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안근모 기자
2005.07.02 03:49:20
[뉴욕=edaily 안근모특파원] 금리정책을 통한 부동산 투기 대응 여부를 놓고 국내에서 논란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주택거품은 저금리 정책 탓`이라는 분석이 한국은행 내부에서 나왔다.
1일(현지시각) 한국은행 뉴욕사무소가 작성한 `최근의 미국경제 현황` 보고서는 "일부에서는 미국경제의 인구구조 변화 등이 주택가격 상승을 가져왔다고 진단하고 있으나, 다수의 의견은 5년 이상 지속돼 온 완화적 통화정책을 시장과열의 근본원인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00년 이후의 저금리 정책이 기업보다 가계의 자금차입을 크게 늘리는 환경으로 작용해 왔다는 것.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995∼1999년중 미국 가계의 자금조달은 1조8900억달러로 기업의 0.91배에 그쳤으나, 2000∼2004년 기간중에는 3조7900억달러로 불어나면서 기업의 2.04배에 달하게 됐다다.
보고서는 최근 확정금리와 변동금리 모기지 사이의 이자율 차이가 크게 축소됐는데도 불구하고 변동금리 모기지 비중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면서, 주택가격이 기대만큼 오르지 않는 상태에서 금리가 상승할 경우 변동금리로 차입한 가계의 어려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일정기간 동안 원금상환 없이 이자만 내는 거치식 모기지가 신규 대출의 20%나 차지, 집값이 정체될 경우 주택에 투자한 채무자들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거치식 모기지 가운데서도 레버리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초기 이자율을 1% 수준으로 제한, 결과적으로 원금이 불어나도록 설계돼 있는 옵션부 모기지까지 확산되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지난 9일 의회에서 "위험한 대출행태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특히 우려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빚으로 집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원금상환이 없이) 이자만 내는 대출이 유행처럼 번지고, 특이한 형태의 변동 금리 모기지들이 도입되는 것도 특히 걱정하고 있는 대목"이라고 밝혔다.
그린스펀 의장은 또 "지난 1년간 가장 놀랄만한 일은 장기금리의 움직임이었다"고 지적하면서, "이 것이 주택 및 부동산 가격 급등을 부채질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은 보고서는 "그린스펀이 장기금리 하락세를 불편해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면서 "장기금리 상승을 유도하기 위해 금리인상 속도를 빨리하거나 인상 사이클을 길게 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물가가 대체로 안정세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에 장기금리가 낮은 수준에 머물더라도 문제 삼지 않을 수도 있으나, 낮은 장기금리가 금융기관들의 공격적 대출, 대출기준 완화 등의 원인이 돼 주택가격의 지나친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언제까지 방치할 수만은 없는 상태"라고 평가했다.
한편, `저금리로 인한 집값거품` 비난에 대해 지난달 27일 로저 퍼거슨 FRB 부의장은 베를린 연설에서 "자산가격 상승이 경기 친화적인 통화정책 때문인지, 지속가능한 펀더멘털에서 비롯된 것인지 여부를 당시에는 파악할 수 없다"고 반박한 바 있다.