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자의 금융Talk]‘실비보험’ 질병·상해만 보장해주는 줄 알았더니

by유재희 기자
2019.05.11 06:24:15

[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사례 1. 30대 직장인 박종필씨는 몇년 전 화장실 배수관이 터져 아랫집 천정으로 물이 흐르는 사고를 겪었다. 누수 된 곳을 수리하고 아랫집 천정을 고쳐주고 도배를 해주면서 지급한 비용만 160만원. 집이 오래돼 앞으로 이런 사고가 더 발생할까 걱정이다.

사례 2. 40대 주부 정희수씨. 초등학생인 자녀가 자전거를 타고 가다 넘어지면서 주차돼 있던 차량에 부딪혔다. 다행히 아이는 많이 다치지 않았지만 차량이 파손됐다. 정씨는 차주에게 연락해 피해 차량을 원상복구해 주기로 하고 합의했다.

일상 생활 속에서 흔히 일어나는 사고들이다. 박씨와 정씨는 모두 실비보험에 가입돼 있다. 하지만 박씨는 160만원을 자비로 해결했고, 정씨는 보험금으로 처리했다. 이 같은 차이는 박씨의 경우 본인이 가입한 실비보험에 ‘가족 일상생활(중)배상책임’ 특약이 있다는 것을 몰랐고 정씨는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은 피보험자(가해자)가 주택의 소유, 사용, 관리 또는 일상생활 중 발생한 사고로 타인의 신체·재산상 입힌 피해에 대해 보상하는 보험이다. 주택누수는 물론 가전제품파손, 핸드폰 손·망실, 자전거사고, 반려동물로 인한 상해 등 보상 범위도 다양하다. 피보험자 범위 역시 일상생활배상책임, 가족일상생활배상책임, 자녀배상책임보험 등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본인은 물론 배우자, 미혼자녀, 생계를 같이하는 동거친족 등으로 넓은 편이다.



월 1000원 미만의 저렴한 보험료로 일상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손해를 한도(최대 1억원) 내에서 보장하기 때문에 보험을 좀 아는 사람들 사이에선 가성비 좋은 보험상품으로 꼽힌다.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은 주로 단독 상품보다는 손해보험사가 판매하는 상해보험, 주택화재보험, 어린이보험 등에 가입할 때 별도의 특약 형태로 판매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일상생활배상책임에 가입하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약으로 돼 있기 때문에 보험에 가입한 것조차 모르는 사람도 많다는 것이다. 반면 일부에선 도덕적 해이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금 청구가 꼭 필요한 소비자 중 가입 사실을 몰라 활용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은 반면 일부에선 이 보험을 악용해 보험사 및 다른 가입자에게 손해를 입히는 사례도 많다”며 “이 때문에 보험사들이 일상생활배상책임 보험 판매를 중단하거나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취지가 좋은 보험상품인 만큼 보험 소비자들이 잘 활용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