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③] 도시가 품은 시대를 산책하다
by강경록 기자
2017.09.30 00:00:01
대전 대흥동과 소제동
한국관광공사 추천 10월 가볼만한 곳
글·사진 이시목 여행 작가
| 밤이면 풍차에 불이 커져 더욱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는 대동하늘공원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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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충청지원 건물을 현대미술 전시장으로 재활용한 대전창작센터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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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암사적공원에 있는 기국정은 소제호가 매립될 당시, 소제동에 있던 것을 옮겨온 것이라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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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철도관사촌이 독특하고, 골목에 문학과 예술이 담겨 있다.” 부산에서 소문을 듣고 소제동에 온 길이라 했다. 저녁 무렵 대흥동 어귀에서 그들을 다시 만났다. 낡았지만 어딘가 세련된 분위기가 마음에 드는 눈치다. 대전 대흥동과 소제동이 뜨고 있다. 대흥동에는 리노베이션한 카페나 오래된 맛집이 많고, 소제동에는 1920~1930년대 지은 철도관사촌이 있다. 모두 오래된 풍경을 간직한 곳으로, 이 가을과 잘 어울린다. 더욱이 두 동네는 최근 10여 년간 도시 균형 발전을 위한 재생 작업이 꾸준히 진행되어, 도시가 걸어온 시간을 풍성하고 멋스런 이야기로 들려준다. 근대부터 100년이 넘는 시간을 타박타박 걸으며 만나고 싶다면, 대흥동과 소제동을 찾아라. 대전역을 기준으로 대흥동은 서쪽, 소제동은 동쪽에 있어 연계해 둘러보기 좋다.
| 6.25전쟁 때 이승만 대통령이 머물며 연합군의 6.25전쟁 참전에 합의했던 충남도지사 공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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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자기 카페와 오래된 맛집이 있는 ‘대흥동’
대전역 광장에서 대전근현대사전시관으로 이어지는 중앙로 왼쪽이 대흥동이다. 1990년대만 해도 공공 기관 이전과 상권 이동으로 침체에 빠졌는데, 지금은 다시 북적이는 거리가 됐다. 2006년부터 도시 재생 사업을 꾸준히 진행한데다, 이곳에 둥지를 튼 젊은 문화 활동가와 예술가들이 노력한 결과다. 무엇보다 대흥동에는 시간에 시간이 더해진 풍경이 잘 남았다. 전문가들은 이 점에 문화 가치를 더한 도시 재생이 주효했다고 말한다.
여행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다. 근대건축물을 허물지 않고 새롭게 활용한 건물 찾기, 오래된 건물 외벽에 그려진 그림 찾기, 낡은 건물을 리노베이션해 빈티지한 카페나 갤러리 찾기. 먼저 대흥동 일대는 근대건축물을 문화 공간으로 재활용한 곳이 많다. 대전 충청남도청 구 본관(등록문화재 18호)은 지역 근현대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대전근현대사전시관으로, 대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구 충청지원(등록문화재 100호)은 대전시립미술관 창작센터로, 초록 지붕이 우아한 대전여중강당(대전문화재자료 46호)은 대전갤러리로 다시 태어났다. 테미고개 인근에 있는 충청남도 관사촌도 눈에 띈다. 충청남도지사공관(대전문화재자료 49호)을 비롯한 관사 10여 동이 문화 공간으로 변신할 예정이다.
대흥동에서는 벽화 투어도 빼놓을 수 없다. 대부분 2012년 대전시립미술관이 기획한 〈예술을 통한 도시 재생〉전의 결과물이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카페 ‘여전히 잘,’(옛 산호다방) 건물 외벽에 흰 스웨터 벽화가 상징처럼 남아 있다. 낡은 담이나 배관에도 작은 그림이 보인다.
오래된 주택이나 상가 건물을 리노베이션한 빈티지 공간 역시 매력 있다. 카페 ‘초록지붕’ ‘여전히 잘,’ ‘희나리’ ‘하이드아웃’ ‘안도르’, 문화공간주차 ‘파킹’ 등이 그곳이다. 안도르는 대한제국 시대 대전부윤(지금의 대전시장)의 관사였고, 파킹은 오래된 여관 주차장이었다.
저물녘에는 으능정이문화의거리 쪽으로 길을 잡아보자. 이곳에 도심 활성화를 위해 조성한 스카이로드가 있다. 도로 위에 대형 LED 영상 시설물을 세워 화려한 밤 풍경을 연출한다.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10~3월) 매시 정각에 50분씩 다양한 영상물이 머리 위로 흐른다(월요일 휴장).
추석 연휴(10월 4~5일)에는 ‘대전스카이로드 2017 한가위 대잔치’가 열려 거리가 더욱 풍성해진다. 전통 민속놀이 체험과 거리 퍼포먼스, 인절미 만들어 먹기 같은 프로그램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오가는 길에 튀김소보로가 유명한 ‘성심당’이 보이면 잠시 들러 맛봐도 좋다.
| 대흥동 초록지붕은 적산가옥을 원형 그대로 살려 카페로 활용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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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철도 노동자 집단 거주지였던 ‘대흥동’
대전역 뒤쪽은 소제동이다. 1920~1930년대 일본 철도 노동자의 집단 거주지로, 전란과 개발을 용케 피한 관사 40여 채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근현대를 거치며 집을 허물지 않고 형편이 허락하는 대로 조금씩 품을 넓혀, 조금은 삐뚤빼뚤하고 담장이 살짝 기울었다. 담장마다 키 큰 나무가 무성하고, 길가에 구멍이 숭숭 뚫린 나무 전봇대가 여러 개다. 한자리에서 60년 세월을 보낸 ‘대창이용원’도 정겹다. 흔히 보지 못하는 것으로 가득 찬 동네다.
이런 독특한 풍경에 소제창작촌이 자리한다. 지난 2012년 대전시 철도 문화유산 활용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운영하기 시작한 레지던시로, 빈집을 살짝 손질해서 활용하는 게 핵심이다. 현재 활용 중인 공간은 ‘소제창작촌’(작가 창작 공간), ‘재생공간293’(전시 공간), ‘시울마실’(게스트하우스), ‘시울2길 골목길’(공동체 공간) 등 네 곳. 소제창작촌의 유현민 프로그램디렉터는 “소제창작촌은 예술가들이 무상이나 저렴한 임대료로 빌린 집을 활용해 전시회를 열고, 때로 축제도 개최하며 주민과 함께 살아가는 곳”이라며 “올해는 특별히 시와 그림과 퍼포먼스로 소제동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흥동과 달리 주거지이므로 조용히 둘러봐야 하고, 재생공간293은 전화로 개방 여부를 확인하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시간이 넉넉하면 관사촌을 짓기 위해 매립했다는 소제호 방죽을 흔적 따라 걸어도 괜찮다. 허름한 골목을 품은 관사촌과 잘 어울리는 길이다.
| 소제동에는 수많은 나무가 산다. 대추나무, 감나무, 석류나무, 탱자나무가 어느새 담장을 훌쩍 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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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에 깃든 자연
하루 종일 지치도록 도시 골목을 거닐었다면, 도심에 깃든 자연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동구 가양동에 있는 우암사적공원은 소제동이란 이름을 지은 우암 송시열 선생이 제자에게 학문을 가르친 곳이다. 버드나무가 울창한 연못이 남간정사(대전유형문화재 4호)나 기국정과 어우러진 풍치가 곱다. 남간정사 조금 위에는 우암 선생의 발자취가 담긴 유물관이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도시를 보면 색다른 맛이 있다. 대동하늘공원과 보문산, 식장산이 멀리서 바라본 도시가 아름다운 곳이다. 대전역에서 2.3km 정도 거리에 있는 대동하늘공원은 풍차 뒤로 대전 시내가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언덕이다. 밤이면 풍차에 조명이 들어와 일대가 더욱 찬란해진다. 대전 시민이 ‘보물산’으로 부르는 보문산과 드라이브 코스로 소문난 식장산도 도시를 조망하기 좋다. 식장산은 임도로 정상부까지 오를 수 있어 야간 데이트 코스로 인기다.
여독은 온천욕으로 풀자. 대전에는 《동국여지승람》에 나올 정도로 역사가 깊은 유성온천이 있다. 대규모 온천 단지에 마련된 무료 족욕체험장이 지친 여행자를 반긴다. 유성온천역에서 가까워 찾기 쉽고,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4~10월) 뜨끈뜨끈한 물에 발을 담글 수 있다.
| 여독을 푸는 데는 온천욕 만한 것이 없다. 대전 여행 시 귀가 전에 들리면 좋은 유성온천 내 무료 족욕체험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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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메모
△당일 여행 코스= 소제동→대전근현대사전시관→대흥동 일대→으능정이문화의거리(스카이로드)
△1박 2일 여행 코스= 대전근현대사전시관→대흥동 일대→으능정이문화의거리(스카이로드)→(숙박)→소제동→우암사적공원→대동하늘공원
△가는길= 경부고속도로 대전 IC→동부네거리 금산·옥천 방면 좌회전→가양네거리 대전역 방면 우회전→성남네거리 금산·옥천·대전역(동광장) 방면 좌회전→계족로 850m→대전역(동광장) 방면 우회전→중앙로역 방향 직진→대전근현대사전시관
△먹을곳= 튀김소보로·부추빵으로 유명한 성심당(1588-8069), 두부두루치기·오징어두루치기는 진로집(042-226-0914), 닭볶음탕은 현대식당(042-223-8922), 올갱이국 내집식당(042-223-5083), 돼지갈비는 대전갈비(042-254-0758), 두부두루치기·오징어두루치기는 광천식당(042-226-4751), 칼국수는 신도칼국수(042-253-6799)와 대선칼국수(042-471-0317)
△주변 볼거리= 뿌리공원, 오월드, 한밭수목원, 이응노미술관, 대전 회덕 동춘당, 한밭교육박물관, 엑스포과학공원, 국립중앙과학관 등
| 대흥동에 버려진 여관주차장을 갤러리로 바꾼 문화공간 ‘파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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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제창작촌 입주 작가들의 전시공간인 재생공간 293. 전시실 앞 우물터가 마을주민들과 축제를 펼지는 자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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