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이젠 한 모델로 3대륙 노린다

by김형욱 기자
2013.12.02 05:52:19

제네시스·쏘울 신모델, 美·中·유럽 ‘일타삼피’로 수익성 극대화
“내수 방어·브랜드 고급화 위해 차종 다변화 전략 필요” 지적도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현대·기아자동차가 내년 신차들로 중국과 미국, 유럽 3개 대륙을 동시에 노린다.

1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지난달 출시한 기아차(000270) 올 뉴 쏘울과 현대차(005380) 신형 제네시스는 내년 중 중국과 미국, 유럽이라는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에 모두 출시한다. 내년 중 쏘울 전기차도 미국과 유럽, 한국 시장에 모두 출시된다.

이는 현대·기아차에 의미 있는 신차 전략 변화다. 현대·기아차는 2000년 이후 해외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며 현지 공장과 함께 현지 특화 모델을 개발하는 데 열을 올렸다.

쏘울과 제네시스도 원래 지난 2008년 1세대 모델 출시 당시엔 미국 시장을 겨냥해 만들었다. 현대차 아반떼(해외명 엘란트라)나 쏘나타도 미국을 위해 개발했고 중국에서도 통했지만, 소형 디젤 해치백이 강한 유럽에서는 i10~i40 등 기존 모델에서 파생한 특화 모델을 내놨었다.

신형 제네시스. 현대차 제공
현대·기아차가 3개 대륙을 노릴 수 있는 건 최근 5년 새 부쩍 높아진 국제적 위상 덕분이다. 현대·기아차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미국·일본 경쟁사의 위기 통에 이들 3개 대륙의 점유율을 높여 왔다.

현대·기아차는 세계 1위 시장으로 급부상한 중국에서 10% 전후 판매점유율(3위)을 유지한 가운데 지난해 미국 점유율 9%(7위), 유럽 점유율 6%(6위)를 넘겼다. 특히 미국·유럽에선 2008년 이전까지 낮은 가격으로 승부하는 신생 브랜드였으나 5년 만에 현지 주요 기업과 동급에서 경쟁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더는 특화 모델로 저가 틈새시장을 공략할 필요가 없어졌음을 의미한다.

하나의 모델을 더 많은 시장에 판매할 수 있게 되면 수익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지는 이점이 있다. 수천억 원에 달하는 차량 개발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 공장의 판매가 줄더라도 그 물량을 다른 시장으로 돌릴 수 있기 때문에 재고 관리 차원에서도 유리하다. 이는 역시 재고비용 감소 효과로 이어진다.

실제 GM, 도요타, 폭스바겐 등 많은 기업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조직개편과 함께 안 팔리는 브랜드·차량에 대한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얼마나 더 적은 차종으로 더 많이 파는지가 수익성의 핵심이란 걸 학습한 것이다.



후발주자인 현대·기아차는 지역별로 최소화한 차종 관리로 지난해 BMW에 이어 세계 2위의 영업이익률(9.1%)을 기록한 바 있다. 현대·기아차는 원고(원화 강세)가 이어진 올해도 BMW-도요타에 이어 세계 3위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의 내년 신차가 3대륙에서 모두 좋은 성과를 거두는 게 ‘원고엔저’의 불리한 환율 상황을 타개하는 가장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대응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 뉴 쏘울. 기아차 제공
관건은 유럽이다. 현대차 제네시스나 쏘나타, 기아차 쏘울, 카니발 등 현대·기아차 주력 차종 대부분은 이미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동시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 미국과 중국 자동차 시장은 큰 가솔린 차 선호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유럽은 소형 디젤 위주라는 점에서 위 두 시장과 차이가 있다. 대형차로 가더라도 벤츠·BMW·아우디 등 세계적인 고급 브랜드가 즐비해 경쟁이 치열하다.

더욱이 미국·중국 시장 위주로 차량개발능력을 키워 온 현대·기아차는 상대적으로 디젤 엔진에 약한 편이다. 현대·기아차의 최고급 디젤 엔진은 배기량 2.2리터의 R 엔진밖에 없다. 제네시스의 유럽 공략을 위해선 현재 개발하고 있는 3.0리터 디젤 엔진의 성능을 인정받아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내수 시장도 딜레마다. 20여 브랜드 수백여 차종으로 파상공세를 펼치는 수입차에 대응하려면 차종을 다변화해야 하지만 그러려면 수익성 저하를 피할 수 없다.

박홍재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KARI) 소장은 “현대·기아차는 신차를 개발하면서 세계 시장을 겨냥해 최소 연 20만~30대 시장 규모로 만들기 때문에 다양한 차종과 모두 경쟁하는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일본은 수십 내수용 제품을 만들지만 그만큼 손해를 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