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잠 자는 주택시장에 곤혹

by양미영 기자
2009.05.31 11:02:05

곳곳 회복신호 불구, 주택시장만 `지지부진`
연준, 고민 커져..해법 놓고 `분분`

[이데일리 양미영기자] 미국 경제 곳곳에서 회복 신호가 감지되고 있지만 주택시장은 여전히 겨울잠에 빠져 있다.

금융위기 진원지이자 경기 회복의 전제조건인 주택시장이 좀처럼 깨어나지 못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상승한 국채 금리로 인해 모기지 금리까지 상승하자 주택시장이 깨기도 전에 더 깊은 잠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를 막기 위한 해법을 놓고 연준이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부터 회복을 위한 불가피한 과정이라는 해석까지 분분하다.


경제회복에 대한 논란이 여전하지만 최근 미국 경제지표에서는 회생 조짐들이 꾸준히 포착되고 있다. 이번주 발표된 소비자신뢰지수나 내구재 주문 등은 큰 폭으로 개선되며 기대감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유독 주택시장만큼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날(28일) 발표된 4월 신규주택 판매는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기대에 못미쳤고 집값은 여전히 하락세를 지속 중이다.

최근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가 미국의 20대 대도시지역 단독주택 집값을 집계해 수치화하는 3월 케이스쉴러 주택가격지수는 전년비 18.7% 하락했다.

주택담보대출 연체 역시 증가하고 있다. 미 모기지은행협회(MBA)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모기지 연체율은 전분기 7.88%에서 9.12%로 큰 폭으로 늘었다. 연체율이 상승하자 주택압류도 늘었다.

특히 주택시장은 고용악화와 맞물려 악순환이 거듭되는 양상이다. 모기지 연체가 늘면서 은행들이 주택을 차압해 헐값에 집을 내놓게 되면서 집값이 더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업친 데 덥친 격으로 모기지 금리 역시 다시 상승하고 있다. 한동안 안정됐던 모기지 금리는 최근 미국 국채금리 급등과 맞물려 되올라오기 시작했고 30년만기 모기지 평균 금리는 5%대를 돌파했다.

모기지 금리가 오르자 곧바로 모기시 시장에도 악영향이 나타났다. 모기지신청 건수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이번 주 발표된 전체 모기지 신청 중 주택구입을 위한 신청건수는 소폭 늘었지만, 대출 조건을 바꾸려는 리파이낸싱 수요는 18.9%나 감소해 최근 4월 정점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처럼 주택시장이 돌파구를 찾지 못한 상황에서 모기지 금리까지 꿈틀대면서 연준의 고민도 커졌다.

연준은 주택대출 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을 통해 1조4500억달러의 모기지증권을 매입하면서 모기지 금리를 공격적으로 하락시켰지만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낮은 모기지 금리가 차환 신청을 즉각적으로 높여준 반면, 은행들이 대출 승인을 선별적으로 행하는 사이, 금융시장이 너무 빠르게 움직였다고 분석했다. 은행들이 금융위기로 감원을 실시한 후 모기지 브로커 고용이 늦어지면서 대규모 차환신청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없었다는 평가다. 

결국 초저금리 상황에서 과도하게 쌓인 가계 부채의 차환이 채 이뤄지기도 전에 모기지 금리가 먼저 올라버린 것이다.
 
이밖에 은행 담보가치 하락으로 발생하는 '추가로 부담해야 할 채무(negative equity)'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주택가격 하락으로 모기지부채가 주택가격보다 더 많아지는 `언더워터(Underwater)` 상황에 빠지면서 빚을 갚을 능력이 있는 사람들조차 집을 포기하는 것. 

특히 연준이 실시한 '기간자산담보부증권 대출(TALF)`로 자동차나 신용카드할부금융 담보부증권들의 경우, 최근 수개월간 가파른 랠리를 보였지만 유독 모기지담보부증권은 원했던 결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기존보다 더 적극적인 주택시장 부양책을 써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적어도 신규차입자들에게는 저금리 대출을 직접적으로 해주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부터, 언더워터 상황에서 빚을 갚을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 상환을 회피하는 것을 직접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버락 오바마 정부가 차입자들의 월간 상환 비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에 집중했지만 '대출 상각과 관련한'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는 외면했다는 비판도 있다.

반면, 또 다른 전문가들은 `언터워터` 상황으로 주택이 차압되거나 단기매도되는 것이 주택 문제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이를 불가피한 절차로 인정하기도 한다. 와코비아의 애덤 요크 이코노미스트는 "(일단은) 담보가치 하락에 따른 채무를 없애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