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發 `시퀘스터 쇼크`.."美경제도 역풍 우려"

by이정훈 기자
2013.04.24 01:49:01

FAA 대규모 일시해고에 항공기 연착 속출
델타항공, 고객감소 현실화..록히드마틴도 매출경고
엘에리언 핌코 CEO "경제전반에 역풍 미칠수도"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지난달 1일 발효 이후에도 잠잠하던 시퀘스터(연방정부 재정지출 자동삭감 조치) 충격이 항공업계에서부터 가시화되고 있다. 춘곤증처럼 반복되는 봄철 경기 둔화를 겪고 있는 미국 경제도 강한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대규모 일시해고 조치로 일부 지역에서 항공기 이착륙이 지연되고 있고 이로 인해 항공사 고객 감소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또 국방예산 삭감으로 군수업체 실적 전망도 악화되고 있다.

뉴저지 뉴왁공항에서 한 비행기가 착륙하고 있다.
FAA는 시퀘스터 조치로 인해 지난 21일 공항에서 일하고 있는 4만7000명의 직원에 대해 2주일에 하루씩 무급휴가 형식으로 일시해고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여객기 이·착륙을 통제하는 관제사가 1만5000명이나 포함됐다.

이에 따라 지난 21일부터 뉴욕 존 F. 케네디공항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공항 등 일부 공항에서 항공기 착륙이 지연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FAA 웹사이트에 따르면 이틀째인 22일에는 뉴욕 라구아디아공항은 물론 워싱턴D.C와 볼티모어 등 주요 공항에서 평균 60~75분씩 이륙과 착륙이 늦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공화당은 관제자 일시해고에 크게 반발하며 이를 피하기 위해 오바마 행정부에 다른 대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한데 이어 이날 상원 의원들을 중심으로 FAA측에 일시해고 현황과 대책 등을 묻는 질의서를 발송했다. 또 항공여객 단체와 미국 최대 조종사 노조 등도 FAA를 상대로 지난 20일 일시 해고 중지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는 재정적자 감축을 둘러싼 정치권의 합의를 통해 시퀘스터 조치를 언제든 중단시킬 수 있다며 국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합의가 우선이라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시퀘스터 영향이 항공기 이용 불편 정도에 그치지 않고 기업 실적과 경제 전반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 이날 실적을 공개한 델타항공은 “지난 1분기 실적은 양호한 편이었지만, 3월부터는 시퀘스터와 레저수요 감소 등으로 인해 좌석 예약이 줄어들고 있다”며 4월 화물을 제외한 여객수송에서 매출이 2~3%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신예 ‘F-35’ 전투기와 미사일, 전함 등을 국방부에 납품하는 미국 최대 군수업체인 록히드마틴도 이날 예상보다 좋은 1분기 실적을 공개한 뒤 올 연간 매출액이 종전 제시했던 전망치인 445억~460억달러의 하단 수준에 머물 것으로 경고했다. 록히드마틴은 “올해 시퀘스터로 인해 순매출액만 8억2500만달러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고, 브루스 태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시퀘스터 영향으로 최대 고객인 미 국방부 지출이 줄어 그 충격은 2~3분기에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의회의 반대로 토요일 우편배달 서비스 중단이 수포로 돌아간 미국 우체국(USPS)의 패트릭 R. 도나휴 대표도 지난주말 “의회가 신속하게 시퀘스터를 중단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우체국의 구제금융이 임박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핌코사 CEO는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엘-에리언 CEO는 “시퀘스터에 따른 실물경제 충격이 얼마나 될지 정확하기 점치기 어렵지만, 이를 대단치 않은 일로 치부하는 것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같은 항공기 이착륙 지연 사태가 미국 경제에 미칠 역풍을 미리 예고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런 문제들이 기업과 소비자들의 자신감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했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시퀘스터에 따른 재정지출 감축이 모두 현실화될 경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5%포인트 정도 줄어들고 75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