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직구토크]부자들..저축은행에 2000만원씩 쪼개넣는다

by성선화 기자
2013.12.14 06:00:00

[이데일리 성선화 기자] 3년전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는 직원들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문제없이 괜찮다”는 윗선의 말만 믿고 고객들을 안심시켰는데 어느 날 갑자기 영업정지 통보가 날아들었다. 지난 2011년 미래저축은행 영업 정지 사태를 겪었던 김진아 친애저축은행 과장은 “영업정지 직전 갑자기 은행에서 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뱅크런이 있고 나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영업 정지 직전까지도 지점 직원들은 전혀 그 사실을 몰랐다는 얘기다.

하지만 미래 저축은행 영업정지 후 김 과장이 근무하던 지점에서 예금자 보호를 받지 못한 고객은 불과 2명 뿐이었다. 부산 저축은행 사태 이후 1년 전부터 꾸준히 고객들에게 예금자보호를 받을 수 있는 5000만원 미만으로 예금액을 낮출 것을 권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미래 저축은행 영업정지로 가장 큰 손해를 본 고객들은 바로 직전에 예금을 빼가며 뱅크런을 주도한 이들이다. 이들은 예금을 중도해지 하는 바람에 이자를 포기해 막심한 손해를 봤다. 하지만 뱅크런에 휩싸이지 않고 만기 때까지 기다린 고객들은 영업정지 5개월 동안 이자까지 고스란히 챙겼고, 원금 손해도 보지 않았다.

부산 저축은행 사태 이후 업계의 후유증은 여전하다. 최근까지도 부실 저축은행들이 영업정지 되면서 전국의 저축은행은 97개로 축소됐다. 저축은행에 대한 인식 역시 좋지 않다. 하지만 고액 자산가들은 여전히 저축은행을 선호한다. 저축은행 수신 담당직원들은 고액 자산가 고객층이 이탈한 것이 아니라 “예금액이 축소됐을 뿐”이라고 말한다.

이번주 ‘직구토크’ 주제는 돈이 되는 저축은행 활용법이다. 저축은행이라면 손사래를 치는 고객들도 있지만, 시중 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제시하는 저축은행은 여전히 ‘목돈 만들기’의 좋은 수단이 된다. 지난 9일 서울 강남 학동사거리 인근 모처에서 저축은행 수신 상품 담당자들이 모였다. 신두영 HK저축은행 수신영업부 차장, 박순배 아주저축은행 문래지점 과장, 김진아 친애저축은행 상계동지점 과장이 이번주 토크 참석자들이다. 이들은 “영업정지 공포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재테크의 수단으로 저축은행을 다시 볼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성선화 기자(이하 성)=지난 8월에 아주저축은행에서 연 3.1%짜리 정기예금 특판 상품을 판매했을 때 예금을 넣었다. 당시 상당히 높은 금리였기에 특판 상품 판매 4일만에 300억원 한도가 소진됐다. 하지만 최근에 다른 투자를 하기 위해 가입했던 특판 예금을 깨버렸다. 3개월 정도 묶어뒀지만 이자를 거의 받지 못해서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엔 저축은행 특판 상품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박순배 아주저축은행 과장(이하 박)=예적금 상품을 해약할 때는 가입 기간을 잘 따져봐야 한다. 하루 상간에도 금리가 달라질 수 있다. 3개월 이상 넣어 뒀다면 1% 이상의 금리를 받을 수 있지만, 3개월 미만이라면 금리를 거의 적용받지 못한다. 고객들이 예적금 상품을 들 때는 만기를 채울 것으로 예상하지만, 실제로 만기까지 채우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럴 경우 사실 은행에만 좋은 일을 시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만기를 채울 자신이 없을 때에는 차라 리하루만 넣어도 2.5%의 금리는 주는 수시 입출금통장 ‘아주기쁨저축예금’에 넣어두는 게 낫다. 개인적으로도 예적금 상품 대신 대부분의 통장을 이 수시입출금 통장에 넣어두고 있다.

▶신두영 HK저축은행 차장(이하 신)=HK저축은행 예금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상품이 바로 ‘3-UP정기예금’이다. 3개월 단위로 금리가 상승하는 1년제 정기예금 상품이다. 이는 중도에 정기 예금을 해지하는 고객들에게 유리한 상품이다. 그렇지 않고 일반적인 정기예금을 해지할 경우 금리를 거의 적용받지 못한다고 보면 된다.

▶김진아 친애저축은행 과장(이하 김)=예적금 상품을 중도에 해지하는 고객들에게 예금담보대출을 적극 권유하는 편이다. 특히 만기를 앞둔 고객이 상품을 해약해 버리면 그동안 부었던 기간에 대한 손해가 크다. 이럴 경우엔 차라리 필요한 목돈만큼을 예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서 사용하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 예금담보대출의 이자는 예금 금리에 약 2%를 더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신용 대출 상품에 비해 낮은 편이다.

▶성=예금 해약 전에 은행 창구에서 예금담보대출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 만약 이런 식으로 대출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예금을 깨기 전에 한번더 생각해봤을 것 같다. 하지만 우려스러운 점은 신용등급 하락에 대한 두려움이다. 대출을 함부로 썼다가 신용등급이 떨어지지 않을까 겁이 난다.

▶김=예금담보대출은 신용등급 하락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 신용등급은 연체율과 상관이 있다. 연체 없이 이자를 갚아나간다면 특별히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재테크에 있어 수신상품과 여신상품을 적절히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부 고객들 중에는 급하게 주식 등에 투자해야 할 때는 단기로 예금담보대출을 활용한다. 예전에 강남 본점에서 근무할 때 공모주 투자를 위해 예금담보대출을 받고 일주일 만에 10% 이상의 높은 수익률을 낸 뒤 다시 갚는 ‘강남 사모님’들을 여럿 봤다. 이들을 대출을 적극 활용해 굳이 예금 상품을 깨지 않으면서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이다.

▶성=요새는 은행과 저축은행의 구분이 애매모호하다. 예전에는 저축은행들이 시중은행보다 높은 고금리를 제시하면서 고객들을 유치했는데, 요새는 시중은행과의 금리 차이가 거의 없는 것 같다. 기중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2% 초반대인데 저축은행은 이보다 조금 높은 2% 후반대에 불과하다. 고객 입장에선 불과 몇 % 차이에 리스크가 있는 저축은행에 예금을 할 이유가 없는 것 같다. 솔직히 1% 미만의 금리차는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박=최근 저축은행 업계 최고 예금금리를 주는 곳은 신안저축은행이다. 1년 짜리 정기예금이 연 3.0%이다. 그런데 지난주에 금리를 2.9%로 낮췄다가 이번주부터 다시 0.1% 포인트 올려 예전 수준으로 맞췄다. 이는 고객들이 0.1% 포인트의 금리 차이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저축은행이 수신 금리를 높일 때는 기준금리 등의 영향도 있지만, 은행 자체적으로 자금이 필요해서일 때도 있다. 고작 0.1% 포인트의 금리를 낮췄을 뿐인데도, 고객 이탈이 눈에 보이자 은행 측에선 부랴부랴 다시 금리를 올린 것이다.

▶김=특히 저축은행을 거래하는 고객층이 고액 자산가들이다보니, 적은 금리 차이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저축은행 사태 이후 고액 자산가들이 이탈한 것은 아니다. 다만 예금액을 5000만원 미만으로 여러 저축은행에서 거래를 하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는 한 저축은행에 자금을 몰았다면 최근에는 자금을 나눠 여러 저축은행에 예치해 둔다. 하지만 서민층의 이탈은 많은 편이다. 주된 고객층이 40~50대 고액 자산가들이다.

▶신=저축은행에 대한 고객들의 인식이 안 좋은 것은 사실이다. 가장 안타까울 때가 “당신 믿고 예금 맡길 테니 휴대폰 번호를 알려달라”라고 할 때다. 참 안타깝다. 최근 고객들은 2000만원 단위로 쪼개서 예치하는 편이다. 영업정지를 당하더라도 가지급금으로 2000만원은 먼저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성=고액 입장에서 굳이 부실 위험이 있는 저축은행을 이용해야 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다. 그냥 마음 편하게 은행을 이용하는 게 낫지 않을까.

▶김=물론 맞는 말이다. 그래서 저축은행을 떠난 고객들이 많다. 하지만 저축은행 상품은 아직까지도 시중 은행에 비해 고금리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친애저축은행의 직장인을 위한 ‘친애직장인플러스적금’은 최고 연 4.3%(24개월 기준)까지 고금리를 받을 수 있다. 정기적금 기준금리+ 0.1%포인트(직장인우대) + 0.1%포인트 (체크카드가입) + 0.1%포인트(인터넷뱅킹가입)의 모두 합쳐 0.3%포인트의 우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어서다. 시중 은행권을 모두 합쳐 최고 금리다. 시중은행들이 최고 금리고 제공하는 스마트뱅킹 적금도 최고 금리는 3% 후반대다. 각각의 저축은행마다 특화된 대표 상품들이 있다. 이를 적극 이용한다면 목돈을 만드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다.

▶성=아무리 고금리를 준다고해도 영업정지 당하면 기분도 좋지 않고, 오래 기다려야 하는 게 아닌가. 아무리 예금자 보호가 된다고 하더라도 찜찜한 것은 사실이다.

▶김=사실 미래 저축은행 시절 영업정지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예금자보호 장치가 잘 돼 있다고 느꼈다. 미래 저축은행의 경우 영업정지 기간동안의 이자까지 계산해서 고객들에게 돌려줬다. 게다가 최근에는 금융당국에서 주말을 끼고 영업 정지 명령을 내리기 때문에 금요일에 영업정지를 당해도 돌아오는 월요일에 바로 간판을 바꿔달고 영업을 재개한다. 영업정지로 고객이 입는 피해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박=토마토 저축은행 근무 시절 영업정지의 경험이 있다. 물론 고객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고,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이를 통해 저축은행 직원들도 배운 점이 많다. 예전처럼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선진화에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성=아주 저축은행은 내년초부터 보험 상품을 판매 예정인 것으로 안다. 저축은행에서 보험 상품을 파는 것이 승산이 있다고 보나.

▶박=그렇다. 현재 직원들을 대상으로 보험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교육을 진행 중이다. 저축은행 대표이사부터 솔선수범해 보험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다. 우리는 보험 상품 판매에 대한 자신이 있다. 모든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꾸준하게 은행을 거래하면서 고액 예금 상품을 갱신하는 분들께 주로 추천할 예정이다. 이런 분들의 경우 차라리 10년 짜리 장기 보험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이미 보험을 판매하고 있는 SBI 저축은행의 실적만 봐도 수요는 분명히 있다고 확신한다.

▶성=나머지 저축은행들은 어떤가. 보험 상품을 판매할 계획이 있는가

▶김=친애 저축은행은 아직까지 계획이 없다.

▶신=HK저축은행도 특별한 계획이 없다. 하지만 조만간 다양한 하이브리드 상품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저축은행들은 은행과 차별화되는 상품이 필요하다. 현재는 저축은행 업계가 정리되는 과도기적 상황이라고 본다. 이제 어느 정도 구조조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앞으로 경쟁력 있는 하이브리드 상품 개발에 주력할 예정이다.

▶성=저축은행에서 문화 상품권도 팔고 있다.

▶김=저축은행 중앙회 차원에서 판매하는 것인데, 고객들의 반응이 좋다. 친해저축은행은 한 장을 사더라도 4%를 할인해 주고 있다. 법인 고객들이 많은 편인데, 수수료 이익을 올리기에 좋은 틈새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성=끝으로 저축은행의 경쟁력이 뭘까 궁금하다.

▶김=은행 창구보다는 고객에 대한 상세한 상담이 가능한 것 같다. 저축은행 직원들이 직원 한명한명이 은행의 PB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