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C `끓기도 전에 식어버리나?`

by류의성 기자
2008.07.04 07:30:00

업체들 제대로된 수익모델 찾지 못해
순수창작물 전무..저작권 분쟁 해결 급선무

[이데일리 류의성 임일곤기자] 2006년과 2007년 인터넷 업계의 화두는 UCC(손수제작물)였다.

다음은 UCC를 포털 1위 탈환의 엔진으로 내세웠으며, 중위권 포털 프리챌은 UCC로 재기의 움직임을 보였다. 판도라TV와 다모임, 엠군 등 전문 UCC업체들이 혜성처럼 등장하면서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여기에 고무돼 신사업 목적에 UCC를 추가한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UCC업체들의 인수합병(M&A)설도 꾸준히 제기됐다. 작년 대선 기간 중에는 UCC가 후보자 홍보물로 사용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촛불집회와 맞물리면서 UCC가 이슈 캐스터(정보제공자)로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UCC산업이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성장성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UCC로 안정적인 성장권에 올라온 업체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올해 들어 매물로 나온 업체에 관심조차 뚝 끊겼다고 한다. 이유가 무엇일까.


판도라TV, 엠엔캐스트 등 한때 잘나가던 전문 UCC 업체들의 인기가 한풀 꺾이고 있다. 주요 포털을 포함한 UCC사이트들의 페이지뷰수도 작년만 못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 출처 : 코리안클릭



 
 
 
 
 
 
 
 
 
 
 
 
 
 
 
 

  
코리안클릭 자료에 따르면 2005년 1월부터 최근까지의 전문UCC업체들의 페이지뷰수는 2007년초를 정점으로 정체기를 보이고 있다. 2006년 말부터 2007년 초까지 페이지뷰수가 급격히 늘어났으나 2007년 1월을 최고점으로 차츰 감소하고 있다.

판도라TV와 엠앤케스트는 2007년 1월 각각 5억회, 2.5억회 가량의 페이지뷰수를 기록했으나 최근에는 2억, 0.5억회 수준으로 급감했다. 후발 주자인 다음과 네이버의 페이지뷰수는 2억회에 못 미치는 등 산업 전체가 축소되는 형국이다.

UCC 산업이 정체기를 맞은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UCC에 대한 사용자들의 관심은 줄어들지 않았지만 업체들이 제대로 된 수익 모델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한 포털 업체 관계자는 "네트워크 서버 구축 비용은 지속적으로 들어가지만, 광고 수익으로 이어지진 않고 있다"고 말했다. 풀리지 않은 저작권 문제도 발목을 잡고 있다. 대다수 UCC는 새로운 콘텐트라기 보다 기존 방송 콘텐트 등을 그대로 복제하거나 짜집기 한 것이 대부분이라는 것.

실제로 한국의 유튜브로 기대를 모았던 판도라TV는 마케팅과 시스템 구축 비용 등이 수익을 웃돌면서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판도라TV는 작년 영업적자 81억9000만원, 매출액 85억7000만원, 당기순손실 80억원을 기록했다. 2006년 영업적자는 30억원, 매출액은 32억원, 당기순손실 4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06년과 2007년에 미국 벤처 캐피탈로부터 각각 60억원과 95억원의 투자를 유치했지만, 만족할 만한 실적으로 연결시키지 못한 것. 자금 유치에 앞장섰던 이 회사 임원과 마케팅 총괄 이사도 회사를 떠났다. 판도라TV는 올 7~8월 유상증자 추진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판도라TV측은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으나 올해에는 해외 서비스를 통해 트래픽이 늘어나고, 광고 수주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어 흑자를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우콤(067160)의 개인인터넷방송국 `아프리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촛불집회 현장을 실시간으로 중계해 다음 아고라와 함께 촛불집회 여론 형성에 한축을 담당하고 있지만 정작 수익은 내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당사자인 나우콤조차 자사 서비스에 대한 특별한 매력을 느끼지 못해 아프리카를 시장에 매물로 내놨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나우콤은 수익이 없었기 때문에 시장에 매물로 나온 상태"라며 "서버 증설 비용 등은 많이 들어가나 수익 모델이 여전히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박은희 나우콤 홍보팀장은 "매물로 내놓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UCC를 사업목적에 추가한 업체는 다음과 나우콤 같은 대형사 제외하고 소리바다· IC코퍼· 솔본· 오늘과내일· 블루코드· 엠넷미디어· SM엔터테인먼트· 가비아· 인포뱅크· IS하이텍· 어드밴텍 등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UCC란 말을 전면에 내세우면 사람들이 더 많이 주목하게 되기 때문에 UCC란 용어를 자주 사용했다"며 "그러나 기대만큼 사업이 잘 되지 않고 있다"고 털어놨다.


 
UCC 업계에 깔린 먹구름을 헤쳐나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저작권 분쟁이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현재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동영상UCC의 대부분은 불법 복제물이다. 순수 창작물은  전무한 상황. 특히 MBC· KBS· SBS 등 공중파 3사의 방송 콘텐트를 무분별하게 복제하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를 위해 NHN과 다음은 지난해 9월초 방송3사와 콘텐트 저작권 보호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양측은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콘텐트 저작권의 이해와 사회적 인식개선을 위해 다양한 온 오프라인 캠페인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방송사 콘텐트를 이용자들이 마음껏 활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논의된 것은 아니다. 네이버측 관계자는 "방송사들도 모든 불법 UCC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으나 방송3사 각각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아직까지 합의를 모색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판도라TV나 엠엔캐스트 등 전문 UCC업체들도 마찬가지. 판도라TV측은 "아직까지 방송사들과 저작권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UCC 업체들은 방송사 콘텐트는 무조건 삭제 조치를 하거나, 올라간다 해도 해당 프로그램을 금칙어로 정해 검색이 안되게 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한 UCC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방송사들과 아무런 합의점이 안나온 상황이라 콘텐트를 일단 막는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신 이들 업체는 개별 콘텐트 저작권자들과 협력을 통해 UCC를 재가공해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5월경 판도라TV는 격투기 경기 `K1`의 VOD라이선스 업체인 씨네웰컴과 협력을 맺었다.

최근에는 동영상 콘텐트의 유통 경로 추적은 물론 원본과 복사본의 구분 등 저작권을 보호할 수 있는 기술 개발도 모색하고 있다. 판도라TV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팀과 함께 동영상 콘텐트 인식기술을 공동으로 개발, 내년부터 정식 서비스할 예정이다.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UCC 단독 서비스가 아닌 포털처럼 메일, 검색, 카페 등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규웅 前(전) 다모임 대표는 "포털처럼 검색· 메일· 카페 등 여러 서비스 중에 UCC가 추가되면 이용률이 높겠지만 전문UCC업체들단독 핵심 서비스로 자리잡기에는 규모면에서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UCC가 포털의 핵심서비스로 자리매김 할 것은 분명하나 이러한 문제점을 배제하고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가의 분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경진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판도라TV나 앰앤캐스트 등은 포털과 달리 UCC를 단독으로 들고 시장에 진출했기 때문에 유저를 한곳에 머물게 하는 면에서 약하다"고 평가했다.

김창권 대우증권 연구위원도 "검색이나 카페, 블로그 등은 포털의 트래픽을 창출하는 주요 서비스로 자리를 잡았으나 UCC는 기대만큼 주요 서비스로 자리잡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래픽 창출이 제한된 이유는 초기에 비해 능동적인 참여자가 줄었고, 짜집기한 콘텐트가 많아 내용도 식상해졌으며, 참여자들에게 수익을 돌려주는 서비스도 자리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UCC업계가 살아남기 위해선 남들과 다른 차별화 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벤처캐피털업계 한 관계자는 "UCC라는 표현 자체가 태생부터 상업적 목적이 아닌 사용자의 창조력과 열정을 가지고 생산한 콘텐트"라며 "문제는 UCC전문 업체들이 거의 비슷한 모양새로 몸집 불리기에만 치중해 차별성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시장 관계자도 "향후 업계는 자본력과 사업경쟁력이 있는 포털이 전문 UCC업체와의 제휴나 M&A시도를 통한 재편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며 "전문 UCC업체의 경쟁력은 전문성과 차별성"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