실종신고 취하하고 부모님께 좀 혼나고 다시 일상처럼 지내면 돼. B씨: 잔소리 좀 그만해. 알아서 할 거야. A씨: 부모님 가슴에 대못 그만 박고 들어와’라는 대화도 있었습니다.

메시지는 모두 A씨가 1인 2역을 하며 혼자 주고받은 대화였습니다. 경찰은 A씨의 진술 외에도 여러 차례에 걸쳐 B씨의 행방을 찾고자 했지만 A씨는 부모를 설득해 결국 실종 신고를 취하하게 했고 수사는 종결됐습니다.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친누나를 살해·유기한 A씨에 사형을 구형해 달라는 청원 글이 올라왔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그렇게 묻힐 뻔한 A씨의 범행은 B씨의 시신이 발견되며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B씨의 시신은 유기된 지 4개월 만인 지난달 21일 인근 주민에게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여행가방이 제대로 닫혀 있지 않아 시신이 떠오른 것으로 짐작하고 있습니다. 이후 B씨 신원이 밝혀지면서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됐는데 수사 진행되는 동안에도 A씨는 뻔뻔스러운 행동을 했습니다.

검거 전까지 출근도 정상적으로 해온 A씨는 B씨의 발인 날엔 자신이 살해한 B씨의 영정 사진을 들고 운구행렬에 앞장섰습니다.

또 ‘가족들이 실종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기사를 본 A씨는 기자에게 항의 이메일을 보내 “실종신고를 했다. 말 한마디가 예민하게 들리는 상황이라 이런 기사가 계속 보도되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까지 했습니다.

A씨의 뻔뻔한 행동은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고 ‘사형을 구형해 달라’고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왔습니다. 이 청원엔 지난 7일 오후 1시30분 기준 11만6000여 명 이상이 동의했습니다.

A씨의 잔인한 범행 수법과 태연한 대처에 사이코패스일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경찰이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조사한 결과 사이코패스 성향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에 A씨의 구체적인 살해 동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누나와 성격이 안 맞았고 평소 생활 태도와 관련해 다툼이 있었다”며 “(범행 당일도) 늦게 귀가했다고 누나가 잔소리를 했고 우발적으로 범행했다. 그렇게 심하게 찌른 줄은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손수호 변호사는 사이코패스가 아니라는 것에 집중하지 말고 범행 동기를 파헤치는 데 촛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손 변호사는 지난 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참혹한 살인을 한 범죄자가 왜 사이코패스가 아니냐를 의아해할 것이 아니다. 또 친누나를 25번 찌른 정도면 ‘사이코패스 아니냐’라고 생각하기보다 오히려 반대로 생각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도 돈, 질투, 애정, 순간적인 분노 등 여러 배경에 의해 계획적이든 우발적이든 살인할 수 있다”며 “사고를 전환하는 게 더 합리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SNS가 수사회피 수단으로 이용되기 때문에 속지 말아야 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범행 동기나 배경, 준비 여부나 이런 것을 더 확실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