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기자, 이게 뭐꼬?]알뜰폰은 번호이동이 불편한가요?

by김현아 기자
2014.02.19 00:05:54

대리점들, 알뜰폰에서 기존3사로 번호이동할 때 보조금 꺼려
알뜰폰 번호이동에 시간 지연도 문제
알뜰폰 대중화 시대에 정부 더 신경써야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2월 11일 새벽 휴대폰 판매점에 줄서서 아이폰5S와 갤럭시노트를 10만 원대에 사려는 사람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알뜰폰 가입자는 1년 새 2배가 늘어 248만 명입니다. 정 씨처럼 알뜰폰 가입자의 번호이동은 불편한 걸까요?

알뜰폰의 번호이동은 3가지 정도입니다. 가장 많은 게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기존 통신 3사에서 알뜰폰으로 넘어가는 것이고, 알뜰폰에서 기존3사로 가는 것, 알뜰폰 내 번호이동 등이 있습니다.

정씨의 경우 최근 문제는 알뜰폰에서 기존3사로 갈 때 대리점이 보조금 지급을 꺼린 경우였고, 1년 전에는 기존3사에서 알뜰폰으로 갈 때 번호이동 시간이 오래걸렸습니다.

왜 KT 대리점은 정 씨를 홀대했을까요? CJ헬로모바일은 KT통신망을 도매로 받아 소매로 파는 것이어서, KT대리점 입장에선 환영받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통3사 마케팅부서에서는 시장점유율 전쟁을 벌이는데, 여기에는 자사 재판매 물량도 포함돼 있기 때문입니다.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 가입자를 뺏아와야 도움이 된다는 겁니다. 대리점 직원은 “알뜰폰 가입자를 데려오는 건 의미 없다”고 했다고 합니다.



기존3사에서 알뜰폰으로 갈 때 전산처리가 늦은 문제는 어떨까요? 국내 알뜰폰 시장에는 CJ헬로비전, SK텔링크, KCT(태광), 이마트 등 대기업 계열사들이 들어와 45%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지만, 고객 응대나 전산시스템은 이통3사보다 미숙합니다. 알뜰폰으로 옮길 때 에이징(신규가입 하면서 기존에 사용하던 번호를 그대로 이어받는 것)은 더 복잡하다고 하고요.

미래부에 따르면 알뜰폰 번호이동과 관련된 민원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지난 211 대란때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의 번호이동관리센터 업무가 지연됐다는 민원은 있었지만, 알뜰폰만 특별히 시간이 오래 걸렸다는 소식은 없다는 거죠. 미래부 통신자원정책과 관계자는 “요즘은 알뜰폰 사업자의 시스템도 상당히 안정화된 걸로 안다”면서도 “주의 깊게 지켜보겠다”고 했습니다. 통신이용제도과 관계자는 “알뜰폰 번호이동 시 보조금을 차별하는 행위는 위법으로, 상황을 파악해 방통위와 조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아이폰 5S(좌)와 아이폰5C. SK텔레콤과 KT는 지난해 10월 18일 5S 16G는 81만4000원, 5C 16G는 70만4000원에 예약판매에 들어갔다. 하지만 불과 4개월 만인 지난 2월 11일 온라인커뮤니티 등에서 할부원금 10만 원에 팔렸다.
KT로의 번호이동을 기다리는 정 씨는 알뜰폰도 쓸만하다고 말합니다. 1년 이상 6만 5천 원 짜리 요금제를 썼는데, 음성이나 데이터 품질도 기존통신사보다 떨어지지 않았지만 무엇보다 1달에 CGV영화표2장을 공짜로 받은 게 좋았다고 합니다. 그러다 이번 ‘211 대란’을 기회로 원했던 아이폰5S를 저렴하게 사고 싶었다고 해요.

통신사업자연합회에 확인해 보니 지난 1월 알뜰폰 가입자의 번호이동(7만4572명)은 통신3사 가입자의 번호이동(97만7797명)의 8.4%(자사 번호이동 미포함)에 불과했습니다. 특히 알뜰폰 내 번호이동은 2398명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정씨 뿐 아니라, 통신소비가 다양화될수록 기존3사에서 알뜰폰으로, 알뜰폰에서 기존3사로 이동하는 사람이 많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가 알뜰폰 가입자가 자유롭게 번호를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특히 단말기 보조금 시장에서 알뜰폰 가입자가 차별받지 않도록 나서야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