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는 경제다]탈탄소가 대세…글로벌 ‘큰손’은 탄소기업 손절중

by김경은 기자
2021.02.28 00:00:00

바이든정부 기대감…지난해 4Q ESG펀드액 29% 증가
주식형액티브펀드 순유출에도 사회책임펀드에는 순유입
33개 기관투자가 참여 5조달러 굴리는 ‘탄소제로를 위한 투자자연합’
1분기 중 탄소배출기업 명단 발표…탄소버블 경고음 본격화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기후변화를 극복하려 노력하는 곳에 돈이 모이고 있습니다. 기후위기 극복과 성장이 상충된 관계에 있다는 관념은 고루한 옛 발상이라는 말입니다.

미국 최대 공공 연기금인 캘퍼스와 알리안츠, 악사 등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기관투자가 33곳이 참여한 ‘탄소제로를 위한 투자자연합(Net Zero Asset Owner Alliance)’은 자신들이 투자하는 기업들이 탄소배출을 2025년까지 16~29% 감축하도록 요구할 계획입니다. 이들 자산 규모는 5조달러(한화 약 5700조원)로 영향력이 적지 않습니다. 올해 1분기 이같은 요구를 전달할 기업 명단이 만들어집니다.

이들은 배출권거래제(ETS), 탄소국경세 등으로 인한 기업들의 비용 부담은 결국 투자자들의 배당수익이나 자본이득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조만간 무용지물이 돼 급속히 평가절하될 자산을 일컫는 좌초자산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철강·시멘트·석유화학 등 탄소배출이 높은 기업들이 보유한 자산 등이 이 범주에 들어갑니다. 막대한 규모의 좌초자산으로 금융위기가 예상된다는 이유에서 ‘탄소버블’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도 목표에서 3600억달러, 1.5도 목표에서는 8900억달러의 좌초자산이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는 과학자들이 제시한 지구의 탄소허용 총량과 글로벌 에너지 기업이 보유한 매장 자원의 탄소량을 근거로 계산한 값입니다.

가망 없는 기업에 돈을 빌려줄 투자자는 없기 때문에 기존 에너지 기업의 자본비용은 오를 수밖에 없고 기업가치는 하락할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블랙록 등 규모가 큰 자산운용사들은 이미 좌초자산의 규모가 큰 기업의 투자자산을 처분하고 있고, 미국의 셰일 혁명을 이끈 체사피크에너지 등 화석연료 자산을 보유한 몇몇은 파산보호를 신청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탄소제로를 위한 투자자연합에 소속되는 기관들의 규모가 훨씬 커질 것으로 봅니다. 직접 가입하지 않더라도 탄소감축 노력을 하지 않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거부하는 기관투자가의 수는 점차 늘어날 것이란 전망입니다. 블랙록은 지난해 1월 화석연료 매출이 전체 매출의 25%를 넘는 기업들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성명을 낸 바 있습니다.

탄소제로를 위한 투자자연합 참가 기관(출처:유안타증권)
이외에도 국내외 여러 연기금 들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핵심 투자지침으로 삼으며 관련 펀드 규모를 키우는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모닝스타와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ESG펀드 자산은 1조6520억달러로 전분기 대비 29% 증가했습니다. 무려 이 기간 196개의 신규 상품이 출시됐습니다. 기관은 물론 개인투자가들의 관심도 신규 상품 출시붐에 일조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책임투자펀드로의 자금 유입은 눈에 띕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 주식액티브 펀드에서는 5조9662억원이 빠져나갔는데, 사회책임투자펀드(ESG 포함)로는 자금이 순유입됐습니다.

특히 지난해 10월 이후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기대감은 사회책임투자펀드에 대한 규모를 확대하는데 크게 일조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지난해 4분기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상징지수펀드(ETF) 등을 중심으로 신규 펀드 설정이 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자산 규모가 이 시기를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과거 ESG펀드는 주로 기업의 지배구조나 사회책임 등에 방점을 찍었다면 최근엔 환경 테마가 운용 매니저들의 관심을 사로잡는 이슈입니다.

그린본드(녹색채권)도 과거에는 세계은행 등 개발은행이 주도했다면 이제는 민간부문의 발행이 봇물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린본드 투자를 늘리는 기관투자가들이 늘면서 경쟁력있는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최근 우리나라 기업들도 그린본드 발행 규모를 키우고 있습니다.

돈은 모이는 곳에 더 들어오게 마련입니다.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테마는 공공이 주도하는 이니셔티브에서 벗어나 민간부문이 주도하는 장으로 분위기가 완전히 뒤바뀌었습니다. 사회책임성투자는 기술적으로 상용화 단계에 이른데다 글로벌 분위기를 볼때도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